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새누리당이, 검·인정 체제의 역사 교과서 민간 자율 채택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자, 민간 자율로 채택하는 교과서 검·인정 체제의 정당성 흔들기에 집권 여당이 준(準)사법기관을 동원하고 나선 모습이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보장돼야 하고 시장경제는 자율경쟁이 보장돼야 하는데 시장 실패가 일어나고 자율경쟁 논리가 작동하지 않는 곳이 바로 역사교과서 시장"이라 "한 마디로 역사 교과서 시장은 대표적인 과점 시장으로 교학사 역사 교과서 채택 방해 사태는 강력한 담합의 존재를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그 사례로 "편향적 서술이 많은 교과서 5종이 전체 시장의 90%에 이르고 중도에 가깝다는 평을 얻는 교과서 2종이 약 10%, 보수 교과서 1종을 선택한 학교는 전국에서 단 1개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이 말한 "단 1개교"는 최근 '친일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근령 씨가 이사를 맡고 있는 부산의 부성고등학교다.
김 의장은 이어 "편향된 생각을 지닌 교사들의 목소리가 교과서 채택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고 출판사들도 잘 팔리는 편향된 교과서를 만들어 팔고 있다"며 "공정거래위는 출판사들이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어떤 담합 행위가 있는지, 또는 교과서를 채택하기 위해 불공정 행위를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조사에 착수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보수적 역사 서술이 담긴 교학사 교과서가 채택되지 않은 이유를 '시장 실패'로 돌린 것이다. 그러나 교학사 교과서는 이념 논쟁을 떠나, 제작 자체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많이 받아왔었다. (☞관련기사 : [단독] 교학사교과서 수정본도 오류 600건…박정희 미화 여전)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공정위 조사 요구에 대해 "당의 원내대책회의서 요구한 거는 일종의 공식적인 요구라고도 볼 수 있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비판적인 야당의 주장이 북한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다는 '색깔론'을 제기했다.
원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북한 교육위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했는데, 최근 야권이 주장하는 바와 일맥상통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원 원내대표는 또 야권의 주장을 이른바 '한미FTA 괴담'에 비유하며 "한미FTA를 하면 의료비 폭등으로 맹장수술하는데 수백만 원이 든다. 전기·가스·지하철 요금이 폭등한다고 하는 등, 수많은 괴담이 유포돼 국론이 분열돼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그런 수법을 지금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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