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에도 건강보험 가입자에 대한 국고지원 예산을 축소했다. 마치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일이다. 건강보험을 책임지고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는 일인 만큼 적정 수준의 국고지원액을 다시 편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보건복지부와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는 2016년 건강보험 재정 지원예산으로 7조974억원을 책정했다. 구체적 지원액 구성을 보면, 일반회계 5조2천60억원, 국민건강증진기금 1조8천914억원이다.
국가는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 따라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건강보험공단에 지원해야 한다.
이 가운데 14%는 국고에서, 6%는 담뱃세(담배부담금)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한다.
보험료 예상수입액은 보험료 인상률과 건강보험 가입자 증가율, 가입자의 보수월액(봉급) 증가율 등을 고려해 산출하는 게 맞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 건강보험 지원 예상규모를 추계하면서 보험료 인상률만 반영했다. 건보료 예상수입액을 산정할 때 핵심 변수인 건강보험 가입자 증가율과 가입자의 소득수준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과소 추계의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 건강보험 지원금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는 지금까지 건강보험 재정 국가지원 규정을 제대로 지킨 적이 거의 없다. 이번처럼 건보료 예상수입액을 낮게 잡아서 국고지원금을 하향 조정하는 방식을 썼다.
정부는 이런 방식으로 해마다 그간 법정지원액 기준(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못 미치는 16~17% 정도만 지원해왔다.
정부는 2012년 6천836억원, 2013년 6천48억원, 2014년 4천779억원 등 3년간 총 1조7천663억원에 달하는 국고 지원금액을 줄였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건강보험에 대한 과소지원은 국가에 건강보험 재정 운용 책임을 맡긴 건강보험법에 배치될 뿐 아니라 4대 중증질환 등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증가하는 건강보험 지출요인을 고려할 때 건강보험재정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다가 내년 건강보험료율을 0.9% 인상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증가했다는 점에서 정부는 건강보험 지원예산을 적정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는 등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책무를 다할 필요가 있다고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적했다.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 법률 규정은 2016년 12월 31일 만료된다.
건강보험에 대한 국가지원 규정은 의약분업 시행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의약분업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들어간 의사들을 달래려고 의료수가(의료서비스 제공 대가)를 올려주면서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 나자 재정 건전화법안을 한시법으로 제정하면서 만들어졌다. 이후 건강보험법에 2016년까지 재정지원을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국회차원에서 건강보험 국고지원 규정을 새로 만들 때 정부의 연례적 과소지원 문제를 해결하고 앞으로 증가할 건강보험 재정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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