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당직자 출신 등 당원 50여명이 어제 탈당한 것을 기화로 적잖은 사람들이 또 다시 신당설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새정치연합 내 일부 신당론자들, 그리고 보수언론이 그 주인공들인데요.
이들의 전언 또는 주장 또는 전망은 워낙 여러 갈래이기 때문에 한 묶음으로 정리하기가 어렵습니다만 그래도 공통분모를 최대한으로 도출하면 신당의 밑그림은 두 개입니다. 하나는 ‘호남 기반의 중도개혁신당’이고, 다른 하나는 이른바 ‘합리적 진보의 비노’와 ‘개혁적 보수의 비박’을 묶는 ‘제3지대 중도신당’입니다.
이런 신당이 출현할까라는 궁금증은 일단 물리겠습니다. 그냥 신당이 출현한다고 전제하고 오직 하나만 짚겠습니다. 그런 신당이 성공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이런 신당론은 몽유도원도에 버금가는 상상도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단언하는 이유는 여러 측면에서 제시할 수 있지만 오늘 이 자리에선 딱 한 가지 근거만 제시하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존재, 이게 바로 근거입니다.
생뚱맞은 얘기 같지만 아닙니다. 생뚱맞지도, 새롭지도 않습니다. 이미 말한 사람이 있습니다. 입이 아니라 온몸으로 말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유승민 의원입니다.
무슨 얘기인지, 하나하나 풀어보죠.
대통령제, 특히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모든 건 대통령을 중심으로 돌아갑니다. 중요의제의 발화자는 대통령이고, 정치사회적 갈등의 중심 역시 대통령이며, 진영을 가르는 철책선 또한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제의 이런 특성이 현실정치를 규정합니다. 대통령에 대한 태도가 정치권을 가르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대통령의 태도가 정치권을 가르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좌·우·중도파의 구획과 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념적인 몇 개의 항목을 갖고 좌·우·중도파를 가르는 건 백면서생의 책상 위에서나 이뤄지는 일입니다. 현실정치에서 좌·우·중도파는 끊임없이 교호작용을 하면서 그 경계와 영역을 조정해갑니다. 바로 이 과정, 진영의 경계와 영역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힘을 미치는 게 바로 대통령, 제왕적 대통령입니다. 현재 시점으로 한정해서 말하면 바로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규정력은 아주 간명합니다. 그 규정력은 중도파의 공간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 증좌가 바로 유승민 찍어내기입니다.
유승민 의원이 부각된 건 신보수 또는 개혁보수 노선 때문이었습니다.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한 마디가 상징하는 것처럼 박 대통령의 우파 노선을 문제 삼으며 중도적 해법을 모색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배척됐습니다. 박 대통령에 의해 그것은 ‘배신의 자기 정치’로 규정됐고, ‘심판’의 대상으로 설정됐으며, 결국은 원내대표직에서 쫓겨났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해서 짜고 있는, 단순한 이분구도는 야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유승민과 같은 여권 내 중도파 내지 협상파의 존재를 지워버림으로써 야권으로 하여금 대여 강경노선을 펴지 않을 수 없게 만들 것입니다. 강대강으로 맞부딪히는 국면을 연출하는 것입니다.
이런 흐름은 총선에 가서 정점을 찍을 것입니다. 총선은 성격은 본디 심판이기에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여야의 대립구도는 가팔라지기 마련입니다. 이런 본질적 흐름에 박근혜 대통령의 단순·과격한 국정행보가 추가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내년 총선은 온통 박근혜 선거가 될 것입니다. 노선과 정책의 경쟁은 박근혜 정권의 그것에 대한 찬반으로, 정치적 대립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로 단순화될 것입니다. 이렇게 단순선명하게 대치하는 여야 틈바구니에서 이른바 ‘중도신당’이 자기 정체성을 어필할 수 있을까요?
삐딱한 시선, 예를 들어 신당론은 지역주의에 기댄 올드보이들의 생존권 사수투쟁에 불과하다는 식의 삐딱한 시선은 꾹꾹 누르고 신당론의 중도노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평한다면 지금 모색은 시기상조입니다. 대통령의 존재가 과거 권력으로 소거되고 미래 권력은 백지 상태에서 디자인 되는 대선 국면에서나 논하고 모색할 법한(물론 이 또한 쉬운 과정은 아닙니다만) 일을 지금 운위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시기상조입니다. 그래서 헛발질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이 기사는 7월 10일 <시사통> '이슈독털' 내용입니다. (☞바로 가기 : <시사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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