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방남 중인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 부장이 최승철 통전부 부부장과 함께 30일 오후 청와대로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김 부장은 '남측에서는 김영남 상임위원장의 방남에 대한 말씀을 할지 관심이 많다'는 기자의 이야기에 "그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김 상임위원장의 방남 계획이 없다'는 말인지, '그에 대해 밝힐 내용이 없다'는 말인지 언뜻 이해하기 힘든 발언이다.
면담 결과를 설명한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이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문제는 최근 남북 간의 주요 의제 중 하나다. 일부 소식통들은 '12월 19일 대선에서 내년 2월 25일 차기 정부 출범 사이에 김 상임위원장의 방남을 논의 중'이라는 상당히 구체적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김영남 위원장 방남 문제는 (김양건 부장과는) 다른 채널을 통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만 말했다.
노 대통령 "공동 어로구역 합의 못 봐 아쉬워"
지난 10월 초 남북정상회담에 단독 배석했던 김 부장을 40여 일 만에 다시 만난 노 대통령은 "어서 오십시오"라는 인사로 맞이했다.
노 대통령과 김 부장은 전날 김 부장의 인천 방문을 화제로 삼았다. 김 부장은 인천에 대해 "대단했다. 많은 것을 봤다"고 평가하며 "오늘은 대우조선에도 가고 부산에도 갔다. 부산은 항구도시여서 아주 좋더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인천 송도 신도시 등의 개발사업에 대해 "자금을 한국 금융시장에서 동원해 미국의 게일사가 사업을 주도하는데 얼핏 보면 국민들 입장에서 좀 아깝지지만 세계도처에서 그런 방식으로 사업들이 되는 것이다"면서 "우리 기업들도 역량이 되는데 입찰과정에서 사업계획을 만드는 과정에서 경쟁에 져버린 것"이라고 다소 장황히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사실 토지공사가 하면 잘 할 수 있는 사업인데…"라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해주 경제특구 등 지난 10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경제협력 사업 전개에 대한 모종의 시사가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전날 종료된 남북국방장관 회담에 대해서 "공동어로구역에 합의를 보지못한 아쉬움은 있으나, 어려운 문제는 뒤로 미뤄놓으면서 다른 많은 부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하면서 "공동어로 문제가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안되는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 부장은 "쌍방의 노력 속에 10.4 선언에 합의된 사항들이 성과적으로 추진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남측이 여러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신의를 갖고 10.4 선언 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6.15 공동선언으로 부터 시작된 평화 번영의 흐름이 절대로 멈춰서서는 안된다"고 화답했다.
노 대통령은 오상호 의전비서관을 통해 김 부장 일행에게 무궁화 문양의 다기세트를 선물했다.
방남 마지막 날 정상회담 특별수행원들과 간담회
김 부장은 이날 오전 김만복 국정원장과 함께 헬기편으로 경남 거제를 방문, 북한에 조선소 설립을 추진중인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와 부산경남지역본부세관을 둘러봤다.
옥포조선소에서는 주요 생산시설이 모여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크를 찾아 초대형LNG운반선과 유조선이 동시에 건조되고 있는 현장을 둘러봤으며, 부산경남지역본부세관 방문에서는 부산항의 통관절차 등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세관박물관을 훑어봤다.
그 후 김 부장은 부산으로 건너가 2005 APEC 정상회의장인 누리마루에서 허남식 부산시장이 마련한 환영오찬에 참석한 뒤 서울로 귀환, 청와대를 방문했다.
방남 일정 마지막날인 내달 1일 김 부장은 워커힐 호텔에서 문화·예술계 및 학계·종교계 인사들과의 간담회를 잇달아 갖는다. 이 간담회에는 지난 10월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인사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김 부장은 이어 간담회 참석자들과 오찬을 한 뒤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정원장과 회담을 갖고 오후 5시 북한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모든 일정은 비공개로 별도의 언론 발표문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