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몇 정치인의 글이 회자되고 있다. 유승민·조성주·이동학·정두언 등 형식과 내용은 제각각이지만, 정당과 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지난 4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를 제안하며 "따뜻한 보수"를 얘기했다. 그는 또 지난 8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며 "나는 정치를 왜 하는가?"라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헌법 정신을 강조했다.
조성주 정치발전소 공동대표는 정의당 당 대표 경선 출마선언문에서 "(민주주의) 광장 밖의 사람들의 삶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정의당은 미래와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던 날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 "오늘 우리는 모두 '유승민'이다"에서 "변화의 정치"를 역설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청년 혁신위원회 이동학 위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586전상서'에서 '86세대 하방론'을 주장했다. 그는 특히 386세대 정치인의 상징인 이인영 의원에게 "당이 찾아야 할 활로가 되어" 달라며 '약세 지역' 출마를 권유했다. 그러나 이인영 의원은 '당 혁신이 우선'이라며 이를 거절했다.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유승민 사태' 후 박수로 추대된 원유철 신임 원내대표와 관련해 "개그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이는 "수평적 당정 관계를 부인"한 것으로, "새누리당이 30년 전 도로 민정당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는 지난 17일 위의 글 중 이동학 위원, 정두언 의원, 조성주 공동대표의 글을 살폈다.(☞바로 듣기 : 이철희의 이쑤시개)
"이인영, 충청도에서 경쟁하라"
<이쑤시개> 진행자인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586전상서'에 대해 "이동학 위원이 이인영 의원을 겨냥해 하고 싶은 얘길 아주 정중하게 했다"며 핵심은 "내년 총선에서 서울 구로갑에 출마하지 말고, 어려운 충청도에 가서 (새누리당과) 경쟁하라는 얘기"라고 말했다.(☞관련기사 : 새정치, 30대 이동학 vs. 486 이인영 공개 논쟁)
이인영 의원의 고향은 충북 충주다. 2010년 충주 보궐선거에서 이 의원 차출론이 거론됐으나, 그는 지역구인 "구로를 버릴 수 없다"며 거부했다. 이동학 위원의 이번 제안도 "다른 지역구에 출마한들, 또 거기서 당선된들 아니면 낙선한들 어떤 보람이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며 사실상 거절했다.
이동학 위원은 이인영 의원이 열린우리당 청소년지원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던 2003년 입당해 민주통합당 청년위원회 부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전국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초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 출신인 이인영 의원도 30대 중반이던 1999년 새청년민주당 청년분과 부위원장을 맡으며 정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쑤시개> 고정 출연자인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80년대 민주화 열풍 속에 운동권 출신 청년들(386세력)이 정치권에 대거 유입됐다며, 이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론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희 소장도 "(기대와 달리) 386세력이 정치권에서 자기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 초대 의장을 지낸 김근태 전 장관 이후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행동을 한) 큰 인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이인영 의원이 지난 2.8 전당대회에 출마해 "이제는 주전 선수로 나서겠다"고 각오한 만큼 지도자에게 맞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철희 : 이인영 의원이 '약세지역 출마보다 중요한 것은 혁신위원회의 가치 지양이다'라고 했는데, 혁신위의 가치는 무엇을 말하는 건가.
김윤철 : '적진'에 출마하라는 이동학 위원의 요구가 '당 혁신의 성격을 정치공학적이고 전략적인 면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비판이다. 그것보다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노동자와 약자를 중심으로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철희 : <민주주의의 정치적 기초>를 쓴 샤츠 슈나이더(Schatt schneider)는 '전략은 정치의 심장이다'라고 했다. 전략 없는 정치가 어디 있나. 전략적 판단이라는 것이 나쁜 게 아니다.
김윤철 : 원래 '정치=전략'이다. 영어로, 정치인은 스테이츠맨(statesman)이라고 하고 전략은 스트라테지(strategy)라고 한다. 두 단어 모두 '국가를 어떻게 관리하고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관점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이인영 의원이 '적진'에 출마해야 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
이철희 : 해야 한다. 민주화 운동은 뭐, 유리해서 했나? 내 기억 속에 친구 '이인영'은 1987년 7월 9월 서울 시청 앞에서 진행된 이한열 열사 노제 당시 '포효하는 이인영'으로 남아 있다. 그에 대한 시대적 사명이 있다.
"'기승전-野', 정두언답지 않다"
이철희 소장은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새누리당이 도로 민정당이 되고 있다"고 성토한 글에 대해 "비판을 잘하다가 결국 야당 탓으로 끝냈다. 비겁하다"고 논평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기승전-야(野)'인 셈.
이 소장은 특히 "야당이 튼튼해야 여당이 긴장하고 정신도 차리는데, 야당이 지리멸렬하니 여당과 정부도 함께 부실해지는 것"이라는 정 의원의 주장은 이해되지만, "대한민국 국정혼란의 진원지는 야당이다"라는 말에는 "0.1%도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새누리당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비난의 화살을 피하려다 보니, 이상한 글이 나왔다"며 "실력 있는 여당 정치인이 반사이익에 기댄 듯한 자세를 보였다. 정두언 의원답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두언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박수로 추대된 원유철 신임 원내대표 건 외에 △서민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경제인 특별사면보다 재벌개혁이 시급하고 △오픈 프라이머리 실시를 주장하는 김무성 대표에게 진정성이 보이지 않으며 △야당은 대한민국 국정혼란의 진원지로, 우리 사회 양극화를 주도해온 주범이라는 주장 등을 거론했다.(☞관련기사 : 정두언 "새누리, 30년 전 도로 민정당으로")
"조성주, 기대하지 말고 봇짐 메고 길 나서야"
마지막으로 이철희 소장은 조성주 공동대표에게 "평론보다는 정치를 하라"며 "'2세대 진보정치인'에게 쏠리는 주변의 따뜻한 시선에 기대하지 말고 (정치인으로) 다시 봇짐을 메고 길을 나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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