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5조 원대 예산을 날릴 수 있다.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소송(ISD)' 때문이다. 결과는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가 정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 대해 납세자인 국민은 알 길이 없다. 정부가 '밀실주의'로 일관한 탓이다.
당장 론스타가 요구한 금액부터 모호하다. '5조 원'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정부의 공식 확인은 없다. 론스타가 물어달라는 '5조 원'은 어떤 근거로 계산된 것인가? 한국 측에선 누가 증인으로 출석하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도 없다.
정부가 입을 다문다고 해서, 알 길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ICSID에서 열리는 심리를 참관할 수 있다면, 가능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지난 1일 ICSID에 심리 참관 신청서를 제출한 건 그래서다. 참관은 한국 정부와 론스타가 모두 동의해야 허용된다.
민변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론스타가 민변의 심리참관에 동의하도록 촉구했다. 재판 공개는 근대 사법의 대원칙이며, 우리 헌법 역시 같은 입장이라는 게다. 밀실에서 이뤄지는 결정은 공정성과 신뢰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
심리 참관 관련 ICSID 중재 규칙은 "어느 한 당사자가 반대하지 않는 한, 중재판정부는 사무총장과의 협의 후에 (…) 제3자가 심리의 전부 또는 일부를 참관하도록 허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단 "독점 정보 또는 대외비 정보의 보호를 위한 절차"를 수립해야 한다.
ICSID에서 진행되는 첫 심리는 지난달 15일부터 23일 사이에 열렸다. 당시에도 민변은 참관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참가 신청에 대해 당시 한국 정부가 취한 입장 역시 알려지지 않았다. 2차 심리는 이달 29일부터 진행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