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습니다. 저는 가슴에 묻을 수가 없습니다. 이 사진을 공개할지 말지 많이 망설였습니다. 가족들 중에서도 자기 가족을 안 본 분이 있습니다. 한 번 보시고, 저희 가족이 저희 아이들을 가슴에 묻을 수 있도록, 우리 애들이 왜 그렇게 추운 바다에서 갈 수밖에 없었는지 진실을 규명해주십시오."
몇 번이나 망설이다 꺼내 든 사진 속 모습은 처참했다. 얼굴은 퉁퉁 부었고, 다리는 온통 피투성이였다. 16일 세월호 청문회 참고인으로 출석한 세월호 유가족 정성욱 씨가 공개한 아들 동수의 시신 수습 직후 모습이었다. 발언을 이어나가야 하는 정 씨를 대신해 뒤에 앉은 다른 유가족들이 흐느꼈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주최 1차 청문회의 마지막 날 일정은 유가족들의 진술로 시작됐다. 정 씨를 비롯해 고(故) 이준우 학생의 아버지 이수화 씨 등 단원고 피해자 가족 두 명이 참고인으로 나왔다.
이들은 구조 작업부터 시신 수습, 장례, 인양 모든 과정에서 정부를 믿을 수 없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우선 구조 과정에서 정부가 구조 상황을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 발표한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24시간 내내 작업한다고 있었는데 아니었고, 24일에야 정상적인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며 "가족들이 바지선에 나가 있다 보니까 정부가 감출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어서 제대로 된 브리핑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또 "정조 시간인데 작업을 안 하고 있어서 물어보니 그제야 '밧줄이 없다', '호스가 없다'고 했는데 이런 상황만 두세 번을 목격해서 굉장히 분노했다"며 "이런 식으로 시간이 낭비되고 있었다"며 안일한 대응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현재 정부가 인양 작업을 지켜보지 못하게 하는 데 대해 분노하며 "지금도 작업을 우리가 없을 때 밤에 하는데, 낮에 뭔가를 실어서 나간다"며 "(작업 상황) 브리핑을 해주시고, 가족들이 한 달에 한 번 바지선에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호중 특조위원은 "당장 이 시간이라도 특조위에서 직원을 현장으로 보내서 상하이샐비지(인양 업체)가 현지에서 밖으로 들고 나오는 물품 중에 무엇이 있는지 조사할 수 있도록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잠수사들 일갈 "우리는 수색 포기 안 했는데 왜 쫓겨났나"
이날 세월호 선체 수색 작업에 참여한 민간 잠수사들도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김관홍 잠수사는 "(선체에) 실종자 11구가 남아있을 당시 왜 나와야 했는지, 왜 저희가 포기하지 않았는데 쫓겨나야 했는지 그걸 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해경 등 참사 책임자들을 겨냥해 "저희는 당시 생각이 다 나고 뼈에 사무치는데, 사회 지도층이신 고위 공무원들은 왜 모르고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 것이냐"며 "욕을 먹더라도 상황은 정확히 이야기해야지 않느냐"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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