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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사이에 두고 '다른 세상'…이게 '빈'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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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사이에 두고 '다른 세상'…이게 '빈'이라니"

[온 가족 세계 여행기] 오스트리아 빈

체코에서 오스트리아로 이동한다. 오스트리아, 이름만으로도 설레던 곳.
그것도 빈 아닌가? 수많은 음악가와 철학자, 과학자들을 배출한 곳.

근데 첫 인상이 좀 이상하다. 도나우 강을 사이에 두고 환경의 차이가 심하게 난다. 도심을 향해 가는데, 도시 바깥쪽의 전경과 건물이 좀 이상하다. 칠도 하지 않은 회색 시멘트 건물들이 참 어설프게 여기저기 지어져 있다. 전혀 관리되지 않은 도시 같은 느낌! 오스트리아 수도 빈으로 들어왔는데, "오스트리아 맞아?"하며 우리가 길을 잘못 들어서 이상한 나라에 온건 아닌지 의아해하며 내비게이션을 껐다 다시 켜본다. 여기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이 맞는지?! 기계가 두 번씩 오작동하면서 우리를 속일 리는 없고, 안내 표지판을 보니 잘못 온 것 같진 않다. 그러나 생각했던 오스트리아 빈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람들의 행색도 초라하고 사는 모습도 초라하다. 상상했던 것과 너무 다른 모습에 잠시 놀라며 숙소를 찾아간다.


캠핑장을 찾아 도심으로 들어가는데, 강을 건너가자마자 도시의 경관이 완전히 바뀐다. 강북에서 강남으로 건너가는데, 드디어 항상 사진 속에 등장하던 건물들이 즐비하다. 보이는 모든 건물이 고풍스러울 뿐만아니라 건물의 아치에서 문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세밀하고 정교하게 지어놓은 멋스러운 건축물들. '우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도시다. 오스트리아하면 연상되던 우리에게 익숙한 도시.

그러나 이 두 시가지의 차이은 일순간 오스트리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강을 사이에 두고 남쪽과 북쪽이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 마치 계급이라도 나누어진 듯 볼썽사납다. 아마도 우리가 처음봤던 강북의 도시는 이민자들과 도시 저소득층이 사는 곳인 듯하다. 그것도 꽤 광범위하게 북쪽 도시 전체가 남쪽과 극명하게 대립되게 말이다. 유럽 어디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낯선 풍경이다. 왜 그럴까? 빈 인구의 40% 이상이 이민자일 정도로 이민자 비중이 높은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처우는 자국민들과 꽤나 차별을 두는 듯 해보였다.


독일의 뮌헨에서 그곳이 '이민자들이 살고 싶어하는 도시 1위'를 기록했다는 광고 문구를 본적이 있다. 독일의 이민정책이 다소 폐쇄적인 것도 이유가 있겠지만 독일의 어느 도시에서도 이런 차별을 본적이 없다. 그런데 오스트리아는 들어오는 초입부터 격차가 눈에 띄게 들어왔다. 그 차별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으나 보이는 현상만으로도 그 사회가 평등해보이지는 않는다.

최근에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 시리아와 중동의 난민들을 수용하겠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헝가리와 체코를 통해 들어오는 난민들을 모두 수용하기도 어려울 것이고 정치적으로 자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의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전격적인 난민 수용에 국제사회가 박수를 보낸바 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난민을 수용하는 것을 넘어서 그들이 그곳에서 차별받지 않고 살아나가도록 돕는 것. 단순히 난민을 수용했다는 생색내기보다는 바닥에 존재하는 차별을 줄여나가는 것. 이것이 어찌보면 그 사회가 가진 진정한 내공이 아닐까?

체코 프라하의 동물원과 오스트리아 빈의 자연사박물관

우리는 체코 프라하에서는 동물원에 들르고,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자연사 박물관에 들렀다. 과학과 인류 역사, 그리고 동물에 관심이 많은 우리는 체코에서는 동물원에 갔었고 오스트리아에서는 자연사 박물관을 들렀다. 프라하의 동물원도 규모가 상당했고, 빈의 박물관도 수많은 과학자와 철학자를 배출한 도시답게 세계 10대 박물관 중에서 자연사 박물관으로는 이곳이 유일하게 포함된 곳이다.

우선 프라하의 동물원.

유럽을 두어 달쯤 돌아다니다 보니, 가는 곳마다 명소는 성당이고 궁전이다. 어른들이야 그 지역의 역사와 결부하여 이것저것 관심도 있겠지만, 아이들에겐 하나같이 그곳이 그곳 같아서 지루할만하다. 명소라며 또 꼬박꼬박 다 들러서 왔으니 불평이 터져나올만 하다. 이제 성당은 지겨워서 가기도 싫다고 한다. 제발 성당에 그만가면 안되냐고 푸념까지 한다. 그럼 어디를 한번 가볼까 하는데 프라하에 꽤 규모가 큰 동물원이 있었다. 그것도 아주 운 좋게 숙소에서 걸어서 5분 거리. 아이들의 투정도 있었지만, 나도 너무 비슷한 궁전과 성당들이 좀 식상하기도 해서 이번엔 동물원에 들러보기로 한다.

동물원 입구에서 나눠준 지도를 받아들고 동물원에 들어선다. 동물원의 규모가 제법 크다. 돌아다니면서 보니까 동물들이 최대한 자연과 유사한 조건에서 서식할 수 있도록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듯 했다. 펜스 없이 언덕을 오르내리는 산양도 있고, 사자에게는 직접 생고기를 점심으로 건네주고 먹는 식생을 눈앞에서 볼 수 있게 하는가 하면, 기린은 엄청 넓은 공간에 서식하고 있어서 자세히 보기 위해서는 그들이 가까이 올 때까지 진득하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 프라하 동물원의 기린 서식지. ⓒ가온가람이 가족

조금 더 들어가자 길 한가운데 뽀얀 깃털과 가는 다리를 뽐내는 홍학들이 나다니고 있다. 높은 펜스나 심하게 접근하기 어려운 울타리 없이 늪지처럼 조성된 환경친화적 공간에 홍학들이 충분이 노닐 수 있게 여러 종류의 다른 새들과 함께 어울어져 있다. 아이들은 홍학들을 따라 마치 밀림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샛길로 가보겠다고 한다. 다녀오라며 우리는 잠시 매점 앞에서 쉬다가 큰길을 따라 돌아가면 아이들이 있을꺼라 확신하며 밀림 입구로 들어간 아이들을 출구에서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려도 오질 않는다. 아마도 미리 나갔거나 아니면 길이 엇갈렸나 보다.


▲ 프라하 동물원에서 자태를 뽐내는 홍학들. ⓒ가온가람이 가족

여행 중 아무리 번잡한 곳이라도 한번도 아이들을 놓치지 않았는데, 동물원에서 아이들을 잃어버리다니. 그래도 두 자매가 같이 있고 동물원 안이라서 방송만 하면 아이들을 만날 수는 있겠지만, 외국이 아니던가. 무슨 일이 생겼는지도 모를 일이고 말이다. 머리가 약간 아찔해 왔다. 갔던 길을 생각하며 혹시 아이들과 길이 다시 엇갈릴 수도 있어서 우리는 양갈래길에서 헤어져서 매점 앞에서 만나기로 한다. 가까운 길로 걸어가서 매점에 도착했더니 아이들이 거의 울기 직전의 얼굴로 나를 맞이한다.


"엄마, 어디 갔었어?" 큰애가 울먹인다. 막내 가람이는 벌써부터 울고 있다.
"너무 오랫 동안 안 와서 안내소에 가야하나 생각하면서, '5분만 더 기다리자, 5분만 더 기다리자'하고 있었다구!"

우리도 한참을 기다렸는데, 아이들도 애 닳아하며 기다리기는 매 한가지였을 것이다. 더군다나 프라하의 더운 날씨에 목이 마른데 물도 못 먹고 다른 사람들이 시원한 음료수 먹는 걸 쳐다만 봤다고 가람이가 계속 울먹거린다. 깜짝 놀란 가슴을 달래주고 더위도 식힐겸 시원한 음료수라도 사주고 싶은데, 수중에 돈이 한푼도 없다. 남편이 든 가방에 돈이 모두 있으니 덥고 애도 태우고 울기도 하고 해서 목도 마른데 셋이서 손가락이나 빨고 있어야 한다. 남편은 먼길로 한참을 돌아오는지 올 기미가 안보이고. 할 수 없어서 매점으로 가서 우선 슬러시 두 개와 물 한 개를 시키고 돈은 조금 있다가 지불하겠다고 얘기했더니 그러라고 한다.

이렇게 아이들을 잠시 잃어버릴 뻔하고 그것도 외국에서 외상으로 음료수를 사먹고 있는데도 왠지 이런 상황이 두렵거나 서글프지 않고 오히려 즐겁기까지 하다. 우리의 인생이 그렇듯, 인간은 누구나 평탄하고 뻥 뚫린 길만 갈 수는 없지 않은가? 때때로 만나는 작은 산들과 또 지나가게 되는 작은 개천들. 산을 건널 때는 언덕을 넘기 위해 숨도 헐떡여보고, 또 개천을 건널 때는 징검다리에서 미끄러져 옷도 좀 젖어보는 그런 경험.


난 아이들과 함께 작은 산 하나를 넘고 또 작은 개천 하나를 건너가고 있다. 살아가며 닥치는 작은 어려움, 때로는 큰 어려움이 닥칠 수도 있지만, 이런 어려움을 아이들과 함께 온몸으로 부딧치며 넘어가고 또 해결해내고 있어서 더 즐거운지도 모르겠다.

다음은 빈의 자연사 박물관.

빈의 자연사박물관은 인간까지 포함된 자연에 대한 역사를 논리와 순서에 맞게 여러관에 걸쳐서 전시해놓고 있다. 우주와 지구의 탄생부터 시작해서 생물의 진화 과정, 그리고 마침내 인간이 유인원에서 호모사피엔스로 진화한 현생 인류의 탄생 과정까지를 정말 생생하게 보여준다.

지구 탄생부터 지금까지 형태가 바뀌었을뿐 본질은 같은 지구의 돌들과 보석들.
마치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만 같았던 온갖 종류의 박제 동물들.
쥐라기 공원을 연상시키는 공룡시대의 재현.
유인원에서 직립하며 현생인류까지 진화한 인류의 역사.
빅뱅을 통한 우주의 탄생과 태양계의 탄생, 그리고 지구의 탄생과정까지.

▲ 빈의 자연사 박물관. ⓒ가온가람이 가족


자연사 박물관은 단 한 관도 놓치고 싶지 않을 만큼 구성을 부족함 없이 채워놓고 있었다. 동물과 공룡이 나오는 곳에서는 아이들이 환호하고, 우주의 탄생에서 지구의 탄생과정을 보여주는 곳에서는 내가 환호하며, 그렇게 흥분과 지적호기심을 가슴에 가득 채운 채로 박물관 구경을 마쳤다.

▲ 빈 자연사 박물관. ⓒ가온가람이 가족


가람이는 여행 중 문득 문득 말하곤 한다.
"엄마, 난 세상이 어떻게 만들었는지 너무 궁금해! 예전엔 하나님이 만들었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거 같아! 일년도 넘게 그 생각을 계속 했는데 아직도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너무 궁금해."


예전에 4살 때도 엉뚱한 말을 하곤 했다.
"엄마 난 이상해? 달리다가 이제 서야지 하고 멈췄는데 바로 멈춰지지가 않고 계속 몸이 움직여? 정말 이상해?"
귀엽다. 이것저것 호기심도 많고 관심도 많지만 여행이라는 세상 구경이 가람이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더 증폭시키나보다. 가람이의 흥분과 호기심이 계속 더 많이 자라길 바라며.

▲ 빈 자연사 박물관의 박제 동물들. ⓒ가온가람이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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