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운동에 적극적이었을 뿐 아니라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장을 맡아 '선명한 우경화' 전략을 주장한 바 있는 유 교수는 한나라당 인사들과도 충돌을 마다치 않았을 정도로 '강성 보수'로 꼽힌다.
3공화국 시절 정무수석을 지냈던 유혁인 씨의 장남으로 안동 출생인 그를 두고 한 인사는 "뼈 속부터 보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회창 캠프에 몸을 담은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선거를 3일 앞둔 16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유 교수는 이명박 후보를 향해 '가짜 보수, '기회주의 보수'라고 공격하며 "이명박 5년은 노무현 5년 보다 더 깽판이 될 것"이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이데올로그인 유 교수에게 막바지의 구체적 선거전략을 물어보는 것이 적합치 않은 탓도 있겠지만 그는 "이명박으로 정권교체는 가짜 정권교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대선 이후를 내다보고 있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의 '천하삼분지계' 주장과 뜻을 같이 하고 있는 것.
다음 총선을 통해 '한나라당-이회창 신당-현 여권'으로 가른다는 것은 이회창 캠프가 대체로 공유하고 있는 전략이다.
그는 또한 "정동영 후보 측이 대북정책만 바꾼다면 국정 파트너로 삼을 수도 있다"며 오히려 여권에 상대적으로 호의적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대선 이후에도 보수 진영의 선명성 경쟁이 치열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날 인터뷰에서 유 교수는 특히 '진짜 보수', '정통 보수'를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내세우는 '경제 살리기'주장에 대해선 "박정희는 군인 출신 아니더냐"는 한마디로 일축했다.
한편 그는 "조중동은 사실보도가 아니라 '신념보도'를 하는 매체들이다"면서 "좌파 매체만 심각한 줄 알았지 우파 매체들의 문제가 이렇게 심각할 줄은 몰랐다"고 목소리를 높여 눈길을 끌었다.
이는 한나라당 경선 이후 박근혜 캠프 출신 인사들도 똑같이 지적한 문제점들이다.
다음은 서울 남대문 단암빌딩의 이회창 후보 선거캠프에서 진행한 이날 인터뷰 전문이다.
"이명박 5년은 노무현 5년 보다 더 깽판 될 것"
프레시안: 3일 남았다. 막바지 득표 전략은 무엇인가?
유석춘: 이회창 후보 당선이야 말로 제대로 된 정권교체가 된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려내는 것이다.
프레시안: 좀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달라.
유석춘: 'BBK는 내가 설립했다'는 이명박 후보의 동영상도 공개가 됐는데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다면 보수 정권 교체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국민들도 잘 알고 있다고 본다. 마지막까지 그 부분에 주력하겠단 이야기다.
프레시안: 방금 기자회견에서 이회창 후보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 노무현 5년이 더 나았다'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던데.
유석춘: 정확한 말이다. 이명박 5년은 노무현 5년 보다 더 깽판이 벌어질 것이다.
프레시안: 좀 전에 이회창 후보가 박근혜 전 대표 집을 찾아갔던 이야기도 하던데 박 전 대표와 연대 시도는 계속하는 것인가?
유석춘: 그렇다. 한나라당 내에서 우리와 가장 신념과 뜻이 가까운 분이 그 분이지 않나.
프레시안: 그 연대 시도는 총선 이후까지 연결되는 것인가?
유석춘: 그렇다. 이미 창당을 언급한 적 있는데 한나라당 내에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많은 분들과 같이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그렇다면, 대선 이후 보수진영의 재편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유석춘: 내 생각은 그렇다. BBK 건 등으로 인해서라도 한나라당 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뛰쳐 나올 것이고 기회주의적 보수, 좋게 말해줘서 중도 보수와 선명한 보수로 재편 될 것으로 기대한다.
프레시안: 이명박 후보에 대해 우파의 선명성이 부족하다는 식의 비판은 일견 이해가 가는데 최근 이회창 후보는 이명박 후보를 겨냥해 '좌파'라고 까지 규정했다. 이런 점을 보면 최근의 행보가 대선용이 아니라 총선용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올 수 밖에 없다.
유석춘: 후보가 그런 말씀을 한 것은 근거가 있는 이야기다. 최근 조선일보에 각 대선 후보 이념 좌표에 대한 기사가 나왔는데 우리 후보가 6점,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는 4점이었다.(10점이면 가장 우파, 0점이면 가장 좌파다)
결국 이명박 후보가 중도좌파란 말 아니냐. 대북정책에 관해서만 봐도 철저한 상호주의를 주장하는 우리 후보에 반해 이명박 후보는 오락가락한다.
"조중동의 검은 유착이 자리잡고 있다"
프레시안: 집권을 자신하는 이명박 후보 쪽에선 중도화 전략을 사용하는 것 아니겠나. 이회창 후보도 집권하면 바뀔 수밖에 없을 건데
유석춘: 집권을 하고 나면 전국민을 상대로 최대공약수를 찾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도 집권하면 반대되는 사람들하고 다 협의를 거칠 것이다. 그런데 그 이전 선거과정에서는 '내 정체성의 뿌리는 무엇이다. 외연은 어디까지 확대하겠다'는 식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 거짓말을 해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프레시안: 그러면 햇볕정책 전도사인 김혁규 전 지사 등이 캠프에 합류한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
유석춘: 선거기간에 여러분과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지 그 분이 건너왔다고 해서 우리 정체성과 노선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프레시안: 반면에 이장춘 전 대사 같은 보수 인사는 정동영 캠프로 건너갔다.
유석춘: 개인적으로 이 대사를 잘 안다. 나는 박영선 의원 등이 제기한 BBK의혹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하고 있었는데 거짓말할 분이 아닌 이 전 대사의 폭로를 보고 마음을 굳혔다.
그런데 우리가 같은 보수 후보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게 꺼려지는 점이 있고 하다 보니 더 세게 공격할 수 있는 쪽으로 가신 것 같다.
프레시안: 선거 막바지 정동영 후보 측과 반부패 공조 이야기도 들렸다.
유석춘: 부패 문제에 대해서, 이명박의 부도덕성과 거짓말은 너무 이상하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동맹이 이뤄지는 것이지 인위적으로 뭘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프레시안: 전술적 공조에 불과하단 말인가
유석춘: 그렇다.
프레시안: 부패 문제는 그렇다치고, 정통 보수를 이야기하는 이회창 후보가 '충청도 핫바지론'등을 제기한 것은 역시 '과도하다. 결국 총선용이다'는 지적도 많다.
유석춘: 충청권 유세에서 강조한 것이 그런 게 아닌데, 조중동의 검은 유착이 자리잡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 후보가 강조하는 것을 쓰지 않고 '지역주의'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프레시안: 2002년 대선 때 권영길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 대한 색깔론 공세를 막아줬다는 분석이 있듯이, 이명박 진영 일각에서도 오히려 이회창 후보 덕을 본다는 이야기도 있다.
유석춘: 그런 말 하는 사람은 그나마 양심적인 사람이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가 요즘 이야기 하듯이 국민들은 '우파가 경쟁해서 재편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다.
프레시안: 그런데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고공현상은, 우파 이데올로기에 대한 동조라기 보다 '경제가 잘 되지 않을까'라는 믿음에 근거한 게 크다는 분석도 많다.
유석춘: 그렇긴 하다. 지금은 우파가 잘해서라기 보다는 좌파들이 못해서 이런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반사이익을 이명박 후보가 가져가면 나라가 결단 난다. 이회창 후보가 되는 게 더 낫다는 이야기다.
경제도 그렇다. BBK 동업한 사람을 어떻게 믿나? 성공한 경제인이기 때문에 국가 경제를 잘 발전시킨다? 완벽한 사기다. 박정희 대통령은 군인출신이었다. 경제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대통령은 인프라 스트럭쳐를 가지면 된다. 국가철학과 도덕만 가지면 경제는 따라온다.
프레시안: BBK 문제에 대해 이회창 캠프가 가장 노무현-이명박 유착설에 힘을 싣고 있다.
유석춘: 지금 한 60% 정도가 검찰 수사 못 믿겠다는 것인데, 오늘로서 그 수치가 80, 90%까지 올라갈 것이다. 검찰이 완벽하게 무혐의 처리했는데 후보는 '내가 창업한 회사'라고 이야기 했다. 이걸 누가 믿겠나. 미래 권력과 현재 권력의 접점이 이른바 '노명박 의혹'이다.
아마도 특검법이 통과될 것이 확실한데, 그 특검을 거부하면 '노명박 연대'는 사실로 드러나는 것 아니겠냐
"총선에서 3분화 현상 벌어질 것"
프레시안: 성급하지만 총선 전망을 좀 해보자. 이회창 신당과 한나라당이 경쟁하면, 우리 사회가 너무 급격하게 우경화되는 것 아닌가? 견제가 없어질 우려가 있는데
유석춘: 그건 지난 10년 간 나라를 망친 좌파 책임이다. 우리사회에는 원래 우파가 많은데 탄핵이다 뭐다 해서 좌파가 득세했다. '탄돌이'들도 대거 등장했고. 만약 급속한 우측 쏠림 현상이 나오면 그게 정상화 되는 과정으로 봐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 조갑제 씨 같은 우파 인사는 우파 간 경쟁을 이야기 하더라
유석춘: 내 생각도 똑같다. 오른쪽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걱정이 들 수도 있겠지만 다행히 우파 간 노선투쟁도 하면서 선명성 경쟁이 되면 견제가 가능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 정치가 좀 더 분화 되야 한다고 보는데 예컨대 '강경 좌-중도 좌-기회주의 우파-정통 우파' 그런 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 중도 좌, 기회주의 뭐 좋게 말해줘서 중도 우파, 정통 우파로 3분화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만약 이명박 후보가 집권하고 이회창 신당이 야당이 되면 현 여권과 공조도 가능할까?
유석춘: 정동영 후보는 남북관계에 대한 입장만 바꾸면 경제 정책 부분에서는 사실 별 차이도 없다. 대북관계에 대해서만 바뀌면 국정 동반자는 아니더라도 카운터 파트너쉽을 형성할 수있을 것으로 본다. 문국현 후보 쪽은 검증이 워낙 안 되서 할 말이 없고.
프레시안: 불과 몇 달이지만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서 느낀 점을 말해줄 수 있겠나
유석춘: 정치현장에서 겪어 보니까 조선, 중앙, 동아가 사실 보도를 안하고 '신념 보도'를 하는 것이 너무 심하다. 그 동안 우파 매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사실 내가 조선, 중앙, 동아만 보고 산 사람인데 오히려 좌파 매체들보다 더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한 신문은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뭐 그런 이유로 이렇게 프레시안하고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아닌가도 싶다(웃음)
프레시안 : 바쁜 와중에 인터뷰에 응해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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