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성적이 비슷하더라도 가정의 소득 수준에 따라 대학 진학률이 차이 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0여년간 대학 진학률이 빠르게 증가했지만 대학교육에 계층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11일 서울대에 따르면 구인회 사회복지학과 교수 연구팀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학진학에서의 계층격차: 가족소득의 역할'이라는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4년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학생 895명이 2014년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10년간 추적한 자료를 분석했다.
학생들은 가정의 소득 수준과 고2 때 학업성취도를 기준으로 저소득층, 중간층, 고소득층 등 3계층으로 분류됐다.
분석 결과 조사 대상 학생들의 가계 소득 수준에 따른 대학 진학률은 저소득층 74.9%, 중간층 92.1%, 고소득층 93.9%로 나타났다.
중간층과 고소득층 간 진학률은 차이가 미미하지만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은 진학률 차이가 20% 포인트 가까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 중에서도 4년제 대학의 경우 계층별 차이가 더 뚜렷했다. 4년제 대학 진학률은 저소득층이 39.0%에 그친 반면 중간층은 57.5%, 고소득층은 70.5%로 소득 수준에 비례했다.
소득 수준에 따른 4년제 대학 진학률은 성적이 비슷한 학생들 사이에서도 차이가 났다. 특히 이러한 차이는 성적이 하위권인 학생 중에서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 하위권 학생 중 저소득층은 25.0%, 중간층은 27.6%만이 4년제 대학에 간 반면 고소득층은 42.0%가 진학했다.
성적 상위권의 경우 중간층과 고소득층의 진학률은 각각 87.3%, 90.8%로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저소득층의 진학률은 75.6%에 머물러 공부를 잘해도 가정 형편 때문에 4년제 대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학업성취도가 높으면 대학에 진학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상식에 가깝지만, 이 학업성취도의 격차가 고등학교 시기 가족소득만이 아니라 초등학교 시기 소득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나왔다.
연구팀은 "어린 시절부터 장기간 누적된 가족소득의 격차는 학업성취 수준의 격차로 이어지고, 이러한 소득 격차는 대입준비 당시 대학교육비 부담 능력의 차이로도 이어져 대학교육에서 계층 격차를 증대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진학 결과의 계층 간 차이를 줄이려면 학자금 지원제도를 대폭적으로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공적 교육기능의 개선을 통해 사교육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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