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17일(현지시간) "북한 김정은과 대화할 것이며 그와 대화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에게 핵프로그램을 중단하라고 말할 것"이라며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대북 정책의 큰 변화를 수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의 구체적인 대화 계획을 밝히지 않아 원론적인 언급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다만 중국을 더 압박해 북한을 변화시키겠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미국은 중국에 대해 엄청난 경제적 파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 많은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는 이를 김 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하지 않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과 대비되는 것이며 북한을 고립 국가로 만들려는 기존 정책에 대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을 '미치광이'로 표현했던 그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자 외교정책적 의미보다 그의 조변석개식 입장 변화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측은 "가장 가까운 동맹국 지도자를 모욕하면서 김정은과는 대화하고 싶다는 것이냐"면서 트럼프의 외교 정책은 "말도 안 된다"고 비난했다.
클린턴 캠프의 제이크 설리번 외교정책자문은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김정은과 같은 외국 '스트롱맨'(실력자)들에 기이하게 매료돼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18일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키신저와의 만남을 통해 외교노선에 변화를 모색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한편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불만을 드러내며 재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일방적인 협정이고 미국에 좋지 않다"며 "중국은 협정을 30년 이내에 이행해야 하는데 우리는 즉시 해야 한다. 공정한 협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고 최소한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또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금융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금융회사에 대한 규제와 감독 강화 등을 골자로 2010년 도입한 금융개혁법안인 도드 프랭크법을 폐기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이 법의 상당 부분은 매우 나쁘다. 규제 기관에 과도한 권한을 줘서 금융 회사들이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며 "사업을 수행하기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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