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제국의 위안부> 저자 세종대학교 박유하 교수를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기소한 것과 관련,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문제를 '학문과 표현의 자유'라는 관점으로만 접근하는 것 역시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연구자와 활동가' 70명은 2일 '<제국의 위안부> 사태에 대한 입장'을 통해 "원칙적으로 연구자의 저작에 대해 법정에서 형사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단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단지 학문과 표현의 자유라는 관점으로만 <제국의 위안부> 사태에 접근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제국의 위안부>가 사실관계, 논점의 이해, 논거의 제시, 서술의 균형, 논리의 일관성 등 여러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책이라고 본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핵심이 '일본'이라는 국가 책임에 있음에도, <제국의 위안부>는 책임의 주체로 국가가 아닌 '업자'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적인 쟁점들에 대한 이해의 수준은 매우 낮은 데 반해 주장의 수위는 지나치게 높다"고 일갈했다.
이들은 박 교수가 해당 저서에서 위안부와 일본군을 '동지적 관계'라고 서술한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충분한 논거의 제시 없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간 매춘부"였고 "일본제국에 대한 '애국'"을 위해 "군인과 '동지'적인 관계"에 있었다고 규정하는 것은, '피해의 구제'를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또 하나의 커다란 아픔을 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제국의 위안부>는 충분한 학문적 뒷받침 없는 서술로 피해자들에게 아픔을 주는 책"이라며 "일본의 지식사회가 '다양성'을 전면에 내세워 <제국의 위안부>를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면서, 과연 그러한 평가가 엄밀한 학문적 검토를 거친 것인지 커다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제국의 위안부>를 둘러싼 논쟁이 법정이 아닌, 학문적인 논의의 장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국과 일본과 세계의 연구자들이 문제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그 논의 속에서 문제의 실체를 확인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함께 지혜를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박유하 교수와 <제국의 위안부>를 지지하는 연구자들에게 가능한 한 가까운 시일 내에 공개토론을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일본 국가기관의 관여 아래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연행된 여성들에게 '성노예'를 강요한, 극히 반인도적이고 추악한 범죄행위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 그 범죄행위로 인해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한 피해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커다란 아픔을 견디며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게 인식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성명에는 이나영 중앙대학교 교수를 비롯해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국내 위안부 연구의 권위자인 윤명숙 충남대학교 국가전략연구소 전임연구원, 한국군 위안부 문제를 제기했던 김귀옥 한성대학교 교수,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 박노자 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다음은 성명 참여자 명단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활동하는 연구자와 활동가 일동
윤정옥(전, 이화여대), 정진성(서울대학교), 양현아(서울대학교), 김창록(경북대학교), 이재승(건국대학교), 조시현(전 건국대학교), 이나영(중앙대학교), 이신철(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역사연구소), 강석주(서울대학교), 강성현(성공회대학교), 강정숙(성균관대학교), 공준환(서울대학교), 곽귀병(서울대학교), 권은혜(동국대학교), 김교성(중앙대학교), 김귀옥(한성대학교), 김명희(성공회대학교), 김미란(성공회대학교), 김민환(성공회대학교), 김부자(도쿄외국어대학교), 김은경(방송통신대학교), 김윤정(역사학연구소), 김지나(서울대학교), 김혜경(전북대학교), 도진순(창원대학교), 박노자(Vladimir Tikhonov, Oslo University), 박정애(동국대학교), 박해순((사)한국군사문제), 배경식(역사문제연구소), 배은경(서울대학교), 백시진(중앙대학교), 백재예(서울대학교), 백조연(중앙대학교), 송찬섭(방송통신대학교), 신그리나(서울대학교), 신혜수(이화여자대학교), 신혜숙(서울대학교), 오동석(아주대학교), 오승은(한양대학교), 윤경원(동아시아사회문화포럼), 윤대원(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윤명숙(충남대학교), 이경수(중앙대학교), 이경주(인하대학교), 이민아(중앙대학교), 이동기(강릉원주대학교), 이명원(경희대학교), 이연숙(히토츠바시대학교), 이정은(성공회대학교), 이지원(대림대학교), 이토 다리(퍼포먼스 아티스트), 이타가키 류타(板垣 竜太, 日本 同志社大学), 이하영(중앙대학교), 임경화(연세대학교), 임종명(전남대학교), 임지현(서강대학교), 전갑생(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전명혁(동국대학교), 정미례(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일영(서강대학교), 정슬기(중앙대학교), 정현주(이화여자대학교), 정현희(서울대학교), 치 나오미(홋카이도대학교), 최종길(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 한봉석(역사문제연구소), 한승미(연세대학교), 한혜인(한국여성인권진흥원), 홍순권(동아대학교), 후루아시 아야(중앙대학교)
이상 1차 서명자 7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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