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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는 함께 비를 맞는 것이다!

[기고] 무병 장수 비는 '아사히 사 내하청 노조 연대 한마당'

아사히글라스는 경상북도와 구미시가 성공한 외자 유치의 대표적 사례로 홍보하고 있다.

경상북도에서 가장 큰 외국인 투자 기업 아사히글라스가 받은 특혜는 엄청나다. 50년간 토지 무상 임대와 5년간 관세, 법인세, 지방세가 전액 면제되는 특혜를 누렸고 3년간 연장되는 혜택도 받았다. 덕분에 아사히는 연평균 매출 1조 원, 9년 동안 7300억의 사내 유보금을 모을 수 있었다. 반면, 아사히글라스 사내 하청 노동자들은 9년간 최저 임금을 받았다. 장시간 노동은 기본이고, 노동 강도도 높았다. 여기에 인권 침해와 상시적인 권고 사직까지….

이런 노동 조건을 바꾸기 위해 5월 29일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9월 5일 100일을 맞았다. 그 100일 동안 아시히글라스 사내 하청 노동자들은 계약 해지와 집단 해고를 당했고, 136명이던 조합원이 50명으로 줄었으며,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한 공장 앞 천막 농성도 67일째가 되었다. 그리고 아직 노동조합을 떠나지 않은 우리를 위해 '아사히 사내 하청 노조 연대 한마당'이라는 잔치가 열렸다. 마치 100일을 맞이한 아이의 무명 장수를 비는 백일 잔치 같았다.

이날 잔치에는 서울, 경기, 강원, 전라, 충청, 대구, 부산, 울산 제주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500여 명의 노동자가 모였다. 약속이나 한 듯이 서울에서는 떡을 가져왔고, 전라도에서는 지역 특산 술인 홍주와 막걸리를 가져왔다. 지역별로 지지 현수막, 피켓, 걸개그림을 만들어 왔고, 농성에 필요한 쌀과 밤, 심지어 삼겹살까지 가져다주셨다. 100일이 무슨 의미 있는 날은 아니지만, 우리만 모르고 이날 참여한 모든 사람은 모두 아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특히 연대 한마당이 같은 처지에 있는 사내 하청과 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이 제안해서 만들어졌기에 더 뜻깊었다. 어렵게 투쟁하고 있는 사업장 동지들이 십시일반으로 버스를 전세해서 구미까지 온 것도 감사한데 투쟁 기금까지 주셨다. 가슴이 뭉클하다.
하늘도 감동해서인지? 아니면 사내 하청 노동자의 서러움이 느껴져서인지 연대 한마당 시작과 함께 비가 내렸다. 억수 같은 비에도 각자의 사연을 담고 달려온 노동자들이 토해내는 얘기는 멈추지 않았고, 비를 흠뻑 맞은 참가들도 온 마음으로 그 사연을 들었다. 오히려 비는 행사를 방해한 것이 아니라 서로서로를 더 많이 공감하게 한 매개체였다.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연대는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고.

전국 노동자가 간 다음 날 청소를 하며 새로 생긴 현수막을 보는 것만으로도 연대 한마당의 뭉클함이 느껴진다. 아사히 사내 하청 노조는 이 감동이 남아있을 때 우리에게 한 첩의 보약을 준 동지들의 연대에 화답하고자 한다. 어제(9)부터 5개조 20명의 조합원이 1박2일 동안 수도권, 충청권, 전라권, 영남권에서 투쟁하는 사업장 동지들을 만나러 떠났다. 전국의 노동자들이 아사히 사내 하청 노동자들을 만나러 왔듯이 이제 우리가 전국의 노동자들을 만나러 갔다. 그리고 12일 희망 버스를 타고 거제 대우조선 사내 하청 노동자들과 부산 생택과 택시노동자들에게 함께 연대하러 가자고 호소할 것이다.

월요일 아침 출근 선전전을 하는 조합원들의 얼굴이 밝다. 1박2일 순회투쟁 이후 조합원 얼굴은 더 밝을 것이다. '9.5 아사히 사내 하청 노조 연대 한마당'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다음 돌잔치 때는 반드시 공장 안에서 동지들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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