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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역사에 죄를 지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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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 대통령, 역사에 죄를 지을 것인가"

[인터뷰]이용섭 의원 "총체적 난국에 부동산까지 요동치면…"

"부동산 투기는 괴물과 같아서, 한번 우리를 빠져 나오면 도로 집어 넣기가 너무 어렵다."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고물가)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가 종합부동산세 완화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강남 등 '버블 세븐'을 중심으로 부동산값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종부세, 양도세, 재산세 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금 부담을 줄여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부동산 세제 개편이 안정기조에 접어들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자극해 '부동산 불패 신화'를 이어가게 만들 것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이 싸움의 선봉에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국세청장, 청와대 혁신수석,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그는 지난 2006년 부동산 광풍이 다시 일자 '구원투수'로 건설교통부 장관에 임명됐다. 그리고 분양가 상한제 등 투기억제책을 관철시켰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제 전문가인 그는 정부와 여당의 종부세 완화 방안에 대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한다. 전국민의 2%에 해당하는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점도 큰 문제지만, 노무현 정부에서 큰 사회적 비용을 치루고 도입한 투기억제책이 유명무실화된다는 점에서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노 전 대통령이 "부동산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다"고 시인했던 듯이 시장의 거센 반발에 굴복해 부동산 정책을 후퇴시켰다가 혹독한 댓가를 지불했다. '세금폭탄'이라는 보수층의 반발을 누르고 도입된 것이 종부세·양도세 강화 정책과 분양가 상한제다.
▲ 이용섭 의원. ⓒ프레시안

이 의원은 "지금 총체적 외교적 난맥상인데 여기서 집값까지 오르면 어떻게 되나"며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가뜩이나 물가 불안으로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운데 여기에 부동산 시장까지 요동을 치면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 의원은 또 국가재정에 대한 청사진 없이 마구잡이로 감세정책을 남발하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세금은 풍선과 같아서 부유층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면 결국 다른 계층이 이를 보전해야만 한다. 한나라당은 법인세, 소득세 완화가 중소기업과 중산층·서민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초과누진세율이 적용돼 결국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것은 대기업과 소득이 높은 계층이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이 이런 착시현상을 이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현 경제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의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관도 해보고, 청와대 수석도 해봤지만, 대통령제에서 참모 역할은 한정된다.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대통령의 인식과 생각이 바뀌면 추가적 예산 조치나 민생정책이 없어도 상당 부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이 버려야 중요한 편견 중 하나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경쟁 의식을 꼽았다.

33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18대 국회에 입성한 그는 비교적 빨리 '야당 정치인'으로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종부세 등 '감세 논란'이 일면서 전문성에 기반해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정책의 문제를 조목조목 따져 묻고 있다. 촛불집회에 참석해 경찰의 분말 소화기 세례를 받기도 했다. 그는 "과거 성공 경험이 미래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는 토플러의 말을 인용했다. 80여 석 밖에 안 되는 '소수 야당'으로 민주당과 이명박 대통령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다음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문이다.

강 장관 안 바꾸고 신뢰가 회복되겠나

프레시안 : 오늘도 민생안정 특위에서 여러 장관을 상대로 질의했는데, 공수가 전환됐다. 소회가 어떤가?

이용섭: (장관들이) 저 정도 밖에 못하니 싶어 안타깝기도 하고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너무 쉽게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지는 것 같아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프레시안 :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경질론이 여전히 강하다.

이용섭: 경제정책은 신뢰를 먹고 사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신뢰를 잃어버리면 성공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신뢰의 상당부분은 경제정책수장에게서 온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신뢰를 받고 국민들이 '저 분 이야기대로 국가정책이 실천되면 경제 발전하겠구나' 하는 믿음 가지면 경제는 성공한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정책을 써도 중간에 바뀔거야' 하고 인식하면 실패한다.

강 장관을 경질하지 않고 우리 경제를 바로세울 수 있을까 하는 건 각자가 판단해보면 잘 알 수 있는 것이다. 아쉬운 부분은 나도 공직생활을 33년 하다가 나왔는데, 공직은 헌신, 봉사, 절제하는 자리다. 하고 싶은 것, 먹고싶은 것, 가고 싶은 것, 다 참아야하는 게 공직자의 길이다. 명예와 보람을 먹고 살아야 되고 이익보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데 저렇게 앉아계신다고 보람과 가치를 추구할 수있을까.

프레시안: 이 대통령 인재 풀을 볼 때 강 장관을 경질해도 비슷한 사람이 오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용섭: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10년 동안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정권을 잡아서 양대 정권에서 일하지 않은 괜찮은 분들만 찾으려면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10년 동안 일한 많은 사람들이 현재도 이명박 정부에서 일하고 있다.

문제는 아주 훌륭한 사람을 찾겠다는 자세다. 우리나라 최고 재벌 오너가 아들한테 말해준 게 딱 두 가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첫째는 경청이고, 둘째는 삼고초려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훌륭한 인재는 어떻게든 모시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지난 7.7개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비판을 한다. 바꾼 장관이 세 명이라 숫자가 적다는 것도 있지만 강 장관을 바꿨으면 비판이 줄었을 것이다. '왜 안 바꿨을까' 궁금하더라. 그런데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 대통령은 '나도 고심했다. 경제정책 일관성 연속성 위해 두는 것이 불가피하다. 강 장관을 도중하차시키면 차질이 온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더욱 이해가 안갔다. 국민의 요구가 처음 3,4개윌의 경제정책이 잘못됐으니 그걸 단절하고 새롭게 가라는 것인데 대통령은 단절하면 안 된다고 말하니 이해가 안 간다.

세금은 풍선과 같다

프레시안: 정부 여당에서 각종 감세 정책이 쏟아져나오는데 현 위기 국면에 적합한 정책인가

이용섭: 민주당이 감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이 어려우면 세금을 경감할 수 있다. 그런데 감세 정책은 배분 문제다. 세금으로 재원을 조달하냐, 국채로 조달하냐. 세금으로 재원을 조달하면 있는 계층에 세금을 매기냐 아니면 없는 계층에 메기냐. 세금은 풍선과 같다. 이쪽을 누르면 저쪽이 튀어나오게 되어있다.

감세 정책을 위해선 원칙과 뚜렷한 기준이 있어야 하고 우선 순위가 있어야 한다. 물가폭등으로 중산서민층이 어려우면 그 중산서민층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감면정책은 있는 사람만 대상으로 한다. 종부세는 2%만 대상으로 하고 재산세도 지금 감면안을 보면 6억 원 이상 있는 계층만 혜택을 본다.

법인세 감면도 사실 대기업을 위한 것이다. 과세 대상 이익의 80%가 대기업이고 중소기업은 20%밖에 안 된다. 우리 법인세율이 OECD 기준에서 낮은 편이다. 물론 세계가 외국자본의 투자유치를 위해 조세 경쟁을 하니까 다른 나라보다 낮게 가는 게 좋다. 그러나 그 비교 대상이 아일랜드, 싱가포르, 스위스 등이 될 수는 없다. 이 나라들은 인구가 몇백 만 밖에 안 되고 국방 부담도 덜한 나라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혜택이 가게 13% 세율을 적용하는 과표 금액을 1억 원에서 2억 원으로 올리면, 이게 중소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도 2억 원까지는 그 혜택을 본다. 그리고 초과분도 세율이 줄어든다. 결국 대기업이 가장 많은 혜택을 본다.

다들 어렵다면 여유가 있는 쪽에서 더 부담하는 게 맞지 않나. 그게 노블리스 오블리쥬를 실천하는 길이다. 지금 연탄값도 올라가는데 부유층이 세금을 많이 내서 살기가 어렵나? 집권 정당이고, 대통령이면 자기 지지계층이 아니더라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치해야 한다. 그럼 면에서 감세 정책을 하라면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종부세 완화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자 한나라당이 당론이 아니라고 한 발 물러서는 것 같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제출한 개정안의 문제점이 뭔가?

▲ ⓒ프레시안

이용섭 :
한나라당은 처음에 이종구 의원이 내놓은 법안이 자기들 안과 비슷한 것처럼 말했었다. 그런데 비난이 많아지니까 개인 의견이라더라.

종부세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투기를 근절하고, 부동산이 재산증식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하는 조세제도다. 일반 국민과는 상관없다. 전체 세대 2%만 과세하는 것이다.

과표를 6억에서 9억으로 올리면 일단 과세대상이 2/3로 줄어든다. 특히 세대별 합산에서 인별합산으로 가면 불법 증여가 난무할 것이다. 집이 두채 있다면 부부가 9억, 9억으로 지분을 나눌 것이다. 부부가 18억까지는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또 부부 사이에는 6억까지 증여세가 안 붙는다. 그러면 15억 원까지는 증여세도 안 문다. 물론 '우리는 종부세를 0.5%에게만 과세하겠다'고 하면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세금이 안 나오면 근로소득자 등이 그만큼을 메꿔야 한다.

서울에 살면 자산가를 쉽게 봐서 그렇지, 내 지역구인 광주 같은데 가면 3억 이상 아파트 찾기도 어렵다. 한나라당은 내심 종부세를 없애고 싶지만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안 돼 없애진 못하니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물론 세금 내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혜택을 본 사람들이 세금 내야한다. 부시 미 대통령이 상속세를 없앤다고 했을 때 미국 부자들은 어땠나. 빌 게이츠의 아버지, 워렌 버핏 등이 난리가 났었다. 미국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해서 우리가 돈을 벌었다. 그래서 환원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 세금을 많이 내는 것 때문에 부자들이 존경 받는 것인데 그 기회를 뺐는다는 이유였다. 우리나라 부자들도 이러면 안 되나?

그리고 종부세 없애면 집값 상승과 사회적 혼란 불러 일으킨다. 지금 총체적 외교적 난맥상인데 여기서 집값까지 오르면 어떻게 되나? 그 사람들이 규제라고 주장하는 것을 통해서라도 부동산은 잡아야 한다. 상당 부분 세금이 그 역할을 해준다. 오늘 강만수 장관이 '조세제도가 부동산정책에 이용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말하더라. 상당히 우려스럽더라.

정부와 여당은 '보유세, 양도소득세 내린다. 재개발 재건축 규제 안 한다. 분양가 상한제 완화한다'면서 뭐든 다 완화해놓으려고 한다. 이러다가 부동산 불패 신화라도 부활하면 어떻게 하나?

참여정부 때 지불한 사회적 비용, 물거품으로 만들지 말아야

프레시안: 부동산 세제 개편과 관련해 정부 여당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명분이 부동산 시장 침체다. 자산 가치의 붕괴로 인해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용섭: 물론 부동산 시장이 붕괴돼서 건설업체가 부도 나고, 가계부채가 연체돼서 금융사에 타격을 주면 안 된다. 그래서 정책을 시행할 땐 중간에서 왔다갔다해야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보유세는 무겁게 매기고 거래과세는 가볍게 하자는 것이다. 부동산을 불필요하게 많이 가지고 있으면 세금을 많이 매기는 대신, 시장에서 거래는 확산시키자는 것이다. 과거 취득세가 5%인데 참여정부 때 2%로 내렸다. 지금도 1% 수준으로 내려야 된다고 본다.

하지만 양도세는 거래세가 아니라 소득세다. 지금 양도세를 내리자는 주장은 팔고 싶어도 차액의 절반을 가져가는데 어떻게 파냐는 지적이다. 이건 양면적이다. 양도세를 내리면 거래가 활성화될 수는 있지만, 데 역시 '부동산 만한 것이 없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차액의 상당부분을 세금으로 가져가야 '역시 부동산으론 재산등식이 안 된다'는 쪽으로 간다. 그러나 1가구 1주택에 대해선 양도세를 일부 인하할 수 있다고도 본다.

프레시안: 참여정부 때도 건설 경기 침체 문제로 한동안 각종 부양책을 쓴 적이 있다. '버블 세븐'이란 말도 그때 나왔다.

이용섭: 안정이 중요하냐 활성화가 중요하냐는 것인데 둘 다하면 좋지만 모든 정책은 선택의 문제다. 참여정부 때도 이러다가 시장이 죽는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럴 땐 최고 통치권자가 결단을 내려야하는 것이다. 환율 문제도 마찬가진데 (현 정부는) 고환율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사실 참여정부가 (부동산에 관한) 비용은 다 지불했다. 그 과실을 따먹지 못하면 도로 후퇴하는 것이다. 그 비용을 엄청나게 지불했는데 결실을 가져오려면 부동산 안정기조를 확실히 정착시켜야 한다. 정착시키고 나면 그다음에 좀 풀어줘도 된다. 정권이 바뀌지 않았다면 안정기조가 정착이 됐을 수 있다고 본다. 왜 정착이 안 되는가? 대선 때부터 '우리(한나라당)가 되면 부동산 규제를 다 풀어주겠다'는 생각을 시장에 심어줬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참여정부 때 비용을 다 지불했다고 말했는데, 그때도 종부세부터 각종 대책을 다 썼는데 통하지 않다가 결국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즉 유동성 부분에 대한 수요 조절이 먹힌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용섭: 중병에 걸린 환자가 여러 약을 먹으면서 치료를 받고 나았다. 마지막에 먹은 약만 통했다고 말할 순 없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공급확대. 물론 바로 시장에 물량이 많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어느 시점에 얼만큼이 풀린다는 것이 예고됐다. 둘째가 투기수요 억제인데 대표적인 게 방금 말한 LTV, DTI 규제와 재건축 재개발 규제와 분양가 상한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큰 업적이라고 자신하는 것이 거래의 투명성이다. 지금 국토해양부 사이트 들어가면 내 집이 실제 얼마에 사고 팔리는지 다 나오고 그게 등기에 기재된다. 이런 투명한 자료를 가지고 분석해 대책을 만든 것이다.

이런 것들이 다양하게 한꺼번에 효과를 미친 것이다. 물론 너무 규제가 세면 완화할 수도 있고 정권교체가 그런 기대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걸 바꾸려면 공정한 절차, 투명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지금 광풍 몰아붙이듯이 하니까 문제다.

프레시안: 정부에서 분양가 상한제도 탄력화 움직임이 보인다

이용섭: 수도권에선 택지가격이 건축비보다 중요하다. 참여정부 때는 상한제에서 택지비를 감정가로 맞췄다. 그런데 국토부에서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택지비를 매입가로 하겠다는 것이다. 과거에 건설업체들은 수도권에 땅이 생기면 값과 상관없이 무조건 샀다. 분양가에 얹어버리면 되니까. 이 정부에서 매입가를 인정해버리면 이런 사태가 다시 생기고 분양가 상한제가 무력화된다.

프레시안: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을 점유하고 있다. 어쨌든 정부 여당이 밀어붙이면 의석 분포상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이용섭: 아니다. 정치가 달라졌다. 예전에는 과반수 당에서 통과시키면 됐다. 그런데 이제 국회 밖 시청 광장, 청계광장에 원외 정치인이 수백만이다. 한나라당이 옳지 않은 일을 밀어붙이고, 민주당이 옳은 일을 하면 원외 수백만의 정치인이 우리를 지지할 것이다. 국민의 마음을 얻으면, 쉬운 일은 아니지만 80석으로도 견제할 수 있다. 이미 촛불이 한반도 대운하를 저지시켰고 대통령의 두 번 사과와 대미 추가협상을 이끌어냈다.

프레시안: 한나라당에서 중산층과 서민용으로 내놓은 것이 소득세 개편안이다.

이용섭: 법인세랑 같은 시스템인데, 과표가 제일 낮은 계층의 세율을 낮추면 그 계층만 혜택 받는 것이 아니라 소득이 가장 많은 사람이 가장 큰 혜택 본다. 최저세율 적용 기준이 2000만 원이라고 하고 내가 연봉이 1억이라면, 나도 2000만 원까지는 그 최저세율의 적용을 받는다. 법인세와 마찬가지로 초과누진세율인데, 이게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물론 세금 낮춰 주면 좋다. 하지만 고령화, 양극화, 환경 문제에 대한 지출이 필요하다. 국민들한테 앞으로 5년간 필요한 돈이 얼만데, 들어올 돈이 얼마고, 부족한 것은 국채발행하고, 남는 돈이 있으면 이건 어디다 쓴다는 재정수요에 대한 청사진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것 없이 감세안이 쏟아지는 게 문제다.

추진력은 방향이 옳을 때만 장점이 된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경제 위기설이 그치지 않는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소에서 나온 보고서에는 한국의 스태그플래이션 진입 가능성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고 나왔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용섭: 경제 3대 축이 무너지고 있다. 먼저 성장과 일자리, 성장은 하반기에 3%대 고용 증가도 20만 자리 정도에 불과하다. 두 번째 물가가 재앙수준으로 폭등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5년 평균 2.9%올랐다. 그런데 이번 6월에 5.5%를 기록했다. 그리고 10년 넘게 흑자를 기록하던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다.

이게 고유가, 고원자재가 때문에 그런가. 그건 다른 나라도 다 똑같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대통령의 리더십이 부족하다. 두 번째는 경제정책의 방향이 잘못됐다. 대전에서 서울로 달려야하는데 거꾸로 대구로 달린다. 추진력은 방향이 옳을 때만 장점이 된다.

대통령의 인식과 생각이 바뀌면 추가적 예산 조치나 민생정책이 없어도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다. 내가 장관도 해보고, 청와대 수석도 해봤지만, 한국 같은 대통령제에서 참모 역할은 한정된다.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개별 정책, 무슨 쇠고기 협상 하나가 잘못돼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의 기본적 인식이 안 바뀌면 문제는 계속 터진다.

프레시안: 노무현 정부 때도 경제 문제를 이야기하면 김대중 정부의 힘든 유산, 카드문제 때문에 어렵다고 많이 강조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잘못한 게 많다 하더라도 불과 몇 달만에 이 대통령 때문에 이렇게 됐을까? 참여정부의 부채는 없을까?

이용섭: 상당 부분은 대외적 요인이 크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통치차원의 범퍼가 있다. 노무현 정부는 대선에서 패했으니 어쨌든 정치적으로 실패했다. 하지만 국가발전 방향은 옳았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은 방향이 안 맞는다. 한반도 대운하, 분배 무시한 성장, 국민에게 밀리면 안 된다는 인식이 모두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또 이명박 정부는 편법과 변칙이 많다. 상당 부분의 문제가 불투명에서 나온다. 혁신도시 안할 것 처럼 이야기하다가 지방에서 들고 일어서니까 한다고 한다. 대운하는 물류 때문이라 고하다가 관광 때문이라다가 결국 그만뒀다. 시장을 궁금하게 하고 불안하게 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이 대통령, 'ABR'의 틀에서 벗어나야

프레시안: 민주당에 아직 야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다. 이 의원은 장관 출신인데도 야당 생활에 잘 적응한다는 평가다.

이용섭: 정치에 잘 적응한다면 그건 욕인가(웃음). 민주당이 바뀌어야 한다. 참여정부가 강조했던 것이 혁신이다. 앨빈 토플러는 과거 성공경험이 미래의 가장 큰 위험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CEO로 성공했다고 대통령직을 그렇게 수행하면 국민이 불행해진다.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우리 당도, 여당일 때도 물론 잘못했지만, 여당 때와 똑같으면 안 된다. 야당답게 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물리적으로 뭘 어쩌자는 것이 아니다. 철저하게 정책정당, 대안정당이 되야 하고 그 과정에 야성이 플러스 되야 한다.

프레시안: 행자부(현 행정안전부) 장관 출신 야당의원으로 촛불집회 가서 경찰에게 분말 소화기 세례를 받았을 땐 어떤 기분이었나.

이용섭: 나는 분명히 폭력집회와 불법집회는 반대하는 입장이긴 하다. 민주당이 촛불집회에 처음부터 나섰으면 두달간 진행되지도 못했고, 이런 성과를 낳지도 못했을 것이다. 국민들이 주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난 위기의식을 느꼈을 때 나갔다. 행자부 장관을 해봤지만 국가나 경찰 입장에서는 집회를 어떻게든 끝내야 된다. 정부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것은 폭력집회로 바뀌어 진압의 명분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촛불집회는 폭력집회가 아니다. 두달 동안 수만 명이 모이는데 하루에 열 명, 스무 명이 폭력쓴다고 그게 폭력집회가 되나? 그리고 이 촛불집회의 정당성은 이 대통령이 확고하게 인정했다. 대통령이 청와대 뒷산에 올라 집회를 보고 반성하고 미국하고 추가협상을 했다. 그러면 이 정당성은 확고한 것이다.

프레시안: 청와대 혁신수석 출신인데, 노무현 대통령 측의 자료 유출 논란으로 전 혁신비서관들이 현 정부로부터 고발당했다. 여권에서 노 전 대통령의 정치재개를 우려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용섭: 이 대통령이 빨리 참여정부를 경쟁대상에서 지우고 ABR(Anything But Roh, 노무현과 무조건 반대로)의 틀에서 벗어나야한다. 우리도 장관해봤지만 후임자 잘못 만나면 골치 아프다. 전임 대통령에 대한 예우라는게 있는데 이런 식으로 밖에 대응 못하는지….

노 전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분이 절대 아니다. 다만 한국사회에서 전직 대통령이 가진 정치적 상징성 정도는 있겠지. 그리고 그 분이 뭘 잘못하면 아무리 정치를 하려고 해도 효과가 없을 것이고, 그 반대면 아무리 정치를 피하려고 해도 한 마디만 하면 효과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사람 사는 세상이다. 본질적으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성과 예의범절을 버리면 안 된다.

프레시안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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