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주도로 만들어진 노동조합의 설립이 '무효'라는 판결이 난 유성기업에서 대표자도 같은 새로운 노조가 설립된 사실이 20일 확인됐다. 유성기업은 2011년부터 5년째 노사 갈등이 반복되고 있고, 이 가운데 지난 3월 한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20일 민주노총과 노동부 천안지청 등에 따르면, 유성기업 노동자 100여 명은 19일 총회를 열고 제3노조를 설립했다. 유성기업에는 이미 민주노총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와 기업별노조인 유성기업노동조합이 있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유성기업노조는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노동조합 설립 요건을 갖추지 못해 무효"라는 판결을 받았다.(☞관련 기사 : 유성기업 "회사 주도 노조 설립 무효" 판결)
법원이 이 같은 판결을 내려, 기존 유성기업노조가 회사와 체결했던 임금 및 단체협약 등이 모두 무효화될 위기에 처하자 기존 노조 구성원들이 다시 새로운 노동조합을 설립한 것이다. 이들은 총회 직후 노동부 천안지청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
새로 만들어진 이른바 '제3노조'의 이름은 '유성기업새노조'다. 대표자도 기존 노조 위원장과 동일한 안모 씨로 설립신고서가 제출됐다. 기존 유성기업노조의 해산 총회는 별도로 진행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제3노조는 기존 어용노조의 연장으로 명칭만 변경한 것에 불과한만큼, 법원 판결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고용노동부는 엄격한 심사를 통해 제3노조의 설립신고서를 반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성기업은 2010년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 등을 놓고 노사 갈등이 벌어진 가운데 사 측이 2011년 5월 직장폐쇄를 하는 일도 있었다. 노사 갈등이 해법을 찾지 못하자, 유성기업은 창조컨설팅이라는 노무법인으로부터 제2노조 설립 절차와 요건 등을 자세히 자문 받았다.
이후 2011년 7월 유성기업노조가 설립됐다. 이 노조가 사 측과 임금 및 단체교섭을 벌여 두 노조 조합원 사이에 차별을 두고, 징계위 구성 요건을 변경해 기존 노조 조합원에 대한 신규 징계 절차를 진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기존 노조 조합원들을 압박해 왔다. 이는 '징계 수위나 임금협상에서 금속노조 조합원과 제2노조 조합원 간에 차별을 두라'는 창조컨설팅 측의 자문 내용을 충실히 따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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