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관련 두 가지 소식이 가뜩이나 어지러운 한국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치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월 9일 "김정은 제1비서가 참관한 가운데 전략잠수함 탄도탄 수중시험발사에 완전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김 제1비서는 "우리식의 공격형 잠수함에서 탄도탄을 발사할 수 있게 된 것은 인공지구위성을 쏘아 올린 것에 못지않은 경이적인 성과"라면서 "당 창건 70돌을 맞아 훌륭한 선물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그는 "전략잠수함 탄도탄수중발사 기술이 완성됨으로써 적대세력들을 임의의 수역에서 타격 소멸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의 전략무기를 갖게 돼 마음먹은 대로 수중작전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위와 같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것은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 정세에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이 조심스럽지만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무력화 시킬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발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사일을 수중에서 단순 사출(ejection)하였다고 보는 시각에서부터 잠수함에서 이러한 실험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밑바닥이 평평한 화물운반선인 바지선(barge)에서 실험이 진행되었다는 관측, 심지어는 실제 실험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사진조작(photo fabrication)이라는 추측 등 북한이 성공했다는 보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다.
흥미로운 점은 북한의 과거 위와 같은 발표에 대해 한국 그리고 미국 등지에서의 초기 반응 및 평가는 늘 부정적이었다는 것이다. 북한이 1998년 발사에 성공했다는 광명성 1호(북한의 주장에 의하면 인공위성 실험 발사는 총 3단계로 이루어 졌다. 1단 로켓은 95초간 연소 후 동해 북위 40도 51분 동경 139도 40분 지점에 떨어졌고, 2단계 로켓은 144초간 연소 후 태평양인 북위 40도 13분 동경 149도 07분 지점에 떨어졌으며, 3단 로켓은 27초 이상 연소했고 발사 4분 53초 후에 위성이 궤도에 올랐다고 한다)는 사거리가 2000km 밖에 되지 않는 스커드미사일을 개조하여 만든 조잡한 수준의 중거리 미사일 정도로밖에 취급되지 않았다.
국내외 대부분의 북한 전문가들은 외화가 없어 식량조차 사올 수 없는 가난하고 미개한 곳에서 최첨단 기술을 요하는 '인공위성'을 실험 발사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며, 체제결속을 위한 국가 차원의 '빈말'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전문가들이라는 사람들은 북한의 과학기술 수준을 객관적으로 논하여 북한의 주장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기보다는 북한의 발표를 일단 '빈말'로 간주하고 북한의 이러한 '빈말'을 정치적·주관적으로 치우친 측면에서만 해석하고 강조했다.
심지어 어떤 전문가는 식량 위기로 체제의 생존이 어려운 북한이 '최후의 발악'을 하는 것이니 북한의 '빈말'에 흔들리지 말고 더욱 북한을 압박해 내부적으로 붕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처방을 내놓기도 했다.
북한의 광명성 1호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전 세계 인공위성과 관련하여 거의 모든 것을 빠지지 않고 보도하는 영국의 <
러시아의 <이타르-타스>(ITAR-TASS)도 궤도의 같은 지점에서 광명성 1호가 추적(tracked)됐다며 북한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북한의 핵 실험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은 2006년 10월 9일, 제1차 지하 핵시험을 하였으며 2009년 5월 25일에는 두 번째, 그리고 2013년 2월 12일에는 세 번째 지하 핵시험을 단행했다. 세 번째 핵 실험에 대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우리 국방과학 부문에서는 2월12일 북부 지하핵시험장에서 제3차 지하 핵시험(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이전과 달리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하여 높은 수준에서 안전하고 완벽하게 진행된 이번 핵시험은 주위생태환경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한국의 기상청은 2013년 2월 12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에서 규모 5.1의 인공지진이 감지됐다고 밝혔고 독일 정부 산하 연방지질자원(BER) 연구소는 북한 핵 시험의 인공지진의 규모를 진도 5.2로, 미국 지질조사국은 5.1로 각각 분석하였다. 여기에 대해 당시 정승조 합참의장은 2013년 2월 6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해 "완전한 수소폭탄이라고 하면 핵융합 폭탄을 의미할 텐데, 완전한 수준의 수소폭탄에 이르기 전 단계의 위력이 증강된 탄의 단계가 있다"며 증폭핵분열탄(boosted fission weapon)을 언급하고 "그러한 부분을 시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명하였다.
그러나 이후 국방부는 지진파가 4.9라고 다시 정정하면서 "북한의 핵실험 폭발력이 (수소폭탄 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에는 못 미친다"고 평가하였다. 지진파가 4.9로 줄게 되면 (폭발규모가 TNT) 10킬로톤이 되지 않는데 10킬로톤을 심리적 마지 노선으로 선정하고 일부로 줄여 정정 보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현재도 대부분의 북핵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능력이 아직 소형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핵융합 폭탄의 초기 단계인 '증폭핵분열탄'은 폭탄의 소형화를 전제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지진의 규모가 진도 5 이상으로 나왔으면 북한의 핵 능력이 소형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북한에 대한 다른 소식도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지난 5월 13일 국가정보원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지난달 30일쯤 반역죄로 공개 처형됐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국정원에 의하면 현영철 부장은 지난달 24~25일 열린 '군 일꾼대회'에서 김 위원장의 연설 중 졸고 있는 모습이 적발되고 김 위원장의 지시에 대꾸하고 불이행했으며, 김 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등 '유일영도 10대 원칙'을 어긴 것이 '불경', '불충'으로 지적됐고, 이러한 지적이 있은 후 2~3일 만에 평양 순안구역 소재 강건군관학교에서 그의 가족과 수백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공화기인 고사포로 공개 처형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북한에서 고위 간부가 숙청되어 처형당했을 때 해당 인물 관련 기록을 매체에서 삭제해 왔던 것이 관행처럼 진행돼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영철 처형에는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아직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인터넷 사이트에는 현영철 이름이 들어간 기사와 그의 모습이 들어간 사진이 남아 있으며, 북한 조선중앙TV가 5월14일 방영한 김정은 기록영화에도 현영철의 모습이 확인되고 중앙TV가 19일 방영한 새 기록영화에서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과 변인선 군 총참모부 작전국장의 모습이 그대로 나오고 있다.
북한은 태평양 또는 인도양을 건너 저 멀리 있지 않고 바로 우리와 붙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상대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체제경쟁의 이데올로기 속에서 북한을 극복, 제압, 또는 굴복시켜야 할 대상으로 보는 입장은 객관적인 실체 분석을 어렵게 하는 장애물이다.
대한민국은 사상(史上) 가장 심각한 외교적 딜레마에 처해 있다. 미·중 간의 패권경쟁이 본격화 되면서 미국은 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하여 중국을 견제하려 하고 중국은 러시아와 협력하여 미·일 동맹에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으로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동맹강화를 통해 중국 견제의 교두보 역할을 요청받고 있으며 가장 큰 교역국가인 중국으로부터는 경제협력을 통해 중국이 주도하는 경제권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받고 있다. 미·일 동맹으로부터 발을 빼고 완충지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느 쪽을 택해야 될까? 어느 것을 택해도 한국은 그 선택에 대한 매우 값비싼 기회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딜레마적인 상황에 빠져있다.
윈윈(Win-Win) 상황은 한국이 북한에 눈을 돌렸을 때 가능하다. 북한을 무찔러야 될 적이 아니라 한반도의 운명을 함께 책임지고 개척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식하고 북한과의 평화 공존, 그리고 경제 번영을 도모한다면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를 갈등과 대립·대결이 아닌 태평양(太平洋)이라는 거대한 평화와 번영을 도모하는 린치핀 (linchpin)또는 앵커 (anchor)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올바른 입장과 인식이 우선적이고 절실하게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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