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정성근 전 아리랑TV 사장을 경기 파주갑 당협위원장에 내정한 것을 두고 당 안팎으로부터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 위원장은 지난해 6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부적격' 논란이 커지자 33일 만에 자진 사퇴한 인물이다. '국무위원도 못 된 사람이, 당협위원장 자리에 내정돼 국회의원이 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 위원장은 당시 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위증을 반복해 검증을 어렵게 했었다. SBS 앵커였던 1996년에는 운전 중 음주 단속에 걸리자 경찰관에게 '나 기잔데'라며 승강이를 벌이는 모습이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청문회에선 또 다른 음주운전 이력도 제기돼 '상습' 논란마저 번졌다.
특히 정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음주운전 이력에 대해 사과를 하고서도, 바로 그날 저녁 청문회 쉬는 시간을 이용해 여의도에서 폭탄주를 마셨다가 발각돼 국민적 빈축을 샀다. 술자리에는 문화부 및 아리랑TV 직원 10여 명이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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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핵심 원외 인사이기도 한 정 위원장이 파주갑 당협위원장으로 최종 내정된 것은 23일 새누리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다. 이에 앞서 정 위원장은 당협위원장 선출을 위한 당원·주민 여론조사에서 조병국 경기도당 부위원장, 박상길 전 김문수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을 근소한 표 차이로 이겼다.
각종 부적절한 이력에도, 인지도 면에서 정 위원장이 다른 두 후보를 앞섰던 결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김현숙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의원은 "면접 과정에서 장관 후보자 당시 의혹도 언급됐지만 정 전 사장이 적극 해명했고, 의혹 이상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새누리당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작지 않은 문제가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정 위원장은 2012년 총선을 앞두고도 박근혜 당시 대표 등 당 지도부에 의해 경기 파주갑에 전략공천됐었으나, 비슷한 음주 운전 문제가 입방아에 올랐었다. 당시 <동아일보>가 이 같은 공천을 '비도덕 공천'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비판하는 등 보수 언론도 정 위원장에게 달가운 시선을 보내지 않았었다.
3년 전, 1년 전에 일었던 논란을 또 자초하면서도 정 위원장을 애초 후보군에서 탈락시키지 못하고, 여론조사 경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과 관련해선, 정 위원장이 핵심 친박 인사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 위원장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공보위원을 지낸 후, 정치인 신분으로 아리랑TV 사장 공모에 지원해 '낙하산 사장' 비판도 받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스스로 집권 여당의 위신을 내팽개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강희용 부대변인은 "국무위원으로서 부적격이었던 사람이 국무위원을 청문하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선 것"이라면서 "선수 자격도 없는 분이 심판을 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국민 우롱이고 국회 모독"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유승민 사태 이후 당을 장악한 친박 세력의 첫 작품치고는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여당이 "청와대 여의도출장소라는 비난을 자초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 도리가 없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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