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노사가 또 충돌했다.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은 지난달 11일부터 4일 간 부분 파업을 한 데 이어 지난달 17일부터 전면 파업을 이어왔다. 전면 파업 21일째인 지난 6일, 사 측은 직장 폐쇄에 들어갔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둘러싼 갈등이 주요 이유였다.
익숙한 풍경이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009년과 2011년에도 직장 폐쇄를 단행했었다. 이 회사는 언제부터 이렇게 불안정해진 걸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새우가 고래를 삼킨 뒤, 배탈은 노동자가 앓았다
일차적으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의 책임이다. 그의 무리한 인수합병(M&A)으로 비롯된 문제를, 노동자들이 떠안은 셈이 됐기 때문이다.
박인천 금호아시아나 그룹 창업주의 삼남인 박 회장은 지난 2002년 취임 이후 몸집 불리기에 골몰했다. 정점은 지난 2006년 말 대우건설 인수였다. 대우건설은 당시 종합시공능력 1위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동종업체인 금호산업과 비교해서 연간 매출이 5배 가까이 되는 대우건설을 삼키면서,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재계서열 11위에서 8위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영광은 잠시, 이 사건은 '승자의 저주'를 설명하는 사례로 역사에 남았다. 인수합병 성공이 모기업 경영에 독이 된 사례다.
새우(금호)가 고래(대우건설)을 삼키는 과정에서 이뤄진 무리한 차입이 덫이었다. 금호타이어가 이 과정에서 유탄을 맞았다. 금호타이어는 대우건설에 5000억 원을 투자해 지분 5.6%를 확보했다. 금호타이어는 그 뒤 자금 압박에 시달렸고 지급 기한이 1년 미만인 단기 차입 자금을 끌어다 쓰면서 위기를 가중시켰다. 그러다가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를 맞으면서 급격히 무너졌다. 여기에 겹쳐 미국 조지아 주에 짓던 공장이 자금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이후 금호타이어는 대우건설 지분을 팔아 3000억 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하려 했으나 매각에 실패했고, 결국 미국 조지아 주 공장 공사는 중단됐다. 그리고 지난 2009년 말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갔다. 당시 금호타이어가 안고 있던 부채가 약 1조6000억 원이었다. 이에 앞서 대규모 정리해고가 이뤄졌고, 전면 파업과 직장폐쇄가 있었다.
워크아웃에 따른 부담은 노동자들이 주로 떠안았다. 박 회장은 보유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의결권과 처분권을 위임하는 대신 경영을 계속 맡기로 채권단과 합의했다. 채권단은 박 회장의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았던 셈이다.
워크아웃 이후, 금호타이어는 두달치 월급도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대규모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결과적으로 노동자 1006명이 비정규직이 됐다. 분사, 아웃소싱을 통한 도급직 전환이다.
노사 갈등은 당연했다. 2010년 4월, 2011년 3월, 노동조합이 전면 파업을 했다. 2011년 3월 파업에 대응해 사 측이 '직장 폐쇄'를 했다.
워크아웃은 지난해 말 끝났다. 하지만 '워크아웃 졸업' 이후에도, 노동 조건은 계속 불안정했다. 금호타이어 노조 조합원 김재기 씨가 지난 2월 '도급화' 반대를 외치며 분신, 사망했다. 당시 노조는 "지난해 말 워크아웃을 졸업했는데도 도급화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회사에 의한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책임 큰데, 여당 대표는 딴 소리
두 번째 책임은 채권단, 그리고 정부에게 있다. 금호타이어 대주주는 채권단이다. 우리은행(14%), 산업은행(13.5%) 등 채권단 지분이 모두 42.1%다. 총수 지분은 약 9.1%다. 박 회장이 2.7%, 박세창 부사장(박 회장의 아들)이 2.6%, 금호문화재단이 2.8%를 갖고 있다.
채권단 보유 지분은 현재 시장가로 계산하면 약 4203억 원이다. 워크아웃 당시 평가액 7000억 원보다 40% 가량 가치가 줄었다. 채권단 가운데 우리은행은 정부가 대주주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다.
이들 은행의 돈은 사실상 준(準)공적자금 성격이다.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따라서 금호타이어 경영 정상화에 대한 책임에서 정부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데 여당은 딴청만 피운다. 정부 여당에게 전혀 책임이 없다는 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7일 "금호타이어는 굉장히 어려운 회사"라며 "워크아웃 졸업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임금 인상으로 파업에 들어간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한술 더 떴다.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의 파업을 '핵폭탄'에 비유했다.
이런 발언들에서 금호타이어가 "굉장히 어려운 회사"가 된 데 대한 책임감은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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