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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을 땐 설탕 넣으면 되쥬~"

[의료와 사회] 영국의 설탕세 도입에 관한 논란

최근 영국 하원 보건위원회에서는 소아 및 청소년의 비만을 막기 위해 '설탕세'(sugar tax)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 근거로 최근 멕시코에서 설탕 함유 음료에 세금 10%를 부과한 이후 관련 음료의 소비가 6% 정도 감소했다는 자료가 제출됐다. 영국 의학협회는 한술 더 떠 설탕이 많은 음료에 20%의 설탕세를 매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설탕 과다섭취로 당뇨나 비만 같은 질병이 발생하며, 이로 인해 영국에서만 연간 7만 명이 사망한다는 연구결과를 근거로 제시하였다.

한 요리사는 관련 청문회에 나와 "하루 7스푼을 넘기면 안 된다고 하는데, (시리얼이 들어간) 이 아침 식사에만 두 배가 들어 있네요", "지난 30년간 정부는 아이들에게 나쁜 환경을 만드는 잘못을 저질러 왔습니다"라고 하며 음료업체와 정부를 정면으로 비난했다. 과연 이 요리사는 누구일까?

▲ 영국 채널4의 <제이미의 스쿨 디너> 한 장면. ⓒgoogle.com

그는 영국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다. 1999년 BBC의 <네이키드 셰프(The Naked chef)>라는 프로그램으로 데뷔한 유명 스타다. 제이미는 특히 2005년 채널4에서 학교급식과 관련한 요리방송인 <제이미의 스쿨 디너(Jamie’s School Dinners)>를 진행, 학교 급식은 건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학생 1인당 배정된 급식비는 37펜스(약 700원)에 불과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정크 푸드를 금지한 제이미에게 반기를 들었고, 심지어 제이미의 건강한 음식이 맛이 없다고 거부했다. 또한 요리사들조차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에 불만을 나타냈다.

제이미는 전략을 바꿔 학교 요리사를 군대에 데리고 가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많은 양의 요리를 소화할 수 있도록 가르쳤다. 학생들의 가정을 직접 찾아가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쉽고 간편한 건강 식단 조리법을 교육했다. 학생들에게는 그들이 좋아하는 정크 푸드 중 '너겟'이 사실 닭의 각종 내장과 약간의 살, 그리고 밀가루로 만들어진 음식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 시연했다. 이후 방송은 엄청난 화제를 낳았고, 그의 생각에 동의한 276만 1677명의 국민들은 총리에게 건의서를 제출했다. 그 결과, 학교에서는 감자튀김의 급식 일자를 줄이고 국가에서는 학교급식에 대한 지원을 늘려 급식의 질을 높였다.

제이미는 지난해 9월부터 채널 4에서 <슈가 러쉬(sugar rush)>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프로그램은 칫솔질을 잘했지만 탄산음료를 자주 마셔서 치아를 6개나 뽑게 된 5세 아동과 성인 2형 당뇨로 인해 다리를 자른 환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 코카콜라를 물처럼 마시는 멕시코에서 소비자 운동을 통해 정부가 당을 첨가한 음료에 세금을 부과하게 된 사례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국에서도 가당 음료에 20%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급식 개선 캠페인이 <스타워즈>였다면, 이번 캠페인은 속편에 해당하는 <스타워즈 : 제국의 역습>"이라며,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설탕이 들어간 음료를 팔 때 20%의 임의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미 올리버의 설탕세 도입 주장은 그럼, 최근의 일인가? 아니다. 설탕세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1770년대 영국은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 내에서 차와 설탕에 세금을 부과하는 법률을 제정했고, 이에 따른 갈등은 미국의 독립운동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설탕세 논란은 이전과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 영국 의회 및 시민단체는 자발적으로 설탕세 도입을 주장했으나, 정부는 지속적으로 거부했다. 실제로 프랑스와 헝가리 등에서는 이미 설탕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2013년 9월 설탕세 법안을 도입한 멕시코의 경우 탄산음료뿐 아니라 설탕이 들어간 모든 음식에 설탕세를 부과하고 있다. 일례로, 설탕이 들어간 음료 1ℓ당 1페소(약 60원)의 세금이 도입되어 가격이 10% 정도 상승했다. 이로 인해 소비량은 6% 정도 감소했다. 여기에는 멕시코 성인 10명 중 7명이 비만이거나 당뇨병에 시달리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 대한 공감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설탕세 논의가 한창이다. 우리의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후생노동성은 보건의료 관련 '2035 제안서'에서 설탕에 세금을 부과해 일본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비만을 줄이겠다고 표명했다. 2014년 일본의 1인당 청량음료 소비량이 연 158ℓ로 멕시코와 비슷한 수치라고 하니, 정부의 고민의 클 수밖에 없다.

ⓒgoogle.com

이렇게 여러 국가에서 설탕에 세금을 매기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설탕으로 발생하는 대표 질병이 비만(obesity)인데, 이에 따른 질병 및 치료, 예방을 위한 연구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또 설탕으로 인한 구강건강의 악화는 익히 잘 알려졌다.

설탕 섭취와 충치, 즉 '치아우식증(齒牙齲飾症)'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니고 있다. 1980년과 1990년 영국의 청소년 설탕 섭취를 면밀히 조사한 결과 10년 동안 설탕 섭취가 증가했으며, 탄산음료와 과자로 인한 설탕 섭취가 늘면서 구강건강뿐 아니라 영양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식단의 변화로 삼시 세끼의 정규 식사 형태가 사라지고 인스턴트 음식의 섭취가 늘어나면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섭취되는 설탕의 양도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아동 및 청소년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며, 사회경제적 차이에 따라 변화 양상이 다른데 특히 저소득층에서 더 심각하며 불(不)건강한 양태로 진행된다.

일단 설탕의 일반적인 특성에 대해 알아보자. 사람들은 색깔에 따라 설탕을 분류하는데, 백설탕(white sugar)·갈색설탕(brown sugar)·흑설탕(black sugar)이 대표적이다. 문제점은 일반적으로 색깔이 검은색에 가까울수록 자연 상태의 설탕이라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하지만 갈색설탕은 우리의 기대(!)와 다르게 설탕 제조 공정에서 백설탕이 생산된 후 정제 과정을 거치면서 열이 가해져 황갈색을 띠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생산비용 절감 등의 이유로 백설탕에 당밀(식용이 되지 않는 폐당밀(廢糖蜜))을 첨가해 만들기도 한다니, 가히 갈색 설탕의 비밀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래도 '건강한 설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유기농 설탕이다.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사탕수수에서 화학적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사탕수수 즙을 추출해 수분을 증발시켜 결정을 얻어내는데,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은 설탕은 누르스름한 색을 가지기 때문에 유기농 설탕을 갈색설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흑설탕은 자연 본래의 모습과 가깝지만, 사탕수수의 즙액을 졸인 후 원심분리기로 당밀을 제거하지 않기 때문에 불순물이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보건학적 관점에서 설탕의 분류는 어떻게 나뉠까? 일단 크게 두 가지 내인성 설탕(intrinsic sugars)과 외인성 설탕(extrinsic sugars)으로 구분할 수 있다. 내인성 설탕은 식품의 세포구조에 내재되어 있는 자연 상태의 설탕이고, 외인성 설탕은 외부에서 정제 및 가공과정을 거친 제품 형태의 설탕을 섭취하는 경우다. 예상할 수 있듯이 건강에는 외인성 설탕이 더 위협적이다. 외인성 설탕 중에서도 우유나 유제품에 포함된 설탕은 우식(齲飾)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우유 설탕(milk sugars)'이라고 해서 따로 분류하고 있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건강, 특히 구강 건강에 중요한 충치와 관련된 설탕은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 세포 내 혹은 내인성 설탕(intracellular or intrinsic sugars)
식품의 세포 구조 내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형태로, 예를 들면 과일이나 야채에 존재하는 설탕. 치아우식을 일으킬 가능성이 낮으며 영양에 도움이 되는 형태.

○ 세포 외 혹은 외인성 설탕(extracellular or non-milk extrinsic sugars)
소비자나 생산자에 의해서 식품에 임의적으로 첨가된 형태로, 설탕·과자·케이크·탄산음료·요구르트·아이스크림·꿀 등. 치아우식 유발성이 높고 다량을 섭취할 경우 건강에 안 좋은 영향.

○ 우유 설탕(milk sugar)
우유나 유제품에 있는 설탕. 치아우식 유발성이 낮고 영양에 좋은 영향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외인성 설탕을 줄이는 방법에는 어떤 전략이 있을까.

소비자인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하루에 섭취할 수 있는 설탕의 양을 제한하는 교육하는 방법(education strategy)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하루에 100칼로리(㎈) 미만, 1년에 15킬로그램(㎏) 미만의 양을 섭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복용약에 포함된 설탕도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 만성질환자의 경우 하루에 세 번 이상, 특히 잠자기 전에 약을 복용하는 경우 구강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 외 다른 방식의 긍정적인 접근은 소비자들이 설탕이 함유된 식품보다는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법(substitution strategy)이 있다. 하지만 이 방식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따르는데, 무엇보다도 단 음식의 미덕을 강조하는 언론과 설탕 관련 회사들의 강력한 로비가 뒤따른다. 즉,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식품의 선택이 가장 쉬운 선택이 되기(Making Healthy choices easy choices)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정부의 기업체에 대한 제한이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생산자의 설탕 첨가나 관련 식품에 대한 홍보를 제한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

첫째, 가격제한 정책(pricing strategy)을 생각할 수 있다. 설탕에 세금을 부과(sugar tax)해 설탕 선택을 망설이게 하거나, 설탕 대체 식품으로 권장되는 과일이나 야채의 생산 농가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둘째, 관련 법률을 제정(regulatory strategy)하여 식품에 포함된 설탕의 양을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형태의 라벨로 표기하도록 하거나 그 양을 제한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 설탕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큰 대상인 아동에 대해서는 관련 회사의 제품 광고를 제한하는 방식도 있다. 하지만 설탕 관련 기업체에 대한 접근은 가장 확실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방식이다.

'설탕산업이 미국의 국립치의학연구소의 1971년 국가충치사업 아젠다(agenda) 형성 과정에 미친 영향: 내부문건의 역사적 분석'이라는 문건을 보면, 설탕이 치아에 해롭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밝혀진 사실이다. 보고서는 그러나, 설탕 제한이 국가적 운동으로 확대되지 못한 이유로 설탕 산업체의 로비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한 설탕 관련 자문위원 교수의 공문에서 설탕 산업계의 치밀한 각본이 실체를 드러냈다고 한다. 이들은 끊임없이 설탕이 공중보건의 이슈로 떠오르는 것을 막고, 설탕 섭취 제한 권고 기준을 완화해 충치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불소치약 등 다른 주제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교묘하게 작업했다. 또한 설탕 정책 자문기구에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자문위원을 추천하고, 정부의 정책 과제에서 설탕 관련 과제가 우선순위에서 제외되도록 은밀히 조정했다.

▲ 요리연구가 백종원 씨의 별명은 '슈가 보이'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중 한 장면. ⓒmbc

우리는 과연 설탕세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현재 시점에서 우리나라에 설탕세를 도입하자고 제안할 경우, 언론과 대중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설탕세 도입의 모든 보건학적 긍정적인 측면은 차치하고라도 언론은 '지난번에는 담뱃세, 이번에는 설탕세'라며 정부의 세수 확보를 위한 정책이라고 비난할 것이다. 담뱃세에 대해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 있는 한 언론과 댓글에서는 긍정적인 반응보다 비웃음이 넘쳐날 것이다.

'백주부'의 설탕 논란이 증명하듯, 드라마 <송곳>에서 이수인 과장이 노조를 결성할 때 구고신이 한 조언처럼 정당성이 호감을 넘어설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어디, 한국의 제이미 올리버 없는가 말이다.

추신: 설탕세 뿐 아니라 공중구강보건의 모든 주제에 날 선 주장을 펼치며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시기 위해 한평생을 받친 故 오브리 샤이함(Aubrey Shaihamm)교수에게 이 글을 바친다.

참고문헌

- Pine C.M ed., Community Oral Health, Elsevier Science, 2002.
- Harris N.O., Garcia-Godoy F., and Nathe C.N., Primary Preventive Dentistry, 8th ed., Peason, 2014.
- Sheiham A., Moyses S.J., Watt R.G., and Bonecker M., Promoting the oral health of Children: Theory and Practice, 2nd ed., Quintessence international publising group, 2014.
- 네이버 두산백과사전

<의료와 사회>는 건강권과 보건의료운동의 쟁점을 정리하고 담아내는 대중 이론 매체입니다. 한국의 건강 문제는 사회와 의료,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볼 때만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료와 사회>는 보건의료·건강권 운동 활동가 및 전문가를 포함한 모든 이들이 건강을 위한 사회 변화를 논의하는 장이 되고자 합니다.(☞ 바로 가기 : 보건의료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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