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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급류 실종 ‘아리랑 노인 4명’…돌아오지 못한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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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급류 실종 ‘아리랑 노인 4명’…돌아오지 못한 메아리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아리랑 불렀던 ‘아리랑 노인들’

6일 만에 시신 모두 수습…정선군 “농어촌도로 정비·풍수해 저감 대책 마련”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아리랑을 불렀던 ‘정선 아리랑’ 노인 4명이 실종 엿새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가족 품에 돌아왔다.

▲급류에 휩쓸려 500여m 하류 지점에서 발견된 승용차. ⓒ연합뉴스

이들은 지난 4일 오후 9시께 마을 경로당에서 아리랑 전수교육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이었다.

당시 하늘은 마치 구멍 뚫린 듯 시간당 16.5㎜의 앞이 보이지 않을 폭우를 쏟아냈다. 이날 정선 지역 강수량은 155.5㎜에 달했다.

이들이 탄 모닝 차량은 오른쪽으로 굽은 급커브길에서 농로 왼쪽으로 추락했고, 하천 급류에 휩쓸려 500여m나 떠내려갔다.

차량에 타고 있던 운전자 김모(75) 씨와 권모(74·여), 이모(65·여), 유모(60·여) 씨는 차량에서 튕겨 나와 급류에 휩쓸려 그대로 실종됐다.

결국, 실종 엿새 만에 모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정선에는 이들이 살아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린 가족과 주민들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퍼졌다.
▲정선 급류 실종자 찾는 특수구조대원. ⓒ연합뉴스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김 씨 등은 정선 아리랑 전수교육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교육은 정선 아리랑을 국민에게 보급하고자 정선아리랑문화재단이 2011년부터 학교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해 생활문화동호회 공연에서 아리랑 전수팀으로는 유일하게 참가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다.

낮에는 농사짓고, 밤에는 아리랑을 배웠다.

매주 월요일 오후 3∼5시 교육받았으나 농번기가 시작된 5월부터 오후 7∼9시로 시간을 옮겨 배울 정도였다.

이들에게 아리랑은 유일한 여가 문화이자 알려야 할 유산이었다.

평소 노래를 즐겨 부르는 권 씨는 정선아리랑제 아리랑 경창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운전자 김 씨도 이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특히 김 씨는 아리랑을 무척이나 사랑해 1년 가까이 차가 없는 주민을 위해 교육이 있을 때마다 주민들을 태우고 다니며 봉사했다.

경찰과 소방, 정선군 등 관계 당국은 5일부터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

닷새간 수색에 동원된 인력만 모두 3천554명, 장비 472대에 달했다.

정선군 자원봉사단체, 특수임무유공자회, 민간수난구조대, 충주호 관리자, 마을주민들 등도 팔을 걷어붙였고, 지역사회의 위문품 전달도 이어졌다.

실종자 가족들도 사고수습 대책본부에 종일 머무르며 수색상황을 지켜봤다.
▲정선 급류 실종자 4명 모두 발견. ⓒ연합뉴스

실종 초기 급류와 흙탕물로 수색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악조건 속에서도 당국은 지난 7일 이 씨를 시작으로 8일 김 씨, 그리고 9일 권 씨와 유 씨 시신을 잇달아 수습했다.

대책본부를 지휘한 전정환 정선군수는 “관련 기관의 완벽한 공조체제로 사고 발생 5일 만에 수습했다”며 “사고수습에 참여한 단체와 자원봉사자, 지역주민 모두에게 감사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고인 4명의 시신은 모두 정선병원으로 안치돼, 검사 지휘 하에 부검 후 장례가 치러진다.

장례는 자연재해가 아닌 사고사이기 때문에 개별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앞서 발견된 이 씨와 김 씨는 각각 10일과 11일 발인한다.
▲위험천만한 정선 승용차 추락사고 현장. ⓒ연합뉴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선군은 예산문제로 차일피일 미뤄왔던 농어촌도로 정비와 풍수해 저감 대책 수립에 나선다.

현재 사고도로와 같은 정선 지역 농어촌도로는 107개 노선 454㎞에 달한다.

이 중 도로 포장률은 33%에 불과하다. 농어촌도로 3분의 2가 비포장도로로 언제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정선군 관계자는 “사고위험구간을 전수조사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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