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해군기지 건설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서귀포시 강정마을이 제주도가 제안한 크루즈 터미널 사업 수용을 두고 세번째 마을총회를 열었지만 주민 간 찬⋅반 의견차로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강정마을회(회장 조경철 )는 31일 저녁 임시총회를 열어 '크루즈터미널 사업 수용여부 결정의 건'과 '소하천(골세천) 사업 추진여부 결정의 건'을 상정할 예정이었다.
이날 총회 참석 인원은 오후 8시27분 기준 70명.
두가지 안건 모두 마을 사업과 관련돼 최소 150명이 모여야 안건을 상정시킬 수 있다. 그 밖의 의안은 성원이 70명 이상이다.
다만, 강정마을 향약 제12조 3항에 따르면 1, 2차 총회소집에서 정족수가 미달돼 의안이 3차 총회로 넘어갈 경우 정족수에 관계없이 참석자에 한해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지난 6월30일과 8월5일 강정 주민들은 임시총회를 열어 크루즈 터미널 수용 안건을 처리하려 했지만, 성원이 안돼 상정이 무산된 바 있다.
결국 이날 강정 주민들은 향약에 따라 세 번째 채택된 크루즈 터미널 사업 수용 여부만 안건으로 상정했다.
소하천 사업은 지난 8월5일 이후 두 번째 상정이어서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크루즈터미널 수용 여부를 두고는 주민들간 목소리가 높아졌다.
주민 A씨는 "크루즈터미널 수용여부를 우리(강정 주민들)가 결정한다고 해서 건설 여부가 바뀌는가? 어차피 행정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사업인데, 왜 안건으로 상정돼 주민들끼리 찬⋅반 다툼이 있어야 하는가"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은 "행정에서 공문이 왔고, 집행부로서 안건으로 상정시킬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주민 B씨는 크루즈터미널 수용은 해군기지 반대 투쟁과 배치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B씨는 "이제까지 해군기지 반대 싸움을 해왔는데, 크루즈터미널을 수용하면 님비(NIMBY)다. 이제까지 우리가 해왔던 싸움이 뭐가 되겠나. 일관성을 갖자"고 수용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C씨는 "크루즈터미널을 수용하지 않았을 경우 정말 강정 '해군기지'가 되면 어떻게 하나. 그나마 강정 '민⋅군 복합항'이 낫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계속된 이견으로 총회가 접점없이 길어지자 몇몇 주민들은 조용히 총회 자리를 빠져나가기도 했다.
D씨는 "해군기지가 들어설 때 대부분의 주민이 모르지 않았나. 대부분의 강정 주민들이 강정마을과 관련된 사업에 대한 내용을 알고, 의견을 모아야 한다. 주민 투표가 최적의 방법인 것 같다"고 투표에 부칠 것을 제안했다.
이에 조 회장은 "많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크루즈 터미널을 수용할지, 아무 결정도 하지 않고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지 투표를 하겠다"고 거수투표를 선언했다.
이에따라 주민들은 손을 들어 자신의 뜻을 표명했고, 어떤 의견도 과반이 되지 않았다.
결국 크루즈터미널 수용 문제는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앞서 6월19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직접 강정마을을 찾아 '서귀포 크루즈터미널 및 운영지원 시설' 주민설명회를 열었다.
당시 원 지사는 "탑동 제주신항 건설 추진으로 걱정하는 (강정)주민들이 많은데, 신항은 최소 2030년은 돼야 완공된다. 한라산을 기점으로 남(강정), 북(탑동)에 크루즈 터미널이 조성되는 것"이라며 "강정항을 크루즈로 가득 채울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제주도는 총 사업비 534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6461㎡의 크루즈터미널과 활성화시설, 조형공원, 친수시설, 항만진입도로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지상 3층 규모로 회센터와 어린이 공부방, 청소년공부방, 특산품판매장과 각종 상업, 문화 편의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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