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 노동자(불법 체류자)도 노동조합 설립 등 노동 3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5일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 노조 설립을 인정해 달라며 서울지방노동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005년 6월 이주노조가 소송을 낸 지 10년, 사건이 대법원에 상고된 지 8년4개월 만에 나온 판결이다. 이주노조 사건은 대법원 계류 사건 중에서도 최장기 미제 사건이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앞으로 미등록 이주 노동자라고 하더라도 노동 3권이 인정되고, 노조 역시 설립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은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아 생활을 하고 있다면 누구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불법 체류자여서 취업 자격이 없다고 해도 노조 결성 및 가입이 금지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은 국가의 안전 보장이나 질서 유지 등을 위해 법률로 제한하지 않는 한 누구에게나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또 "노동청이 신고서를 반려한 것은 상위 법령 등에 위임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상위 법령엔 그에 관한 규정이 없어 반려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노조 결성이 허용된다고 해서, 취업 자격을 따로 주거나 국내 체류가 합법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경기·인천 지역 이주노동자 91명은 지난 2005년 4월 노조를 결성했고, 그해 5월 노조 설립 신고서를 서울지방노동청에 냈지만 반려됐다.
노동청은 당시 조합원 가운데 '불법 체류자'가 포함돼 있으니 조합원들의 취업 자격을 확인할 수 있는 외국인 등록 번호나 여권번호가 포함된 조합원 명부를 요구했고, 이주노조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노조법에 명시된 노조 설립 신고 요건에도 외국인 등록번호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
결국 노조는 그해 6월 소송을 냈고, 1심은 미등록 이주 노동자가 포함됐다면 노조로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를 판결했지만 2심은 이주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노동 3권을 보장한 헌법 제33조 △외국인의 지위를 보장한 헌법 제6조 △국적에 따른 근로 조건의 차별 대우를 금지한 근로기준법 제5조 △조합원에 대해 인종 등에 의한 차별 대우를 금지한 노조법 제9조 등을 판결의 근거로 제시했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이날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은 100만 명이 넘는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과 권리가 지켜지는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역시 성명을 내고 "10년 이주 노동자의 절규가 마침내 결실을 이뤘다"며 "이번 판결은 단지 이주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넘어 한국 사회의 팽배한 인종 차별과 반인권 문화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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