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결에 앞서 신당 일부 의원들은 "미국 대통령이 직접 요청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거부할 수 있냐"면서 파병연장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김효석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가급적 당론을 존중해달라"고 말했지만 자당 국방위 의원들의 '소신'을 꺽진 못했다.
신당 조성태 "미국 대통령 요청 거절이 국익에 맞나?"
이날 국방위에 출석한 15명의 의원 가운데 파병연장안에 반대 의사를 밝힌 의원은 신당 소속 박찬석, 이석현 의원 두 명에 불과했다.
위원장인 김성곤 의원은 기권했고 당론으로 파병연장안 찬성 의사를 이미 밝힌 한나라당 민주당 의원에 신당 김명자, 조성태, 안영근, 유재건 의원 등 네 사람이 찬성표를 던졌다. 당론거부자가 찬성자의 두배인 셈이다.
표결 이전, 최근 이라크 중앙 정부가 '한국 기업이 쿠르드 지역의 유전개발에 계속 참여한다면 원유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한데 대한 논의가 잠깐 진행됐을 뿐 온통 '한미공조'에 대한 이야기만 오갔다.
김장수 국방장관은 "철군 하면 한미관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파병 안 한 나라는 대미관계에 다 심대한 영향이 있었냐'는 박찬석 의원의 질문에 "한미상호방위 조약 같은 동맹을 맺지 않은 나라와 비교하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런 식이면 내년에 미국이 또 요구하면 또 파병을 연장하실 것이냐'는 질문에 김 장관은 "확답드릴 수 없다"면서 "현재 동의안은 내년에는 철수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김 장관은 "다국적군의 주둔이 내년까지고 그 이후에는 평화유지군 형태로 바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국군이 다국적군에서 '평화유지군'으로 간판만 바꿔서 내년 이후에도 계속 주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은 아예 "파병 목적이 달성됐느냐 마느냐가 중요하다"면서 "동의안에 '내년 철수'라고 되어있는데 그런 궁색스러운 표현을 안 썼으면 좋겠다"며 '프리패스'를 주장하기도 했다.
박찬석 의원과 설전을 벌이던 김 장관을 구해준 것은 신당 소속 조성태 의원이었다.
조 의원은 "한미동맹에서 내년 1년은 한국 안보의 장래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시기가 될 것이다"면서 "주둔연장은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은 것이다"고 주장했다.
조 의원은 "부시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자이툰 부대를 언급하지 않았냐"면서 "오죽하면 미국 대통령이 철군 유보를 직접 한국대통령한테 요청했겠나?"고 말했다.
하지만 부시 미 대통령이 노 대통령에게 주둔 연장을 직접 요청한 적은 없다.
조 의원은 "미국 대통령이 (자이툰 부대원 중) 절반만 돌아가달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과연 우리가 그걸 거절하는 게 국가 이익 측면에서 맞는 것인가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이라크가 평화의 문턱에 거의 다 와있는데 그걸 뿌리치고 돌아오는 게 현명한 방법인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 어디 세종로에서 철군해야 한다고 데모하는 사람이라도 봤냐"고도 말했다.
같은 신당 소속 이석현 의원이 파병 연장 반대 의견을 개진한 이후 발언권을 얻은 신당 김명자 의원은 "신당이 갑론을박한다는 아픈 지적을 그대로 받아들이겠다"고 '반성'하면서 "파병을 연장하는 단계적 철군이 국익에 부합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미국 민주당이 자기들은 철군해야 한다고 부시 행정부를 질타하지만 동맹국의 철군에 대해서는 전혀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자기들 안에서 반대하는 것하고 동맹국이 동조관계를 깨는 것에 대한 민주당 반응은 전혀 별개이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송자 의원도 "파병 연장은 새 정부의 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외교군사적인 분야에서 노 대통령이 아주 잘한 것이 파병이다"고 거들었다.
'잡탕성' 증명한 신당, 파병안 본회의 통과 시 존재이유 상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신당 최재성 원내공보부대표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우리는 이미 당론으로 파병연장 동의안 반대를 결정했다"면서 "국방위는 통과됐지만 본회의에서 부결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파병연장 반대가 '강제적 당론'임을 재확인한 최 부대표는 '28일 본회의 표결 전망이 어떠냐'는 질문에 "아주 간당간당하다"고 답했다.
그는 "찬성 의원들에 대한 설득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별다른 계획을 내놓진 못했다.
파병안은 국회 과반수 이상 출석 출석자중 과반 찬성으로 의결된다. 한나라당에서는 배일도, 고진화 의원 정도가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고 민주당은 찬성 당론이다. 결국 신당 이탈표가 어느 정도냐 수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 안팎에서는 근소하게 나마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한 파병연장안이 신당 반란표에 힘입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상태인 신당은 그 '잡탕성'을 다시 한번 증명하며 정체성 논란에 휩쌓여 존재 의미에 대한 본질적 물음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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