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계열 곽성문 의원에 이어 김병호 의원이 30일 한나라당을 탈당해 이회창 캠프에 합류했다. "곽 의원 이후 추가 탈당은 없을 것"이라는 안상수 원내대표의 장담을 비웃는 듯한 김 의원의 탈당에 대해 '엑소더스의 신호탄이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두 사람 모두 박근혜 계열의 핵심적 인물이 아닐 뿐더러 개인적 흠결이 많아 차기 공천도 난망했던 인사라는 점을 이유로 '탈당 확산론은 어불성설'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보다 이회창 후보가 더 깨끗하다"
김 의원은 이 날 오전 11시반 서울 남대문로 단암빌딩 8층에 마련된 이회창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대선에서는 정권교체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이고 그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가장 적임자가 이회창 후보"라고 선언했다.
그는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는 "조직에 몸을 담고있던 사람이 조직을 떠난 뒤에 조직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한나라당 후보보다는 이회창 후보가 더 적임자이고 더 깨끗하며, 후보가 내세운 반듯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동반 탈당 여부에 대해서 김 의원은 "동반 탈당과 관련해 상의한 의원들은 없다"며 "당내에 추가로 탈당할 인물들이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박 전 대표와도 사전 상의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신 "이회창 전 총재께서 도와달라는 부탁이 있었고 저 역시 흔쾌히 돕겠다고 말씀드렸고 오늘 아침 총재님을 만났다"고 말했다.
"하자 있는 사람을 받아 들이는 것은 하자 있는 후보"
김 의원은 <국제신문>,<부산일보>, 부산 KBS 보도본부장을 지낸 언론계 출신 재선의원이지만 대법원 재상고로 의원직을 이어가고 있는 그를 향해 당내에서도 '식물 국회의원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김 의원은 공직선거법 빛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등법원에서까지 당선무효형 판결을 받았으나 대법은 선거법 위반만 유죄로 인정해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하지만 고법은 파기환송심에서도 김 의원에게 3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고 김 의원은 대법원에 재상고 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김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진갑에는 한나라당 차기 공천을 희망하는 의원 지망생이 10여 명이나 난립하고 있다.
지역구인 대구 상공인들과 골프를 치다가 "왜 정치 후원금을 여당에만 주냐"고 맥주병을 투척해 물의를 빚었던 곽성문 의원이나 김 의원의 '결단'의 이유는 '불안한 미래'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하지만 김 의원 본인은 이번 탈당이 '공천권' 등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까닭에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인은 "이들은 불미스러운 일로 정치적 입지가 매우 어려운 분들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탈당을 결행했다"고 의미를 축소했다. 박 대변인은 "하자 있는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하자 있는 후보밖에 없다"면서 "이회창 후보 캠프에서는 주로 배신자들이 모여 있어서 희망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계의 선택은?
한나라당은 두 의원의 연쇄 탈당에 대해 짐짓 의연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긴장한 표정이 역력하다. 박근혜 계열의 행보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
박근혜 전 대표는 "참 안타까운 일이다. 말려보지 그랬느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전 대표 측 내부에서는 다음 주로 예상되는 검찰 수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강경론자들은 수사 결과에 따라 '이명박 지지철회' 이상을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나라당 내에서는 수사결과 발표 전 조기탈당 가능성이 있는 박근혜 계열 서너 명의 실명까지 거론되고 있는 형편이다.
일단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이전에 대규모 엑소더스가 일어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은 편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 발표가 이 후보에게 불리하게 나올 경우에도 한나라당이 단일 대오로 대응할 가능성도 그리 높아 보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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