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간 산업이 부실해지면 국민의 세금을 투입해 수습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천문학적인 부실에 빠져 4조 2000억 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결정된 대우조선해양은 그저 또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그런데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책임을 맡고 있는 산업은행은 "지원 조건으로 1만3000명의 직원 중 3000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마치 대우조선의 부실과 앞으로의 정상화 문제가 직원의 책임 의식에 달렸다는 느낌마저 준다. 물론 대우조선을 부실의 늪에 빠뜨린 전임 경영진들에게 책임을 물을 일이 있으면, 책임을 묻겠다고는 했다.
하지만 정말 책임을 질 곳이 따로 있다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00년 이미 3조 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살려낸 기업이다. 그렇다면 15년이 지난 지금 대우조선은 이미 민영화되어 있어야 했다. 15년이면 부실기업을 정상화시키고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정부가 지분을 매각하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10조 원에 달했던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가치는 현재 1조3000억 원으로 추락했다. 지난 2007년 말 주당 6만5000원에 달했던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30일 7000원대 밑으로 마감됐다.
시기를 보면 2008년 이명박 정부 때부터 대우조선해양이 본격적으로 망가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탓도 있다고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이명박 정부 이후 기업가치나 시가총액이 급감한 것은 대외 변수 탓으로만 보기 어렵다.
대우조선 부실이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선 3사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은 유난히 해양플랜트 사업에 따른 부실이 심하다. 전임 경영진 때 3조 원대의 부실을 숨겨온 것도 뒤늦게 드러났다.
사실상 정부가 감독하는 있다는 공적자금 투입 기업인데 이런 부실을 정부가 몰랐다는 것은 "낙하산 인사들이 잿밥에만 눈이 어두웠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결국 대우조선의 부실의 근원은 정부의 낙하산 놀이터로 만든 역대 정권들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직원 3000명 줄이겠다는 발표에 노조 고민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산업은행 출신이 최고재무책임자(CFO)·감사위원·사외이사 등을 맡았고, 산업은행 출신뿐만 아니라 군과 국정원 출신까지도 줄줄이 내려왔다.
대우조선해양에 지원되는 자금 4조2000억 원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각각 2조600억 원과 1조6000억 원을 떠안는 방식으로 마련된다. 양대 국책은행의 지원은 결국 국민의 세 부담으로 귀착된다는 점에서 공적자금이 15년만에 다시 4조 원이 추가돼 모두 7조 원이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산업은행의 실사 결과 대우조선은 올해 하반기 이후 영업외손실을 포함해 최대 3조 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요인이 있어 올해만 총 영업손실이 무려 5조3000억 원대에 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이 내년부터 영업이익을 내면서 2018년 5727억 원, 2019년 5453억 원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 정상화에 이를 수 있다는 밝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조선업 수주 자체가 앞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149억 달러였던 수주규모는 올 10월말 기준 44억 달러에 그쳤다.
대우조선해양 수주 규모가 크게 쪼그라든 것은 업황 악화로 선주들의 발주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7조 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대우조선을 살려내 향후 매각을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하기는커녕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대두되고 있다.
이러다가는 대우조선의 정상화가 안되는 탓을 대우조선 노조 탓으로 돌리는 여론 조작이 벌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노조는 "현장 직원의 인위적인 감원은 없다"는 조건으로 임금동결과 무파업을 약속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자금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1만3000명(생산직 7000명, 사무직 6000명)인 대우조선해양의 인력을 1만 명 이하로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 노조는 "금시초문"이라면서 향후 대응에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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