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차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발표된 11일, 이를 심의하게 되는 정부 공기업선진화추진위원회 위원장인 서울대 오연천 교수의 자격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8일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오 위원장이 금융공기업인 산업은행과 두산중공업의 사외이사를 동시에 맡고 있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두산중공업은 산업은행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인수경쟁에 뛰어든 회사다. 이는 제척 관계를 엄격하게 따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내규에도 어긋나는 것.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도 오 위원장을 엄호하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유가 있으면 해임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공기업 사장들 목날리던 강만수 "법적으로 해임권이…"
강 장관은 오 위원장에 대한 해임요구에 "법률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버티며 즉답을 피했다.
이석현 특위위원장 까지 나서서 '오 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분명히 대답하라'고 압박했지만 강 장관은 "(오 위원장의) 거취 문제는 내가 이야기 하는 것이 법률상 현재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다른 공공기관 수장들에 대한 현 정부의 직간접적 사퇴 압박과는 거리가 먼 것.
민주당 조영택 의원이 "위촉장을 장관이 수여하는데 본인이 (사퇴)거절하면 안하겠다는 건가?"라고 따져묻자 강 장관은 "위원장 지위가 아니라 산업은행 민영화와 대우해양조선 매각 참여하면 안 되는 게 맞다"면서 "오 위원장의 의사결정 참여가 적절치 않으면 회피시키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애초에 이 문제를 제기했던 민노당 홍희덕 의원이 나서자 강 장관은 "해임 사안이 발견되면 (해임)하도록 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장본인인 오 위원장이 "학자의 양심을 걸고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개인적 목적을 관철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공정성이 훼손되면 사퇴할 용의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모두 4곳의 사외이사직을 겸임하고 있는 오 위원장은 사외이사를 2곳 이상 맡지 못하도록 한 '서울대 전임교원 사외이사 겸직 허가에 관한 지침'도 위반한 상태다.
"선진화냐 후진화냐"
오 위원장이 이끄는 공기업선진화추진위원회의 불투명한 활동도 도마에 올랐다. 오 위원장은 "회의는 두번 했고 중간에 간담회를 한번 했으며 안건에 대해 자문단 회의를 계속 해왔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이에 "(오 위원장이)차관 앉는 자리에 앉아 답변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절차가 무시되고 너무 일방적으로 한나라당 맘대로 모든 게 얼렁뚱땅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날 공기업 '선진화'방안이 갑작스레 발표된 탓에 개별 기업들의 민영화나 구조조정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진행되지 못했다.
한편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이날 발표된 공기업선진화 방안에 대해 "공기업 민영화는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함에도 이런 절차와 방법에 문제가 있다"며 "공기업 선진화가 아니라 후진화"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강만수 장관은 "발표된 선진화안은 이 정부에서 모두 확실히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작업이 빨리 되면 한 달 후에는 나머지 선진화 대상기업 및 추진방법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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