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이 "20대 국회 내에서 개헌을 끝냈으면 좋겠다"고 밝힌 가운데, 새누리당 내에서도 개헌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16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범국민적 공론 과정을 거치지 않은 여의도(정치권)만의 개헌 논의는 별 의미가 없다"며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한편, 개헌론자인 김무성 전 대표와 가까운 비박계 김성태 의원은 같은 날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며 "논의의 장이 열리면 김무성 전 대표도 뛰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서 "지금 곧바로 개헌 논의에 들어갈 만큼 국민적 관심과 합의가 이뤄져 있는지 한 번쯤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87년 헌법 체제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데는 개인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정치인 몇몇이 주도하는 개헌 논의는 과거의 경우 필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지금 경제 살리기, 청년 일자리, 먹고사는 문제, 고단한 삶의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개헌 논의가 여러 현안 의제들보다 우선순위가 될 경우 과연 국민적 동의와 추동력을 담보 받을 수 있겠나"라고 주장했다.
'개헌은 모든 경제·사회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는 청와대와 발을 맞춘 듯한 모습이다.
친박계 이장우 의원 또한 전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박근혜 정권의 개혁 정책이 가속력을 받아야 하는데 개헌 이슈가 모든 문제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비박계 김성태 의원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와 한 인터뷰에서 "대통령 때문에 국회가 개헌 논의에 인색해질 필요는 없다"면서 "대한민국 시대 상황이 개헌을 필요로 하는 시기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도 개헌 논의를 할 거라면 한시라도 빨리 논의의 장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김무성 전 대표는 개헌의 필요성에 오래전부터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김 전 대표도 개헌 논의가 본격화하면 개헌 논의의 장에 뛰어들 것"이라고도 했다.
비박계 나경원 의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87년 체제의 산물인 헌법은 정치적으로나 내용에서 그 수명을 다했다"면서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권력 및 정치 체제를 바꾸는 것은 물론 시대의 변화에 따른 기본권 조항의 개정도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처럼 겉보기에는 개헌 논의를 둘러싼 친박계와 비박계의 입장이 반대와 찬성으로 양분되는 모습이지만, 친박계 일각에서도 권력 연장을 위한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는 점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굳이 구분하자면 '개헌은 블랙홀'이라는 주장은 국정 운영을 주도하고 있는 청와대에 입장이며, 마땅한 차기 대통령 후보가 없는 친박계로선 권력 구조를 바꾸는 개헌 통해 계파 이해를 높이고자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친박계 정종섭 의원이 전날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주장한 것도 이런 배경 속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정 의원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이원정부제로 가야 하며, 이런 방향으로 개헌하려면 내년 유력한 대선 주자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에 논의를 해야 한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현행 정치체제는 대통령 한 사람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돼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라는 극단적 정치 대립을 낳았다는 데 정치권과 학계가 공감하는 만큼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는 작업을 빨리 시작하면 연내 개헌도 가능할 것이라고도 했다.
새누리당 친박계 홍문종 의원 또한 정 의원과 마찬가지로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 필요성을 주장하며 동시에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 '띄우기'에 앞장서, 친박계의 차기 집권 플랜(계획)이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 조합일 수 있음을 시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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