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안을 발표한 이후 처음이자 2015년 마지막 수요집회가 30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이용수 할머니, 길원옥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들을 비롯한 이 날 집회 참가자들은 올해 유명을 달리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넋을 기리는 한편, 한·일 양국의 위안부 문제 협상 졸속 타결에 대해 비판했다.
이 할머니는 "일본 정부는 죄를 짓고서 거짓말을 하고, 우리 정부는 도와주는 게 아니라 두 번, 세 번 죽이고 있다. 마음대로 '타결했다'고 입을 놀리고 보도했다"고 밝혔다. 한·일 정부가 '최종적 해결'을 이뤘다고 선전하는 것과 달리, 제대로 된 해결은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번 한·일 외교 장관 회담 결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보여주듯, 이날 집회에는 1000여 명(경찰 추산 600명)의 시민이 모였다.
이 할머니는 "어제 외교부 차관이 왔는데 멱살을 잡고 흔들고 싶었지만 제가 참았다"며 "할머니들에게 협상이 있다고 미리 알려야 하는데 공휴일이라서 얘기를 못 했다고 한다. 너무 분하고 서러웠다"며 정부가 협상 전 피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데 대해 분노했다.
이어 "우리가 무슨 죄가 있나. 조선의 딸로서 곱게 자란 죄밖에 없는데 우리를 위안부 만든 일본은 그 죄도 모르고 아직까지 오리발을 내민다"며 울먹였다.
이 할머니는 "그러나 저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아직 젊다. 하늘에 가신 238명의 할머니 모두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해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법적 배상을 마땅히 받을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집회를 주최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도 "한·일 정부가 타결이라고 주장하는 합의 속에는 법적 책임은 찾아볼 수 없고 모호하고 진정성 없는 사과만이 담겨 있다. 피해자가 빠져버린 그들만의 합의"라며 "피해자들도 시민사회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외교적 담합 문제 해결이나 최종 타결이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이들 또한 한·일 양국의 합의 내용을 규탄했다. 김샘 평화나비네트워크 대표는 "28일 입장 표명은 너무 어이없고 역겨웠다"며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수요집회는 올해 마지막으로 열리는 집회인 만큼, 올해 세상을 떠난 아홉 명의 피해자들을 위한 추모제 형식으로 진행됐다. 집회 참가자들이 모두 나와 헌화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지난 5월 별세한 고(故) 이효순 할머니(90)의 아들은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그는 "어머니는 구십 평생을 사셨어도 열여섯 이후 평생을 가슴 속 응어리 때문에 하루하루를 힘들어하시다 나비가 되어 가셨다"고 했다. 이어 "삼우제 때 꿈에 나타나 '열 여섯 살 트럭에 강제로 태워진 이래 지금까지 모진 세월 죽지 못해 살아왔는데 나를 잊지 말고 내 원한이 풀릴 때까지 싸워 이겨줄 것을 약속하자고 하셨다. 얼마나 깊은 멍울이었으면 이런 말씀을 남기셨을까"라며 "싸워서 이기겠다. 편히 쉬시라"고 말해 많은 이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1992년 1월 8일 시작된 이래 매주 수요일 정오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생존자는 4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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