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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말 듣지 말라고 장례식 쫓아다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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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말 듣지 말라고 장례식 쫓아다닐 것"

군 피해 치유 센터 '함께' 개소식... '윤 일병' 가족 등 참석

아파 죽고, 맞아 죽고, 성추행에 자살하고…. 건강했던 아들딸들이 군대에 가서 목숨을 잃었다. 진상을 밝혀야 할 국방부는 그저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는 데만 급급할 뿐. 상처는 오롯이 가족들의 몫이다.

군대에서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은 사람들과 그 가족의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 군 피해 치유 센터 '함께'가 서울시 서대문구 현저동에 자리를 잡고 16일 문을 열었다.

센터 설립을 주도한 이는 지난 2011년 논산 훈련소에서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고(故) 노우빈 훈련병의 어머니 공복순 씨다.

▲왼쪽부터 차례로 고 윤승주 일병 어머니 안미자 씨, 고 신성민 상병 누나 신미희 씨, 고 노우빈 훈련병 어머니 공복순 씨. ⓒ프레시안(서어리)

이날 개소식에는 공 씨를 포함한 여러 군 피해 가족들이 참석했다. 이른바 '윤 일병 사건'으로 알려진 군대 선임에 의한 구타 사건의 피해자 고(故) 윤승주 일병 어머니 안미자 씨를 비롯해, 11사단에서 뇌종양으로 사망한 고(故) 신성민 상병 둘째 누나 신미희 씨가 자리했다. 지난해 4월 군내 성폭행 등으로 현재 치료 중인 정태원 상병과 그의 아버지 정대근 씨도 함께했다.

윤 일병의 영정 사진을 품에 꼭 껴안은 안 씨는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리라곤 아무도 상상 못 한다"며 "군 피해자 가족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커지고 깊어가는 슬픔 속에서 어떻게 살지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센터를 통해 더불어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아울러 "슬픔에 빠진 가족을 두 번 죽이는 군은 반성해야 하고, 정부와 군이 마땅히 할 일을 대신한 우빈이 어머님께 힘찬 응원을 보내달라"고 했다.

정태원 상병과 함께 참석한 아버지 정대근 씨는 "그나마 우리 아들은 살아있다는 데 미안한 마음"이라면서 "이런 마음이 들게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없어질 때까지, 사회가 바뀌는 데 인생을 함께하겠다"고 했다.

ⓒ프레시안(서어리)

마지막으로, 센터 설립의 일등 공신인 공복순 씨는 센터 설립 취지와 향후 활동 방향을 밝혔다.

"중이염이라 들리지 않는다고 병원 보내 달라고 했는데도 꾀병이라고 보내주지 않고 왕따시키고, 백혈병으로 침대 시트가 물을 짤 정도로 땀을 흘려도 규칙이라고 병 구완도 못하게 엄마를 병원 밖으로 내몰았습니다. 그래도 사인이나 밝혀진 경우는 불행 중 다행입니다. 자료를 공개하라 하니 군사 기밀이라 줄 수 없다고 합니다.

이제 이 일을 시작하려 합니다. 국방부가 요구하는 대로 화장부터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장례식에 참여할 것입니다. 문을 다 걸어 잠그고 이불을 뒤집어써도 새어 나가는 울음소리 때문에 울지도 못하는 엄마를 위해 많이 먹고 기운 내서 실컷 울 수 있도록 이곳에서 점심을 대접할 것입니다. 뻔뻔한 국방부, 게으른 국회, 무능한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일 것입니다."

공 씨가 밝힌 대로, '함께'는 앞으로 군 피해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트라우마 치료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한편, 피해 가족 사이의 교류를 주선한다. 또 장례식·추모 집회 등을 공동 주관하고 정부에 군 피해 당사자와 가족들에 대한 치유 지원제도를 촉구하는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함께' 센터 앞마당에서 열린 진혼무. ⓒ프레시안(서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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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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