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단식 성월(聖月) 라마단 종료(5일)를 코앞에 두고 대형 테러가 연이어 발생했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자칭 '건국 2주년'인 지난달 29일을 전후해 테러의 수위가 높아지는 양상이다.
지난달 28일 터키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IS에 의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45명이 숨진데 이어 1일에는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식당에서 외국인 10명을 포함해 20명이 숨지는 참극이 발생했다. 또한 3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는 IS에 의한 연쇄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125명이 숨지고 150여명이 다쳤다.
특히 방글라데시 다카의 식당 인질 테러는 IS의 전략변화를 시사한다고 미국 언론들이 분석했다. 이라크와 시리아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IS 격퇴전의 여파로 점령지 상당 부분을 잃고 세력이 약화된 IS가 아시아로 눈을 돌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글라데시 정부는 이번 사건의 배후로 자국 내 극단주의 단체 '자마툴 무자헤딘 방글라데시(JMB)'를 지목했다. 방글라데시 경찰 당국은 테러범 7명이 모두 방글라데시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JMB는 자국 내 야당 과격 세력과 관련이 있는 단체로 IS와는 관계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IS가 이번 방글라데시 테러에 얼마나 깊숙이 직접 개입했는지 정확한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IS가 사건 직후 테러를 벌인 조직원들의 얼굴 사진 등 신원을 공개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테러 용의자들이 테러 현장 사진을 시리아나 이라크에 있는 IS 전사들에게 전송하는 등 JMB와 IS의 연계설이 힘을 얻고 있다. 방글라데시 내의 IS 추종세력을 통해 발생한 테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서방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IS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고 자금도 말라간다"며 "방글라데시 같은 국가 내 이슬람 단체들과 연계를 맺어 현지에서 저렴한 비용을 테러를 일으키도록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리인들을 통해 테러를 저지르는 IS의 전략변화가 지난달 터키 이스탄불 공항 테러에 이어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탄불 공항 테러도 IS 체첸 분파를 이끈 인물이 조직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방글라데시 사건은 아시아로까지 IS의 테러 위협이 확장되는 조짐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IS는 지난달 29일 공개한 '2014년 6월29일 칼리파 국가 선언 이후 2년간 IS의 확장'라는 제목의 조직도를 공개하고 점령지인 시리아와 이라크를 포함해 전 세계 12개국에 본부 또는 지부를 두고 있으며 7개국에는 비밀부대를 주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IS는 주요 관리(Major Control) 국가로 시리아와 이라크 등 2개국을, 중간 관리(Medium Control) 국가로 리비아와 나이지리아, 이집트, 예멘, 체첸, 다게스탄(러시아령 자치공화국), 아프가니스탄, 니제르, 필리핀, 소말리아 등 10개국을 들었다.
또 알제리와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방글라데시, 레바논, 튀니지, 프랑스 등 7개국을 비밀부대(Covert Units) 주둔 국가로 꼽았다.
한편 방글라데시 테러로 많은 희생자를 낸 이탈리아와 일본 정부는 강력한 대응을 선언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2일 "우리의 의무는 테러범들에게 더 큰 힘으로 응답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통한의 극치"라며 "보편적 가치에 대한 도전으로, 단호히 항의한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