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동성애를 반대하는 강성 기독우파였다고 스스로 말했다. 그 시절, 술을 강요하는 대학 선배와 대판 싸울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신자였다. 물론 지금도 기독교 신자임은 마찬가지다. 다만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 사회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됐고, 그러다 평화운동에 발을 담그게 됐을 뿐"이다. 그리고 그 경험이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다.
"촛불만 드는 것에 대한 생각이 많았어요. 촛불을 들어도 뭔가 계속 반복되는구나, 실망도 있었고 좌절감도 있었고요. 정치가 더 좋아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비례대표제 확대운동을 시작했고, 정치발전소에서 일을 했죠."
김경미(39) 조합원은 "정당이 좋아지는 것이 진짜 중요하다"는 말을 인터뷰 내내 여러 차례 강조했다. 어떤 질문을 던져도 '기승전 정당'이었다. 정치발전소 기획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지금은 행정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는 김경미 조합원과의 인터뷰는 총선 얘기로 시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20대 총선 결과에 "아주 깜짝 놀랐다"는 김경미 조합원은 지난 14일 아침 눈을 떠서 뉴스를 확인하고는 "내가 잘못 본 건가" 혼자 생각했단다. 새누리당이 과반을 넘길 것이라는 많은 이들의 예측이 완전히 뒤집혔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제3당이 국민의당이라는 게 굉장히 속상했어요. 씁쓸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이것도 현실이구나, 생각할 게 많았던 선거였어요."
속상했던 이유를 다시 물어봤다.
"제3당이라면 사실 정책이나 비전이 분명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기존의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이 갖지 못한 지향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어서 거대 양당의 발을 땅에 닿게 견인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정당이 제3당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국민의당은 공천을 못 받아 나온 분들이 중심이잖아요. 제가 그동안 생각해 온 제3당이 아니었어요."
김경미 조합원은 "호남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은데, 그렇게 볼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호남 사람들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새누리당을 뽑을 수는 없는 사람들이잖아요. 그걸 믿고 좋은 선수를 내려보지 않았던 더불어민주당에 책임이 있는 거죠. 자신들을 '호구'로 보아 온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심판인 거죠. 사실 대구나 영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한 것은 좋아라하면서, 호남의 선택을 비판하는 건 이중잣대 아닌가요. 왜 호남이 정의당과 같은 진보정당 대신 국민의당을 선택했을까는 정의당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지만요."
여러 아쉬움이 많은 선거였지만, 그대로 "절치부심한 사람들이 많이 당선됐다는 점에서 20대 총선이 좋았다"고 김경미 조합원은 말했다.
"부산이든, 대구든, 강남의 전현희 의원이든, 당에 관계 없이 한 지역에서 바닥부터 열심히 노력한 사람들에게 보상을 해준 선거였다고 봐요. 바람에 의존하지 않고 이긴 거죠."
그 얘기를 하다 김경미 조합원은 다시 "정당 정치의 중요성"을 말했다.
"지금 밖에서 보기에 좋은 정치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6개월 후, 1년 후에도 그럴 수 있을까? 조금 걱정되는 면은 있죠. 우선, 초선들이 많은데 정당이 그들이 좋은 정치를 할 수 있도록 가이드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나? 솔직히 없죠. 두 번째로는 이들이 좋은 팀, 좋은 군대를 만들어 하나의 목표와 하나의 가치를 가지고 함께 싸워야하는데 각개전투하면 어쩌지? 그런 생각…."
김경미 조합원은 "국회의원 한 명이 정권을 만들 수도 없고, 국회의원 한 명이 법을 바꿀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은 정당이고, 다시 말하면 리더십이다. 그런데 지금은 "박주민과 표창원은 보이는데, 더불어민주당이 안 보인다"고 걱정했다. 국민의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다시 전열을 정비하고 우리가 뭘 가지고 싸울 것인지를 논의해야 할 때잖아요. 국민들이 좋은 기회를 줬구요. 그런데 그런 논의보다, 누가 야권의 대선 후보 자리를 먹을 건지 자리 경쟁만 하게 될까봐, 그래서 피바람이 불까봐, 그래서 다시 국민이 실망할까봐…. 그게 걱정이에요."
20대 국회에서 기대되는 사람은 누군지 물었다. 김경미 조합원은 "오합지졸 더불어민주당을 활력 있는 야당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누군지에 관심이 많다"고 대답했다.
"본인이 스타가 되는 것 말고 대선에서 뽑고 싶은 정당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라는 점에서 김영춘이나 김부겸의 활약이 기대되요."
국회 입성에 실패한 이들 가운데 제일 아쉬운 사람은 정의당의 비례대표 6번 후보였던 조성주란다. 김경미 조합원은 "2세대 진보정치의 상징적 역할을 했던 사람이 국회에 들어가길 바랬는데 안 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참을 정치 얘기를 나누다 보니, 정작 프레시안 얘기는 짧게 끝낼 수밖에 없었다. "비례대표제 확대 운동을 할 때도 프레시안이 자리를 내줘서 여러 실험을 할 수 있었고 그래서 늘 감사하고 빚진 마음"이라는 김경미 조합원이 프레시안에 남긴 당부는 "차분하게 분석하는 기사를 더 늘려달라"는 것이었다.
"전에 비해서 그런 기사가 좀 줄어든 것 같아요. 속보나 현장 스케치보다 전체적인 관점을 잡아주는 기사를 읽기 위해 프레시안을 찾아 들어가는 거거든요. 프레시안의 장점이 돋보이는 기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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