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이 동성 간 결혼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리면서 동성 결혼은 전 세계적 이슈가 됐고, 국내에서도 공교롭게 '퀴어 퍼레이드'(☞관련 기사 : 퀴어 축제 참석한 리퍼트…'증오'를 이긴 '사랑') 일정과 겹치면서 주말 내내 큰 화제가 됐다. 단 정치권만은 예외였다. 언제나 여론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해 온 정치권의 속성상 이는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여당인 새누리당과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26일(현지 시각)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난 이후, 이 사안에 대해 29일 오전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주말 동안 대변인·부대변인 논평 한 줄 없었고, 월요일 오전 각 당 지도부 회의에서도 이번 미 대법원 판결은 '없는 일'로 취급됐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거취 등 민감한 정치 현안 외에 다른 논평이 나오지 않은 것도 아니다. 새누리당은 '6월 29일의 6.29 선언, 삼풍백화점 붕괴, 연평해전이 남긴 교훈'이라는 제목의 수석대변인 논평을 일요일 오후 냈다. 새정치연합도 같은날 '영화 <연평해전> 아전인수식 이념 논쟁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의 고귀한 뜻을 퇴색시키는 일' 제하의 수석대변인 논평을 냈다.
이는 진보정당들이 대대적으로 환영 논평을 낸 것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자세다. 의석 수 5석의 정의당은 문정은 신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역사는 진보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편견과 차별로 인해 숨죽이던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내고 추구하는 행복을 떳떳하게 이룰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정의당은 "사랑이 모든 것을 이긴다. 이것은 불변의 법칙"이라며 "대한민국 역시 인권의 진일보를 위한 거대한 흐름에 조속히 동참할 수 있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원외 정당인 노동당은 "미국은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21번째 국가가 됐다"며 "(그러나) 한국은 예외다. 2012년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아직도 국회에서 계류 중"이라고 꼬집었다. 노동당은 "그러는 사이 동성애 혐오 발언의 수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며 "'글로벌 스탠더드'는 필요할 때만 갖다 쓰라고 있는 게 아니다. 한국 정부와 정치권도 이에 걸맞는 준비와 실천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녹색당도 "모든 사랑은 평등하다" 제하 논평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반대하는 것을 넘어, 성소수자들도 결혼을 포함한 사회 제도에서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것이 국제 인권 규범이 되어가고 있다"며 "한국의 성소수자들도 결혼 앞에 평등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녹색당은) 힘써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동성애 문제에 대해 '표'를 이유로 반인권적이거나 모호한 태도를 보였던 전력이 있다. 새누리당은 이노근 의원(초선, 서울 노원갑)이 지난해 12월 "최근 서울시가 성소수자 보호니 뭐니 해서 인권헌장을 만들려고 한다"며 "그것(동성애)은 소위 인류 보편의 가치는 아니다. 인류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가치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차별적 발언을 했으나, 이에 대해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에서는 김진표 전 원내대표가 18대 대선을 엿새 앞두고 '민주통합당 선대위 종교특별위원회' 명의 기자회견에서 "동성애·동성혼을 허용하는 법률이 제정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었다. (☞관련 기사 : 기독교 표 급한 민주당 "동성애 허용법 제정 안되게 노력") 이는 "동성결혼/파트너십은 우리 사회에 새로이 나타나고 있는 가족의 형태다. 이들의 사회적 의무와 권리에 대한 사회적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제도적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당시 문재인 캠프 공식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었으나, 김 전 원내대표 또한 당으로부터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김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연합 후보로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했고, 야권 단일후보까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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