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논란이 된 '잔혹동시'를 쓴 아이의 엄마가 입을 열었다. 시집을 서점에서 회수하겠다는 출판사 측의 결정에 대해선 동의했다. 그러나 전량 폐기한다는 방침에 대해선 반대했다. "어리지만 작가로서 딸의 자긍심을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엄마 역시 시인이다. 김바다 시인은 7일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딸이 쓴 시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엄마를 씹어 먹어" 등의 표현이 담긴 시 '학원가기 싫은 날'에 대해 김 시인은 "아이들을 숨 쉴 틈 없이 학원으로 내모는 한국의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적 우화"라며 "작품성과 시적 예술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시인은 이 시를 읽은 날 바로 딸이 다니던 영어학원을 그만두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치원 다닐 때부터 시를 쓴 딸이 "아주 밝고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네티즌이 말하는 패륜아하고는 전혀 거리가 멀다"고도 했다. 다만 학교로 찾아오겠다는 일부 언론 때문에 딸이 지금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딸이 악성 댓글 때문에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지만, 곧 의연한 태도로 돌아섰다고도 했다.
김 시인의 딸이 쓴 시들은 <솔로강아지>라는 제목으로 최근 출간됐다. "눈깔을 파먹어" 등 시 속의 일부 잔혹한 표현이 누리꾼들의 비난을 사자, 출판사인 가문비어린이 측은 "일부 내용이 표현 자유의 허용 수위를 넘어섰고 어린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의 항의와 질타를 많은 분들로부터 받았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어 출판사 측은 <솔로강아지>를 회수하고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폐기 결정에 대해 김 시인이 반발한 것이다.
이어 진 교수는 "이런 문제는 그냥 문학적 비평의 주제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서슬 퍼렇게 도덕의 인민재판을 여는 대신에"라고 적었다.
다음 날, 그는 "시 읽고 잔혹해졌다는 얘기는 못 들었습니다. 애들은 동시 하나 읽고 잔혹해지는 게 아니라, 그 동시 쓴 아이에게 인터넷 이지메를 가하는 애미/애비의 모습에서 잔혹성을 배우는 겁니다"라고 적었다.
진 교수는 7일 트위터에 "이런 게 진짜 잔혹동화"라는 글도 남겼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로 가족 잃은 여자아이 위로하는 사진 '인간애상 대상' 수상 논란"이라는 기사를 링크하면서였다. '세월호 참사'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이 가족을 잃고 우는 여자아이의 볼을 어루만지는 사진이 '제25회 신문사진 인간애상 대상'을 받았다는 기사다. 이 사진은 언론 게재 당시 '연출' 논란을 낳았었다. 사진 속 아이는 당시 쇼크성 불안 증세가 있었는데, 청와대가 홍보를 위해 무리한 '연출'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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