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어버이연합 차명 계좌에 지원한 자금이 전경련 소속 회원사들이 마련한 '사회 협력 기금'에서 나왔다는 취지를 19일 우회적으로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전경련이 '휴면 법인'에 돈을 지원한 배경을 두고 외부 압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내 '어버이연합 등 불법 자금 지원 의혹 규명 진상 조사 태스크포스(TF)' 소속 이춘석 위원장과 박범계 간사 등 8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을 방문해 이승철 상임 부회장과 박찬호 전무 등을 만났다.
박범계 의원은 전경련을 만난 뒤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전경련이 구체적인 현안은 확인해주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1년에 170억 원 규모의 사회 협력 기금을 조성해 국제, 사회, 홍보 분야 등으로 나눠 통해 (각종 단체를) 지원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사회 협력 기금'은 주요 대기업 등 전경련 회원사 100개 단체가 마련한 회비로 운영된다. 사회 협력 기금을 지원받으려는 단체가 협찬을 요청하면, 전경련이 심사한 후에 임원 회의에서 지원 여부를 결정하고, 기금을 집행하고, 집행한 내역을 평가하며, 회원사에 분기별로 집행 내역을 보고하는 6단계 절차가 있다고 전경련 측은 밝혔다.
전경련 측은 또 "사회 협력 기금을 심사할 때는 협찬을 신청한 단체의 인터넷 홈페이지도 심사 자료에 포함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박범계 의원은 "어버이연합의 위장 계좌는 '벧엘 복지 선교 재단'인데, 이 재단은 홈페이지를 열어봐도 상법상의 휴면 법인으로 완전히 업무를 안 하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어떻게 전경련이 이런 휴면 법인에 2012년부터 3년간 5억 2300여만 원을 지급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박범계 의원은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자발적으로 자금을 지원한 것이 아니고,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 지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러한 질문을 받은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은 "이 사건이 사회 문제가 돼서 불편하다"고만 말하고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어버이연합 게이트'가 불거지자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에 배당됐지만, "검찰에 전경련이 소환받거나 자료를 요구받은 적이 있느냐"는 TF 위원들의 질문에 전경련 측은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박범계 의원은 "전혀 수사가 이뤄지지 않다고 볼 수밖에 없는 단면"이라고 비판했다.
박범계 의원은 "전경련이 사회 협력 기금을 집행한 이후에 결산서, 영수증을 증빙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답했다"면서 "어버이연합과 관련된 평가 서류 등도 보존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회 차원에서 국민의당과 공조만 되면, 전경련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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