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다른백년 창립준비모임은 3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97년 경제·외환위기와 한국경제의 진로’를 주제로 제6회 백년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에서는 97년 경제·외환위기가 한국경제에 미친 영향-재벌중심 경제체제라는 구체제가 혁파되기는커녕 오히려 강고하게 변화된 구조적 원인-을 진단해 보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한국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논의한다.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을 지낸 이동걸 교수(동국대)가 발제를, 성공회대 유철규 교수가 토론을 맡는다.
발제자인 이동걸 교수는 97년 경제·외환위기를 맞이하여 한국경제가 제도적으로 정비·개선되는 성과는 있었지만, 경제체제의 틀을 바꾸고 경제운영 패러다임을 개혁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즉 한국경제는 박정희식 개발독재체제 아래서 중심축으로 성장·비대해진 재벌이 여전히 중심에 서 있으며, 재벌 의존적 경제운영 패러다임이 오히려 강화됐다고 진단한다. 그에 대한 이유로 몇 가지 분석적 의견을 제시한다.
먼저, 우리 사회의 첫 번째 대변혁기이라 할 수 있는 87년 체제에서 (정치)민주화 세력은 있었으나 경제민주화 세력이 없었으며, 이후 이어진 (정치)민주화 세력의 분열이 정치·경제지형을 우편향의 보수적 기득권 집단화 하게 만들어 재벌개혁에 무관심하게 되었다.
또한, 당시에는 관치(官治)를 재벌 문제의 핵심이라고 생각하여,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충실히 정착되면 재벌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관치가 후퇴하면서 생긴 국가 권력의 공백, 규제의 공백을 재벌 자본력이 차지하였고, ‘돈의 힘’으로 관료집단·보수언론·보수지식인 등을 그에 복무하도록 하는 기득권 연합세력이 형성되었다. 재벌의 영향력이 오히려 강회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재벌에 대한 국민정서도 재벌개혁의 발목을 잡았다. 재벌이 한국 경제를 성장시켰다는 재벌신화의 맹신, ‘그래도 재벌이 우리를 먹여 살려준다’는 재벌의존적 사고방식, 부실재벌 총수에 대한 온정주의적 동정심 등이 재벌개혁에 대한 두려움 내지는 걸림돌이 되었다는 것이다.
‘분산된 다수의 큰 이익’과 ‘집중된 소수의 작은 이익’이 충돌할 경우 결국에는 후자가 승리하게 되는 현실적인 역학 관계도 재벌의 영향력을 강화시켰다. 침묵하는 다수는 항상 재벌 편이거나 재벌 편으로 간주되어, 대부분의 첨예한 재벌개혁 이슈에서 장기적으로는 자본력을 가진 소수 재벌집단의 이해가 관철되고 마는 것이다.
97년 위기 이후 ‘강력한 형태의 「독재적」 족벌자본주의체제’는 재벌 패밀리들이 집단적으로 한국경제에 대하여 경영권을 행사하는 과두적 지배체제로 변모하였다. 재벌 패밀리들의 집단지배가 구조화된 경제체제는 과거 1인의 명령에 의해서 움직이던 경제체제보다 개혁하기 더 어려울 것이다. 1인만 제거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구조화된 시스템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관심 있는 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백년포럼 안내 : 010-5670-2030)
제6회 백년포럼
주제: '97년 경제·외환위기와 한국경제의 진로'
때: 3월 31일(목요일) 오후 7시 30분~9시 30분
곳: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211호
발제: 이동걸(동국대 초빙교수)
토론: 유철규(성공회대 교수)
주최: 다른백년 창립준비모임
주관: 백년포럼 기획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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