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각부 중 선거관리를 주무로 하는 행정자치부의 정종섭 장관이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 자리에서 "총선 필승!"이라는 건배사를 해 논란이 된 가운데(☞관련 기사 : 정종섭 장관, 새누리 연찬회서 "총선 필승" 건배), 새누리당의 해명마저 오히려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새누리당 이장우 대변인은 26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그 자리가 선거운동을 하는 자리도 아니었고 (정 장관이) '새누리당'이라고도 하지 않고 '총선 승리'라고만 표현했다"며 "특별한 의미가 없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말씀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앞서 김영우 수석대변인도 "엄밀하게는 새누리당이라는 구체적인 명칭도 쓰지 않았다"며 "새누리당 의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덕담 수준의 건배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었다.
이에 대해 야권 등에서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선후보가 "BBK를 설립했다"고 말하는 육성 동영상이 공개되자, 나경원·박형준 대변인이 "'내가(설립했다)'라는 주어가 없다"고 했던 것을 연상시킨다며 오히려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새누리당'이라는 구체적 명칭도 사용하지 않은 것을 왜 문제 삼느냐고 하는데, 참으로 어이가 없다"며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장에서 한 '총선 승리' 건배사가 설마 야당의 총선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유 대변인은 "과거 나경원 의원이 '주어가 없다'는 말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의혹을 감싸더니 또 다시 '구체적 명칭이 없다'는 논리로 불법을 피해가려는 새누리당 주장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새정치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 장관의 즉각 해임을 촉구하는 한편, 선거 중립의무 위반이라며 정 장관을 선관위에 고발하겠다고 하고 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도 "2007년 BBK를 '내가' 설립 안 했다고 '주어가 빠져서 문제가 안 된다'는 웃지 못할 변명을 연상케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총선에서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말 한마디로 탄핵까지 당해야 했다"며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에서 한 '총선 필승' 건배사가 '새누리당' 명칭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문제될 게 없다니 어처구니없다"고 했다.
안행위 야당 위원들은 정 의원이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정 장관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야당 위원들은 "정 장관의 '총선 필승' 발언은 공직선거법 제9조 공무원의 중립의무와 제85조 공무원의 선거관여 등 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대한 법규 위반"이라며 "정 장관이 새누리당의 '총선 필승'을 위해 뛸 수 있는 방법은 즉각 장관직을 사퇴하고 새누리당에 입당해 전력을 다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논란이 커지자, 오전까지는 "건배 구호까지 당리당략과 정치적 관점으로 이해하는 것은 지나치다"(김영우 수석대변인)라고 오히려 언론의 비판과 야당의 공세를 문제 삼던 새누리당도 다소 자세 변화를 보였다. 이장우 대변인은 이날 오후 "행자부 장관으로서, 공직자의 건배사로서는 좀 신중했어야 된다는 생각"이라며 "장관은 그런 자리에서도 신중하게 해야 하는데, 장관께서 신중하지 못하게 발언한 것 같다"고 우회적으로 나무랐다.
단 이 대변인은 여전히 "새누리당 의원들끼리 있는 자리에서 '총선 승리' 정도 발언하신 게 아니냐"며 야당의 사퇴 주장이나 선관위 고발 조처에 대해 "그런 성격의 자리가 아니다. 그렇게까지 하는 것은 과한 정치공세가 아닐까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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