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싹싹'을 사용해 아들을 잃은 김덕종 씨 등이 영국 사회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고발했다.
김 씨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파헤쳐온 환경보건시민단체 최예용 소장은 5일(현지시간) 오전 영국 런던의 옥시(RB 코리아) 본사 레킷벤키저(RB) 연례주주총회 행사장 앞에서 한국에서 일어난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알렸다.
김 씨 등은 주총 행사장 입장은 거부당했지만, 이들이 전달한 서한이 주총 의장에 의해 낭독됐다.
서한은 그간의 경과를 설명하는 내용에 이어 영국 본사의 공개 사과, 본사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에 와서 피해자 앞에서 직접 사과, 영국 본사 및 한국지사 이사진 해임, 완전하고 충분한 보상대책 마련, 모든 레킷벤키저 제품에 대한 종합적이고 깊이 있는 안전 점검 실시 등 5개 요구사항을 담고 있다.
라케시 카푸어 레킷벤키저 CEO는 이날 주총에서 "우리 옥시 제품이 한국에서 사람들에게 해를 끼쳐서 개인적으로 매우 죄송하고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카푸어 CEO는 이어 "우리는 이것을 인정하고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1987년부터 레킷벤키저에서 일한 그는 패키지 연봉이 2천300만 파운드(약 385억원)로 2배나 뛰어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주총에서 회사의 보수 정책에 반대하는 주주가 23.8%에 달했고 17.7%는 보수 보고서를 거부했다.
이날 현장에는 영국 환경단체 '지구의 벗들' 활동가들도 103명의 목숨을 앗아간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규탄에 합류했다.
활동가 사이몬 블록은 "한국에서 그런 불행이 있었다는 건 정말 충격적이다. 수치스러운 일이다"고 분노했다.
다른 활동가 아멜리아 콜린스도 "영국에서 화학제품을 사용해 목숨을 잃었다는 얘기는 거의 들어본 적 없는 것 같다. 믿기 어려운 끔찍한 일이어서 오늘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장에는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 외신들도 취재에 나서 한국에서 일어난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관심을 보였다.
유족 김 씨는 취재진에게 숨진 첫째 아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내가 여기 온 건 한국에서 일어난 일을 영국에, 전 세계에 알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레킷벤키저의 태도가 1년 전 항의방문했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지만 중요한 건 우리 요구들이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오후에는 또다른 가해 기업인 홈플러스를 소유했던 테스코의 런던 시내 매장 앞에서도 시위를 벌였다.
김 씨 등은 6일 오전 런던 외곽에 있는 레킷벤키저 본사를 방문해 카푸어 CEO를 면담할 예정이다.
최 소장은 이날 CEO가 주총에서 한 사과 발언이나 6일 면담에서 사과하더라도 "본사 CEO가 한국에 와서 피해자 앞에서 사과하라는 요구가 충족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영국 검찰에도 레킷벤키저 이사진을 살인죄 등 혐의로 고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영국 시민단체가 지원하는 변호인단과 만나 레킷벤키저와 테스코를 상대로 영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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