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7조원의 새만금 투자 계획을 철회한 삼성그룹 측이 송하진 전북도지사에게 면담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29일 민선 6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삼성그룹의 사장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면서 "조만간 삼성측을 만나 투자 관련 전반에 대한 사실 관계를 따져 묻겠다"고 밝혔다.
삼성 측의 면담 제안은 그동안 송하진 도지사가 여러 차례 삼성의 고위층을 만나고 새만금 투자를 요청하는 친서를 삼성 이재용 부회장 측에 전달한 데 따른 답변으로 보인다.
송하진 도지사는 이에 따라 "늦어도 두달 이내에 삼성측과 만나 당시 갑작스러운 투자계획 발표의 진실과 실제 투자를 철회했는지 등 사실 관계 전반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들을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애초 삼성그룹은 2011년 4월 27일 국무총리실, 농림수산식품부, 지식경제부, 전북도와 함께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새만금 지구 11.5㎢(350만평) 부지에 2021년부터 20년간에 걸쳐 풍력, 태양전지, 연료전지 등을 포함한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1차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7조6천억원을 투자해 풍력발전기, 태양전지 생산기지, 그린에너지 연구개발(R&D) 센터 등을 구축하기로 했다.
전북도는 2, 3단계 투자까지 순조롭게 이뤄지면 투자 규모가 20조원을 넘고 2만명 이상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도내 곳곳에 축하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그러나 삼성은 이후 5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최근 상무급 임원들을 전북도에 보내 '내수 부진과 세계 경기침체 등으로 새만금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새만금개발청도 삼성이 '기존에 체결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철회한 것은 아니지만 2011년 당시 투자를 결정했던 풍력발전과 태양전지 사업은 사업성 부족으로 철수한 상태'라며 사실상 투자 백지화를 인정했다.
삼성그룹의 사실상 투자 철회를 놓고 도내 일각에서는 삼성이 실질적인 투자계획이 없는 데도 '말 못할' 다른 이유로 투자양해각서 체결로 내몰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팽배했다.
삼성의 투자계획이 발표된 당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이전을 놓고 경남과 전북이 심각한 갈등을 겪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LH를 경남으로 일괄 이전하는 대신 격앙된 전북도민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삼성이 새만금에 투자하도록 했다는 '빅딜설'이 폭넓게 회자했다.
당시 삭발까지 하며 강하게 반발했던 김완주 전북도지사는 그러나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삼성이 앞날을 위해 기업적인 측면에서 결정한 것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방이전 문제와 전혀 별개다"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투자 무산으로 이어지자 전북도는 그 당시 삼성의 투자계획에 관한 '진실'을 파헤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송 지사와 삼성 고위층과의 만남에서는 투자양해각서가 체결된 경위, 공식적인 투자 철회 여부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송하진 도지사는 "사회적·윤리적 책임감이 강한 삼성이 새만금 투자에 대해 왜 혼선을 빚었는지, 진실이 궁금하다"면서 "만남의 시기, 방법, 내용 등을 놓고 내부적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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