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이목이 이번 주말에 결정되는 미국 기준 금리 인상 여부에 쏠려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7년 넘게 이어진 저금리 시대를 끝낼 금리 인상에 나설지 세계 금융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위험 자산으로 간주되는 신흥국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
물론 세계 경기 불안을 우려해 금리 인상이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리 동결로 나오면 신흥국 시장은 일단 안도를 하겠지만 연준이 인상 시점과 관련한 충분한 신호를 주지 않는다면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금융 시장 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
이번주 FOMC 금리 결정 주목…숨죽인 세계 금융 시장
지난달 중국의 위안화 전격 평가 절하 소식에 세계 금융 시장은 요동쳤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주식 및 외환 시장은 충격을 받았다.
위안화 절하 이후 한 달간 시장정보 업체 마르키트가 집계한 '국가 대표 지수' 37개 가운데 플러스 수익률을 보인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 이후 한 달간 세계 주식 시장에서는 6조9000억 달러(8183조 원)가 넘는 시가 총액이 사라졌다. 이는 지난해 한국 국내 총생산(GDP)인 1조4495억 달러(1726조 원)의 4.8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자원 수출 신흥국의 외환 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브라질 헤알과 콜롬비아 페소 등 남미 국가는 물론 아프리카 국가들의 화폐 가치는 급락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와 터키 리라 가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시아 신흥국 통화도 비틀거렸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와 통화는 17년 만에 최저로 떨어져 외환 위기 가능성도 불거졌다. 태국 바트화와 싱가포르 달러, 필리핀 페소화 등도 5년 이래 가장 나쁜 수준으로 가치가 추락했다.
세계 금융 시장을 충격으로 몰고 간 위안화 전격 절하로부터 한 달이 지났지만 금융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최근 브라질의 신용 등급이 투기 등급으로 떨어지는 등 자원 수출 신흥국 위기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브라질의 부도 위험 수준은 6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들의 부도 위험도 급등했다.
중국 경기를 바라보는 걱정스러운 시선이 걷히지 않은 점도 문제다.
중국 경기 우려와 신흥국 위기에 더해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시장을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6∼17일(현지 시각) 열리는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결정한다.
금리 인상, 신흥 시장 자금 이탈 가속화 전망
미국 기준 금리 인상으로 신흥 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국 금리 인상은 저금리 상황에서 금융 시장에 퍼부은 유동성을 흡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풍부한 유동성에 가격이 오른 신흥국 주식과 채권 등 위험 자산은 미국의 '돈줄 죄기'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심해지면 달러 표시 자산의 매력도 높아진다. 양적 완화 기간 신흥국에 뿌려졌던 자금이 미국 본토로 흡수될 가능성이 커지는 이유다.
세계은행은 6월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기준 금리 인상으로 장기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신흥 시장으로의 자본 유입액은 지금보다 18∼40%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신흥국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상을 선반영한 자금 이탈이 일어나고 있다.
시장 정보 업체 EPFR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신흥 시장의 주식 자금은 8주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 기간 유출 규모는 410억 달러(48조 원)에 달한다.
신흥국 채권 시장에서도 6주 연속 순유출(113억 달러·13조 원) 상태를 보였다.
특히 지난달 중국 위안화 평가 절하 이후 세계 금융 시장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 금리 인상마저 단행되면 신흥 시장은 휘청거릴 가능성이 크다.
세계은행의 카우시크 바수 수석연구원은 중국 위안화 충격 이후 금융 시장의 동요를 주목하면서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시장이 '자본 유출 공포'에 빠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달러 표시 외채가 많은 나라는 금리 인상 후 달러 강세로 빚 부담이 더욱 늘어난다.
외화 보유액이 적고 총외채 대비 단기 외채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특히 미국 금리 인상 과정에서의 취약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위험할 것으로 분석했다.
금리 인상 여파로 신흥국 통화 가치의 추가 급락도 예상된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내년 하반기에 유럽 양적 완화가 끝나면 유동성 축소 시대가 도래해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흥국의 불안에 따라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은 선진국에도 악재다.
세계 경제가 서로 얽혀 있어 한 곳이 무너지면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위기가 번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국 경기의 둔화 우려와 신흥국 통화 불안으로 선진국 주식시장도 패닉을 맛본 경험이 있다.
금리 동결 시, 불확실성 증폭 우려
미국이 세계 경제 불안 등을 고려해 이달 금리를 동결하면 시장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금융 시장은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과 관련한 명확한 신호를 내놓지 않아 혼란을 겪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은 지난 7월에 금리 인상을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이후 말을 아끼고 있다.
연준 관계자들의 입장도 '9월 인상'과 '인상 연기'로 엇갈리고 있다.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은 지난달 말 잭슨홀에서 연설을 통해 "물가 상승률이 2%로 돌아갈 때까지 긴축(금리 인상)을 기다릴 수 없다"고 밝혔다.
피셔 부의장의 발언으로 '9월 인상설'은 재부상했다. 당시 중국발 금융 시장 충격으로 금리 인상이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오던 상황이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8월 실업률(5.1%)이 2008년 4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내자 "(금리 인상을 해도 될 만큼) 완전 고용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반면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미국 경제는 좋아지고 있지만 (금리 인상을 가로막을) 꽤 중요한 역풍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윌리암스 총재가 주목한 역풍들은 저물가, 달러 강세, 중국 경기 둔화, 최근의 금융 시장 동요 등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준 금리 인상 문제를 놓고 연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신흥국들은 미국이 이번 달에 금리를 올려 불확실성을 없애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미르자 아디티야스와라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부총재는 "미국 금리 인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시장 동요를 만들었다"며 "미국이 결정하면 시장은 회복될 것이며 한두 번 금리를 올리고 이후에는 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와 멕시코, 페루도 미국의 조속한 금리 인상을 지지했다.
연내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불확실성에 시장이 휘둘리기보다는 9월 금리 인상 후 연준의 기조를 확인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게 이들 국가의 논리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세계 주식 시장을 둘러싼 가장 큰 불확실성은 미국의 금리 인상 문제"라며 "어차피 이뤄질 것이라면 9월에 인상하는 것이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연준과 시장 사이의 소통 강도에 따라 시장이 받을 충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면서 인상 시기와 관련한 신호가 보낸다면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많이 누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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