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대북특사로 파견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꼬일대로 꼬인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제기된 일종의 '깜짝카드'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특사직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다, '박근혜 특사'가 실현된다고 하더라고 경색 일로를 달리고 있는 남북관계를 감안하면 그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본전도 찾기 힘든 대북특사, 박근혜가 받을까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은 23일 "박희태 대표는 최근 꼬인 남북관계를 풀어내고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한 북 측의 명백한 사과와 향후 조치를 받아내기 위해 한나라당에 계신 훌륭한 정치인을 대북 특사로 파견하도록 대통령에게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 대변인은 "유력한 대북특사로 박근혜 전 대표를 언급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기자들이 알아서 생각하라"면서 부인하지 않았다. 차 대변인은 "빠른 시일 내에 박희태 대표가 말할 것으로 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희태 대표 본인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남북관계를 위해서는 필요한 모든 접촉과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는 것이 당의 지침"이라면서 "특사가 어떻겠느냐고 해서 그런 방법 중 하나로 검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특사 '환상'?
최근 정치권과 일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북한에 특사를 보내 꼬인 남북관계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북측이 남측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사를 받아들일지가 미지수이고, 설령 특사 파견이 이뤄진다고 해도 금강산 사건에 대한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남측과의 공동조사'라는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게 중론이다.
북측은 오히려 남쪽에서 온 특사에게 이명박 정부가 6.15 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특사는 빈손으로 귀환할 수밖에 없고, 한나라당은 오히려 보혁 양측 모두로부터 정치적인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박희태 대표가 이처럼 리스크가 많은 대북 특사 카드를 꺼낸 것은 금강산 사건에 대해 한나라당도 뭔가를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국내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특사론의 진정성을 보이고 분명한 수확을 얻으려면 6.15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존중 약속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는 "헨리 키신저가 중국에 특사로 가서 데탕트를 이끌고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이 주미 소련대사관에 특사로 파견되어 쿠바 미사일 위기를 해소한 것 같은 역사가 특사에 대한 환상을 심어줬다"라며 "그러나 역사적으로 특사는 실패했던 적이 더 많고, 남북관계가 좋았던 지난 10년에도 실패한 특사의 사례가 있다"라며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꽉 막히고 북미관계가 급진전되는 지금의 상황에서 북한은 남쪽에서 온 특사를 실패한 특사로 만들 가능성이 더 높다"라며 "차라리 북한에 지속적인 사과 요구를 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신중한 청와대 "박근혜 특사설? 아직까지는…"
청와대가 한나라당의 기류에 대해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신중한 반응을 보인 것도 이런 점들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박근혜 특사설'에 대해 "당에서 논의할 수는 있겠지만, 아직까지는…"이라고 말을 흐렸다.
이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 내에서 나오고 있는 '박근혜 특사설'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원래 (당과 청와대 사이에) 속도차이라는 게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이 같이 답했다.
대북특사 제안 자체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아직 거론되지 않았다"며 "조만간 열릴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대표의 정례회동 때 두 분이 말씀하실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일체 공식-비공식적으로 청와대 내에서 논의된 바가 없었다"면서 "수석비서관 회의 등에서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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