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대충 짐작하시겠지만, 제가 아직도 막내인 이유는 회사에서 신규 채용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신규 채용을 하지 않을까요? 역시 짐작하시겠지만, 인건비를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프레시안>의 경영 사정이 좋았다면 기자도, 협동조합 전담 직원도, 경영을 담당할 직원도 뽑을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협동조합 전환 2년을 맞은 올해도 전망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습니다.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모았던 출자금, 그리고 매달 들어가는 조합비는 어떻게 했길래 아직도 어려운 거냐"며 의아해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제가 편집국에 속해 있는 기자인지라 회사의 경영 사정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저희가 운영을 잘하지 못한 측면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 보다는 국내의 척박한 언론 환경이 더 문제였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언론사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애초에 자금이 많은 사주가 언론사를 만들거나, 권력에 붙어서 정부 광고나 사업들을 많이 따내거나, 아니면 기업과 친하게 지내면서 액수가 큰 광고를 받는 방법 등입니다.
그런데 위에서 말씀드린 방법들은 저희가 지향하는 방향은 아닙니다. 기사가 왜곡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 오너의 입맛에, 또는 자신들을 지원해주는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의 입맛에 맞는 기사가 나갈 가능성이 크거든요.
기자들이 생산한 기사가 '공짜'로 소비되는 한국 사회에서는 언론사가 기사로 운영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결국 정치권력이든 경제권력이든 거대 권력에 기대는 것 외에 뚜렷한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프레시안>은 지난 2013년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고 특정한 권력에 붙어서 생존하는 것이 아닌 일반 시민들의 힘으로 생존할 길을 모색했습니다. 한 명의 오너나 특정한 권력이 아니라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이 회사의 주인이 된다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정직한 기사를 쓸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어떤 권력에도 휘둘리지 않으면서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한 독립언론을 만들겠다는 <프레시안>의 비전은 한국의 현실에 비춰봤을 때 너무 큰 욕심일 수 있습니다. 불가능한 꿈일 수도 있죠. 하지만 이런 언론이 많아져야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설사 이 실험이 실패로 끝난다고 해도 이런 언론을 만들려는 노력이 있었다는 기록이라도 남겨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 이 실험의 성공 여부는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 여러분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결정을 내리시느냐에 따라 <프레시안>의 운명과 한국 사회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너무 거창한 것 같지만,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참여가 <프레시안>과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가장 쉽고 확실한 길임은 분명합니다.
한 달에 커피 2잔 또는 영화 한 편 정도면 여러분의 손으로 튼튼하고 건강한 독립언론을 만드실 수 있습니다. <프레시안> 조합원에 가입해주세요. 한국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길에 함께해주세요!
(덧. <프레시안> 창간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막내'라는 타이틀을 보유하는 기수로 기록될 것 같은 저를 비롯한 동기들의 '막내' 딱지를 떼는 것도 여러분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선배들도 이제 징그러워서 저희를 막내라고 부르기 싫을 것 같아요. 저희도 낯간지럽고 민망해서 듣기 힘들구요. '막내' 소리, 이제 그만 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Pl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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