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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강정호는 여성과 술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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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강정호는 여성과 술을 마셨다

[이종훈의 영화 같은 스포츠] 강정호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

"2001-2002 시즌 NBA에서 뛰는 40%의 미국 선수가 성폭행 같은 중죄를 포함한 전과 경력이 있다. (…) NBA는 통제 불능 상황이다."

제프 베네딕트가 쓴 책 <아웃 오브 바운드 : NBA의 성폭행, 폭력 및 범죄 문화의 내면>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책에 따르면, 코비 브라이언트, 샤킬 오닐, 앤서니 메이슨 등 당대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성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거나 구설에 올랐다고 한다. 베네딕트는 이 책에서 "NBA 선수들이 어린 나이에 상상을 초월하는 큰돈을 벌어들인 데다가, 유명세까지 누리면서 방탕한 생활로 빠져들게 됐고, 심지어 경찰 앞에서도 관계를 맺길 거부하는 여성을 성폭행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태도를 보인다"며 NBA 선수들의 어두운 이면을 폭로했다.

제프 베네딕트의 이 책을 읽다보면, 인간의 무절제함과 탐욕을 발랄하고 코믹하게 그려낸 마틴 스콜세지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가 떠오른다. 26살에 주가 조작으로 주체할 수 없이 많은 돈을 벌고, 술과 여자, 약물에 빠져 구속된 조던 벨포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코미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내내 눈살이 찌푸려지는 블랙 코미디다.

영화에서 "이 세상은 돈이 전부야. 돈은 맛있는 음식, 예쁜 여자, 비싼 차, 넓은 집, 뭐든 가질 수 있게 해주거든"이라고 외치는 조던 벨포트처럼 일부 NBA 선수들은 그들이 가진 돈과 유명세로 뭐든 다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로드 비프(Road Beef)'라는, 선수들의 원정 경기나 전지 훈련을 따라다니면서 선수와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여자들을 지칭하는 속어가 따로 있을 정도이다 보니, 선수들은 선수 생활 내내 유혹에 노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선수들은 한순간에 영화 속 조던 벨포트의 길로 빠지게 될 수 있다.

게다가 제프 베네딕트의 책을 보면, 코비 브라이언트처럼 문제가 된 여성에게 합의금을 적게 주려다가 법정에까지 가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샤킬 오닐처럼 돈으로 여성을 입막음하고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때문에 성폭행에 아무런 죄의식을 가지지 않고, 오히려 문제가 되면 돈으로 막으면 된다는 삐뚤어진 생각을 가진 선수도 다수 존재하는 게 현실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돈에 관한 잘못된 믿음과 유혹이 넘쳐나는 환경이 결합해 NBA 선수들이 경찰 앞에서조차 '관계를 거부하는 여성을 성폭행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식의 엽기적인 반응을 보이게 만든다. 그리고 선수가 리그에서 생활하면서 보고 듣는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즉 선수로서의 커리어가 쌓여갈수록 이런 삐뚤어진 생각과 행동은 더 커지게 만든다.

제프 베네딕트가 말하는 '통제 불능' 측면에서 보자면, 메이저리그 역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유부남 선수들 중에 휴대폰을 2개 가지고 다니는 선수가 많다. 하나는 가족과 통화하는 용도의 전화고, 다른 하나는 '로드 비프'인 여성과 은밀한 연락을 주고받기 위한 전화라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레전드이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레전드의 한명으로 평가받는 치퍼 존슨은 로드 비프로 만난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오다 아이를 낳았다. 그로 인해 이혼하는 과정이 미국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기도 했다.

▲ 강정호 성폭행 사태와 관련한 추정 보도가 넘치는 건 물론 바람직하다고만 볼 수 없다. 하지만, 강정호가 '통제 불능'의 문턱에 이르렀다는 점 또한 간과해선 안 된다. ⓒ연합뉴스

최근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강정호가 성폭행 혐의로 미국 시카고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뉴스가 떠들썩하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강정호는 성폭행 혐의 뉴스가 보도된 날을 비롯한 후속 경기에 흔들림 없이 나서고, 타석에서도 맹타를 때려내고 있다. 하지만, 그런 그를 지켜보는 국내 팬들의 마음은 조마조마하기 그지없다.

현재 강정호의 성폭행 혐의는 경찰 조사 중이므로 아무 것도 확정된 게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피츠버그 지역 언론 보도처럼 "경찰에 조사받는 것과 기소당하는 것은 아주 엄청난 차이"며, 강정호와 해당 여성 두 당사자 외에는 그날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또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다. 따라서 국내 언론 보도만 근거로 이번 사건을 섣부르게 단정하는 것은 부당하다.

강정호를 둘러싼 의혹과 혐의가 사실이 아니기를 그 누구보다 바란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가 무혐의로 나온다 할지라도, 강정호가 원정 경기 중 데이트 앱을 이용해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로 여성을 불러들이고, 함께 술을 마신 행위만큼은 메이저리그 사무국, 혹은 피츠버그 구단의 징계를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선수로서의 품위 손상에 따른 출장 정지 및 벌금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 선수 이미지에 흠집나는 것 또한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2년차를 보내고 있는 강정호를 비롯해, 이대호, 김현수, 박병호, 류현진 등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은 제프 베네딕트가 말하는 ‘통제 불능’의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사건이 무혐의로 결론 나더라도, 원정 경기 중 숙소로 여자를 불러 술을 함께 마신 사실 하나만으로도 강정호는 통제 불능의 환경에 살짝 발을 내딛었다고 할 수 있다.

강정호가 영화 속 조던 벨포트의 길을 가지 않길 바라며, 강정호를 비롯한 코리언 메이저리거들에게 이번 논란이 통제 불능 환경에 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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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제가 만난 스포츠 스타들은 셀 수 없이 많은 패배가 자신을 승리자로 만들어 줬다고 말합니다. [이종훈의 더 플레이어]를 통해 수많은 이들을 승리자로 만들어 준 '패배와 실패'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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