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농 등으로 구성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19일 제3차 민중총궐기를 진행했다. 이번 민중총궐기는 서울을 비롯, 대전·대구·부산·제주 등 전국 주요 도심 13곳에서 동시에 열렸다. 이날 총궐기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8000여 명을 비롯해 전국 2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투쟁본부는 이날 발표한 선언문을 통해 "민주주의도, 민생도 평화도 없는 이 '헬조선'의 폐허 속에서, 이 정권은 이제 '쉬운 해고', '평생 비정규직'을 골자로 하는 노동 개악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우리가 돌려 줄 것은 더 강력한 투쟁과 더 많은 결집과, 중단 없는 투쟁 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박근혜 정권이 노동개악을 강행한다면 민주노총의 총파업과 함께하는 전면적인 대중 투쟁과 4차 민중총궐기를 통해 날치기 무효와 정권 심판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정권의 폭주에 저항하는 척 야합하는 들러리 보수야당에 기대하지 않고 박근혜 새누리당에 맞서 민중진보정치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를 배신하는 반전의 정치"
박석운 민중총궐기투쟁본부 공동대표는 지난 1차 민중총궐기 때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 씨를 언급하며 "쓰러진 농민에게 물대포를 쏘는 행위가 실인행위가 아니라면 무엇이 살인행위이겠는가"라며 "그런 짓을 한 이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공동대표는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검찰은 물론 경찰도 이와 관련한 조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대신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소요죄를 적용했다. 정의를 배신하는 반전의 정치를 하는 게 지금의 정부"라고 비판했다.
소요죄는 위법한 목적을 가지고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성립요건으로 한다. 그러나 소요죄는 폭력을 요건으로 하는 점에서 불법집회와는 다르다. 소요죄의 개념은 상당히 광범한 것으로, 파업시위자와 파업방해자 사이의 유혈충돌에서부터 노상강도의 행위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의 집단행동을 포함한다.
소요죄는 과거 군사독재정권 때나 유죄 판결이 나왔다. 민주화 이후로는 적용된 바가 없다. 경찰의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소요죄 적용은 29년 만이다.
소란스럽고 요란한 문화제, 소요제
이날 서울에서 열리는 민중총궐기는 집회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대회 진행 직전 문화제로 변경됐다. 일명 '소요문화제'. '소요문화제'는 '소란스럽고 요란한 문화제'란 의미를 담고 있다. 이날 문화제 참가자들은 탬버린, 짝짝이 등 소란스럽게 소리 나는 물건들을 손에 들고 있었다. 또한,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주인공이 쓴 가면 등 요란한 가면과 복장을 한 이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소요문화제'에는 '소요죄 적용에 대한 저항'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겨 있다. 경찰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등 지난 1차 민중총궐기 주요 참가자 단체와 대표들에게 '소요죄'를 적용한 것을 비판하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애초 투쟁본부는 이번 3차 민중총궐기를 문화제로 진행할 생각은 아니었다. 서울역광장 등에서 집회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보수단체인 고엽제전우회와 재향경우회가 서울역광장과 서울광장에서 먼저 집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일이 꼬였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보수단체들이 먼저 집회신고서를 냈다며 3차 민중총궐기 집회 개최를 금지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8조에 따르면 시간과 장소가 중복되는 목적이 상반된 집회 2개가 신고 되면 후에 신고 된 집회는 금지 통고할 수 있다.
이에 투쟁본부는 서울시로부터 광화문광장 사용 허가를 받은 뒤, 민중총궐기를 문화제로 형식을 바꿔서 진행했다. 문화제는 경찰에 집회신고를 할 필요가 없다.
한편, 이날 오후 5시께 광화문광장에서 문화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청계광장을 거쳐 종로를 지나 백남기 씨가 입원해 있는 서울대병원까지 평화행진을 진행한 뒤 자진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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