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성폭행과 성매매 강요 주장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가 오히려 무고와 아동 학대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세 모자 사건' 배후 조종 무속인에게 법원이 검찰의 구형량(징역 8년)보다 많은 중형을 선고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6단독 김승주 판사는 7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세 모자 사건의 어머니 이모(45·여) 씨를 배후 조종해 무고 교사죄 등으로 기소된 무속인 김모(56·여) 씨에게 징역 9년을, 무고와 아동복지법 위반죄 등으로 기소된 어머니 이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증거와 수사 자료 등을 통해 피고인들의 공소 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며 "학대 피해를 당한 아이들은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오랫동안 피해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인생이 부서진 것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고 김 피고인이 상당 부분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 구형량보다 중형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 "무고는 가장 질이 나쁜 사건으로 엄벌하지 않으면 앞으로 발생할 범죄와 피해를 막을 수 없다"며 "김 씨는 깊은 반성을 하지 않고 피해 회복 노력도 보이지 않아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어머니 이 씨가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펴며 오히려 김 씨를 보호하는 취지의 진술을 계속했지만, 아이가 처벌을 원치 않은 점 등을 양형에 참작, 구형량(징역 4년)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항소심에서는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선처를 바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남편이 자신과 10대 아들 2명에게 흥분제 등을 복용하게 한 후 성폭행, 성매매를 강요했다고 주장하나 검사 결과 아이들에게서 성범죄 피해 특이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세 모자와 피고인들에게서 마약 성분이 발견되지 않은 점, 이 씨의 진술 일관성이 부족한 점, 수사 기관 조사에 대비해 무속인 김 씨가 이 씨의 아이들에게 진술 연습을 시킨 점 등도 이 씨의 성폭행 피해 고소를 허위라고 판단한 객관적인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무속인 김 씨가 배후 조종했다는 유죄 판단 근거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 씨 부부는 시아버지에게서 50억 원을 증여받아 2008년부터 처분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 씨는 남편과 이혼 소송을 벌였고 재산 처분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에 김 씨가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무렵 이 씨가 남편을 허위 고소했는데, 김 씨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
김 씨는 이 씨에게 "할아버지신의 명령"이라며 남편과 시아버지 등 44명으로부터 성폭행당했다고 허위 고소하도록 강요하고, 이 씨가 말을 듣지 않으면 "할아버지신이 노여워하면 죽을 수 있다", "인연을 끊겠다"며 자신의 지시를 따르도록 강요하거나 협박했다는 것이다.
경찰 조사를 앞둔 이 씨 아이들에게는 "바지에 오줌을 싸라", "여경과 성관계를 갖고 싶다고 말하라"고 지시하고 연습시키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씨 부부의 재산을 노린 김 씨의 범행으로 "시아버지에게 증여받은 이 씨 부부의 부동산 50억 원 중 상당액은 수년에 걸쳐 김 씨에게 넘어가 부부는 재산을 탕진했다"며 "이후 이 씨는 콩나물을 팔며 생활했고 목사인 남편은 50만 원이 없어 노역장에 유치되기도 했다"고 피해 실상을 소개했다.
이 씨의 친정 가족은 선고 후 "(무속인 김 씨는) 징역 9년도 짧다. 10년간 연락도 못하고 지냈는데 어쩌다 이런 일에 휘말려 가지고 답답해서 말도 안 나온다"며 분통을 떠뜨렸다.
이 씨는 지난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남편과 시아버지 등 44명에게서 성폭행당했다며 36차례에 걸쳐 수사 기관 11곳에 허위 고소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 기소됐다.
10대 아들 2명에게 성범죄 관련 내용을 주입해 허위 진술을 하게 만드는 등 정서적 학대를 하고 학교에 보내지 않아 교육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혐의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무속인 김 씨는 이 씨 부부의 재산을 노리고 이 씨 등 세모자를 배후에서 조종해 허위 고소하게 한 사실도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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