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차명 주식, 또 어물쩍 넘어가려 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재벌개혁특별위원회(재벌개혁특위)가 18일 신세계 그룹의 차명주식 및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형사 처벌을 요구했다. 아울러 형사 처벌이 가능한 이유를 조목조목 열거했다.
최근 세무조사에서 이명희 신세계 그룹 회장이 차명으로 관리한 주식 827억 원어치가 드러났다. 이 회장이 이를 실명 전환하고, 국세청이 추징금을 물리는 선에서 일단락 될 전망이다.
재벌개혁특위는 국세청이 "또 다시 재벌 봐주기 식으로 세금 얼마 내게 하고 아무런 처벌 없이 그냥 넘어가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세청 입장과 달리, 이 회장은 '조세 포탈'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경제 범죄 관련 여러 법에 따르면, 형사 처벌 요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명희 회장 형사 처벌 가능한 세 가지 이유
재벌개혁특위는 신세계 그룹 차명 주식 사건에 대해 크게 세 가지 이유로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첫 번째는 비자금과 관련한 횡령·배임 등 형사 처벌이다. 이날 성명서에 따르면, 검찰은 주식회사 신세계로부터 약 60억 원이 이명희 신세계 그룹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계좌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했다. 이를 제대로 수사해서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조세범처벌법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에 따른 형사 처벌이다. 이들 법에 따르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와 '일정 금액 이상의 조세 포탈'이 있으면 처벌이 가능하다. 신세계 차명 주식 사건은 이런 요건을 충족한다는 게 재벌개혁특위의 판단이다.
"과거 세무조사로 차명주식이 발견된 바 있고, 차명주식에 대하여 회장의 지배 하에 있는 경영기획실이 이를 관리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 등에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기 때문. 재벌개혁특위는 "이번 신세계 그룹 차명주식 사건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세 번째는 금융실명법에 따른 형사 처벌이다. 이 법은 비실명 자산에서 생긴 이자 및 배당 소득에 대해 원천징수 세율을 다르게 규정한다. 이는 신세계 그룹 차명주식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지금껏 낸 배당소득세는 실명 자산을 전제로 납부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실명 자산에 대한 원천징수 세율을 적용한 경우와 차액이 생기는데, 이 부분에서 탈세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조세 포탈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국세청은 신세계 그룹이 조세를 포탈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인데, 이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그리고 현행 금융실명법은 금융기관을 통해 배당을 받는 경우도 '금융 거래'로 규정한다. 이 법이 시행된 지난해 11월 이후에도 신세계 그룹 차명주식으로 인한 배당이 이뤄졌으므로, '금융 거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누구든지 불법 재산의 은닉, 자금 세탁 행위 또는 공중협박자금조달행위 및 강제집행의 면탈, 그 밖에 탈법 행위를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 거래를 하여서는 안 된다"라는 게 현행 금융실명법이다. 이를 어기면 형사 처벌 대상이다. 앞서 '조세 포탈'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리고 '금융 거래'가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현행 법률이 정한 처벌 요건을 갖춘 셈이 된다.
아울러 "차명거래 자체가 정상적인 세금 부과를 원천적으로 어렵게 하는 본질적인 성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게 재벌개혁특위의 입장이다. 차명거래 자체가 범죄적 성격이라는 뜻이다.
재벌개혁특위는 "이번 신세계 차명주식 사건은 과거처럼 어물쩍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며, "엄정하게 처벌함으로써 향후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세계 차명 주식, 이번이 두 번째…국세청은 여전히 '밀실 행정'
재벌개혁특위에는 박영선, 김기식, 홍종학, 은수미, 박범계 의원 등이 참가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서에서 신세계 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한 국세청의 '밀실 행정' 역시 규탄했다. 국회의원들의 자료 요청에 대해선 줄곧 거부하던 국세청이 감사원 감사에선 자료를 내놨다는 것이다. 국민의 대표 앞에서 자료 공개를 꺼리는 행태는 전형적인 '밀실 행정'이다.
신세계 그룹의 차명 주식이 드러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06년, 신세계 그룹의 차명 주식이 처음 드러났다. 재벌개혁특위는 "2006년 당시 국세청은 신세계 그룹의 차명주식 문제가 차명주식 문제가 조세범처벌법, 금융실명제법 등 위반 소지가 큼에도 불구하고 고발 등 형사적 조치는 취하지 않고, 명의를 빌려준 자에게만 액면가(5000원)를 기준으로 증여세 2억 원을 부과"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개별과세정보라는 이유로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당시 차명주식의 규모가 얼마인지, 이후 실명 전환과 이에 따른 과세 여부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여전히 감춰져 있다. "신세계 그룹 총수 일가는 약 3500억 원 규모의 신세계 주식 66만여 주를 현물 납부했다"라는 결과만 공개됐다. 증여세 2억 원 부과와 주식 현물 납부 사이의 과정을, 다수 국민은 모른다. 대체 어떤 근거로, 신세계 그룹 총수 일가는 주식 현물을 내놨나.
그런데 국세청이 감사원 감사에선 태도를 바꿨다. 비밀주의를 벗고, 모든 과세 자료를 제출했다. 감사원은 이듬해인 지난 2007년 10월 신세계 그룹으로부터 33억 원을 추가 징수하고, 국세청 관계자를 징계하도록 했다. 국세청이 신세계 그룹을 봐줬다는 게다. 이에 대해 국회는 내막을 들여다 볼 수 없었다. 재벌개혁특위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감사원 직원만도 못한 존재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밀실 행정'은 지금도 변함없다. 신세계 그룹의 차명 주식을 밝혀낸, 최근 세무조사 결과에 대해 다양한 의문이 나온다. 그러나 국세청은 자세한 설명이 없다. 세무조사가 진행될 당시 국정감사에서 야당이 관련 자료를 요구했지만, 국세청은 끝내 내놓지 않았다. '개인 정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재벌개혁특위는 "당사자가 차명주식을 실명전환하고 스스로 공시까지 한 상황에서 어떤 개인정보를 더 보호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고, 국민의 알 권리도 보호"돼야 한다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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