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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 "청보리는 바람에 흔들려야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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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화 "청보리는 바람에 흔들려야 예쁘다"

[프레시안, 응원합니다] "아주 작은 몸짓의 힘을 믿어요"

모두가 다 나름의 이유로, 산다는 건 그 자체로 힘들다. 아이는 아이대로, 청년은 청년대로, 나이가 들어도 이유가 달라질 뿐, 매일이 벅찬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옛날엔 정말 먹고 살기 힘들었다"고 어르신들은 말하지만, 오늘이 더 지옥인 이들에게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이야기보다 더 와 닿지 않는다.

협동조합으로 전환 2년을 맞은 프레시안도 다르지 않다. '꿋꿋이'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숨이 차 헉헉댄다. 이런 시절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프레시안 전홍기혜 편집국장이 코미디언이자 방송인인 김미화 씨를 만난 까닭이다. 지난달 27일 남산자락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김미화 씨는 청보리 얘기를 했다. "청보리가 너무 예쁜 거 있죠. 바람이 없을 때는 보리가 미워요. 뻣뻣하고. 그런데 바람에 불어 보리가 흔들리면 그 모습이 너무 예뻐요. 바람에 누웠다가 일어나고, 누웠다 일어나고. 갈새, 억새, 청보리 이런 것들이 다 그렇죠. 자기 스스로 자기를 자꾸 일으키는 것, 그게 중요하죠. 깊은 우울에 빠지거나, 안 될 거야 하기보다 긍정적으로. 나는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야,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스스로 좌절의 마음을 마음속에 담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코미디언 김미화 씨를 지난달 27일 만났다. ⓒ프레시안(손문상)
그래, 바람에 흔들려야 더 아름다운 것들도 있었다. 'KBS 출연금지 블랙리스트' 파문과 '연예인 불법 사찰' 논란의 중심에 서며 오랜 시간 평생의 업이던 방송을 떠나야 했던 그가 바람에 흔들릴 때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오랜 세월을 견뎌낸 연륜이 주는 여유일까? 김미화 씨는 아니라고 했다. "방송을 제대로 못한 건 5년이지만, 고통받은 건 10년도 더 됐거든요. 그런 세월을 따져 보면, 미치고 팔짝 뛰는 거지. 완전히 '녹다운' 되어야 하는 상황이죠. 그런데도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건 나이가 들어서는 아니에요. 자기 혼자 조급해한다고 해서 내가 이런 오해를 받는다고 해서, 어떻게 하겠어요. 오해받으면 받는 대로, 내가 아니니까 나는 그냥 웃으면서, 그 시기를 견뎌내는 지혜로운 방법을 찾는 수밖에."지금을 견딜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을 찾기에 젊은이들은 피가 너무 뜨거운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쩝니까. 세월을 태엽 감듯, 빨리빨리 감을 수도 없는 거고요. 스스로 조급함을 없애는 수밖에 없죠. 한 걸음 한 걸음, 자기 스텝에 자기 발이 꼬이지 않게 나가는 것이 중요하죠.""저는 어떤 면에서 스스로 검열을 안 할 뿐"이라는 말이 따라 왔다. "처음에 방송국에서 내가 불합리한 일을 당했다고 말했을 때, 이른바 '방송장이'들이 그냥 넘기라고 했어요. 긁어 부스럼이라고. 실제로 긁어보니 부스럼이에요. 왜냐면 저는 잃을 게 많은 사람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많이 누렸잖아요. 후배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선배이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 나 혼자서 먹고사는 것, 내 밥그릇만 생각하면 안 되는 거죠. 그런데 저는 아주 작은 몸짓의 힘을 믿어요.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태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실제로 믿어요. 그래서 내 자리에서 행동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주 작은 몸짓의 힘을 믿어요." 김미화 씨가 말했다. ⓒ프레시안(손문상)
김미화 씨는 "자기 자리는 스스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라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기 위해" 시작한 일에서, 예상보다 큰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스스로 "나중에 평가받을 거야" 위로했단다. 그렇게 말해놓고는 "그런데 평가 받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이라며 김미화 씨는 한참을 크게 웃었다. 김미화 씨는 '나'를 얘기하지만, 현실이 버거울 때 내 화살이 '너'를 향하는 것이 꼭 비겁한 것만은 아니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어떤 짐이 나의 부족함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미화 씨가 겪어야 했던 여러 '수난'들도 어떤 면에선, '공기(公器)'라고들 하는 언론의 구조적 한계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언론사가 신고제라 너무 만들기 쉬워요. (웃음) 진짜예요. 저도 <순악질뉴스>라고 한 번 만들어봤더니, 서류 접수하고 금방 언론사 허가가 나던데 뭐. 아무나 할 수 있는 거잖아. 그렇게 만든 환경의 문제도 있는 거죠. 언론은 조금 걸러질 필요도 있는데. 바른 눈을 가지고 사안을 바라보게 해줘야죠. 그런 면에서 제가 프레시안을 좋아하는 독자 중 한 명이에요."김미화 씨는 프레시안 조합원이기도 하다. 본인이 프레시안을 좋아하는 마음을, 매달 통장에 찍힌 '프레시안'의 이름을 통해 확인한다며 웃었다. 한참을 낄낄대다, 느티나무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집을 지을 때, 개울가에 작은 나무들을 심었거든요. 그때는 띄엄띄엄 심었다고 생각했는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엄청나게 큰 아름드리나무가 됐더라고요. 어떤 나무는 옆의 나무에 너무 치어서 중간에 잘라내기도 해야 했고요. 세월을 버티며 그렇게 큰 느티나무가 되길 바라요, 프레시안이."이야기는 다시 '나'로 돌아갔다.
▲"내 좌우명이 '내가 먼저 죽지 말자'에요. 미운 놈들 먼저 보내고, 반드시!" ⓒ프레시안(손문상)
"저는 지금 내 인생을 '매니지'하는 과정을 즐기는 거예요. 좌절조차 경험이거든요. 방송이라는 게 또 그래요. 제가 어떻게 또 운이 닿으면 이순재 선생님 나이에 빛을 보게 될지 압니까?(웃음) 세월을 좀 잘 살면 말이죠. 그래서 잘 넘겨야 해요. 내 좌우명이 '내가 먼저 죽지 말자'에요. 미운 놈들 먼저 보내고, 반드시!(웃음)"최근 김미화 씨는 3년 만에 다시 라디오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경기도 용인시에 차린 '농사와 예술이 있는 카페, 호미'를 돌보랴, 안 하던 방송을 하랴 좀 힘들다던 그는 "나한테 여러 기회가 많이 왔지만, 그 기회에 욕심내지 않고 코미디언의 길을 뚜벅뚜벅 꾸준히 걸어온 것이 나 스스로 대견하다"고 했다. 그래, 프레시안도 뚜벅뚜벅 걷다 보면, 스스로 대견한 날이 올테지!

조합원 여러분도, "요즘 기똥차다"는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으러 호미에 들러, '저도 프레시안 조합원인데...' 하면 김미화 씨의 기분 좋은 웃음을 눈앞에서 만나는 행운을 얻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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