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눈물' 등 '감성 마케팅'에 밀린 것을 지난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TV 광고, 홍보물 등에 각고의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선거운동을 시작하자마자 가두 현수막을 전면교체하기로 했고 TV광고에 대해서도 '위장 논란'이 발생하는 등 잡음이 적지 않게 새어 나오고 있다.
현수막도 바꾸고 포스터도 바꾸고
한나라당은 공식선거 운동 개시 사흘만에 가두 현수막을 대대적으로 교체키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당 선대위는 "대통합민주신당에 비해 시내에 걸린 플래카드가 밋밋하고 눈길을 끌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아 이명박 후보의 얼굴을 삽입해 입체적인 분위기를 내는 식으로 교체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이명박 후보 본인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운동 개시 직후 이 후보가 거리의 현수막을 보고 "이게 뭐냐"고 홍보 관계자들을 질책했다는 것.
한나라당은 이밖에 공식포스터도 색 보정작업을 거쳐 밝게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욕쟁이 할머니'가 등장한 첫 번째 방송광고물에 대해서도 엄청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광고물에서 욕쟁이 할머니는 이 후보에게 "야 이놈아 다른 생각 하나도 하지 말고 경제나 살려내라"고 주문한다. 이 후보는 한 마디도 말도 없이 묵묵히 국밥을 먹으며 '일꾼 이미지'를 연출하는 컨셉이다.
서울 낙원동 소재 3000원 짜리 국밥을 파는 가게에서 촬영한 이 광고에 대한 평은 괜찮았고 일부 언론에는 '낙원동 국밥집 할머니가 직접 출연했다'고 보도해 화제도 모았다.
하지만 '욕쟁이 할머니'가 실제로는 강남 압구정동의 식당 주인이라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광고도 위장광고냐"는 비아냥이 나왔다.
정병국 홍보기획본부장은 "그 욕쟁이 할머니 국밥집이 강남인데 장소가 너무 깔끔해서 우리 콘셉트와 맞지 않아 허름한 낙원동 국밥집을 빌린 것"이라고 언론에 밝히며 논란을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대통합 민주신당 민병두 기획위원장은 "그 할머니는 낙원동 국밥집 할머니가 아닌 강남 포장마차 할머니고, 고향도 충청도인데 호남사투리를 쓰고 있다"면서 "나이도 이 후보와 동갑인 생면부지의 할머니가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특정지역이 이 후보를 지지하는 양 하는 광의의 허위 광고"라고 비난했다.
"예전에는 공을 안들여서 실패했나"
1997년 이후 대선 홍보는 한나라당의 연전연패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997년에는 김대중, 김종필, 박태준 등 DJT 세 사람이 율동과 함께 'DJ와 함께 춤을' 노래를 어색하게 부르는 TV광고가 빅 히트를 쳤다.
2002년에도 '이매진이 배경음악으로 깔린 노무현의 눈물', '통기타를 치며 상록수를 부르는 노무현' 광고는 물론 '자갈치 아지매'의 찬조연설까지 한나라당의 그것과는 '때깔이 달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런 까닭에 한나라당이 이번 대선에서 홍보에 들이고 있는 공은 실로 대단하다. 하지만 한 정치권 인사는 "예전에도 한나라당이 홍보에 들인 돈이나 노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면서 "유권자보다 윗사람들이나 후보 눈에 들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는데 이번에도 홍보팀이 재량권을 발휘하지 못하고 후보 눈치만 보면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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