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자와 강재섭 대표의 회동을 통해 당청관계 정립과 공천권 문제가 일단 물밑으로 가라앉았지만 이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치열하다.
특히 당장 내년 4월 9일 실시되는 18대 총선 공천 시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선자 측은 공천을 최대한 늦춘다는 복안이지만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을 중심으로 불안감에 떨고 있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공천은 정부 출범 이후로?
지난 24일 대선 이후 첫 회동에서 이 당선자는 "신문을 보니까 우리가 '공천 문제 때문에 뭐 어떻다' 해서 깜짝 놀랐다"면서 "우리 당이 그런 것 갖고 시끄럽게 할 때가 아니다.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국민이 실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청관계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명예당직만 맡을 수 있는)당헌당규가 잘 되 있는데 고친다든지 하는 문제는 앞으로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논란을 일단락 지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종결'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당시 박형준 대변인은 "그런 문제는 인수위 구성보다 천천히 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이후 당선자 측과 당 지도부는 당내 분란 최소화 등을 위해 공천을 2월 25일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늦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재섭 대표도 최근 "공천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자. 내년 1월 중순 조용히 총선기획단을 꾸려 그때부터 총선 문제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총선 한 달 전에 공천해도 아무 상관없다"
당선자 측 입장에서 보면 공천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탈여의도' 정치를 표방하는 이 당선자가 각계 전문가를 비롯한 새로운 피를 수혈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다. 인수위에서 활동하게 될 인사들을 그대로 총선에 투입할 수도 있다.
게다가 당내에서 벌어질 공천탈락 폭풍을 최소화할 수 있다. 내년 2월 중순 국회 인사청문회가 예상되는 국무총리 등 신임 각료의 인준통과를 위해서라도 그 이전까지는 한나라당이 단일대오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조기 공천은 2월 중순 경 공식 출범이 예상되는 이회창 신당의 동력만 높여주는 결과를 낳게 된다.
대통령 선거 바로 다음 날인 20일 오전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통해 이 문제를 최초로 점화한 이 당선자의 최측근 중진 박희태 의원은 당시 "공천은 총선 한 달 전 까지만 끝내도 상관 없다"고 못을 박은 바 있다.
그는 "탄핵 때를 보라. 탄핵안 통과됐던 것이 (2004년) 3월12일 이었고 총선이 4월15일이었다. 탄핵 뒤에서야 공천을 확정했다"면서 "당시에 공천심사위가 전권을 가졌고 최병렬 당시 대표 자신도 공천에서 떨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천 시기가 늦춰지면 늦춰질수록 당선자 측의 장악력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이는 한나라당의 물갈이 폭이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나라당의 또 다른 의원은 최근 "보통 때도 공천을 통해 한 30, 40% 는 물갈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보통 때'가 아닌 만큼 물갈이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18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이명박 당선자의 공천개입 선례는 19대 총선으로도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현행 헌법대로라면 19대 총선은 2012년 4월에 실시된다. 대선은 그 해 말이다. 한나라당 후보의 장악력이 높아지기 이전에 청와대가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나라당 공천을 두고 여러모로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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