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길 명예교수는 23일 대구YMCA 강당에서 열린 강연에서 이 같이 말하며 "보수정권에 통일을 기대한다는 게 애초부터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갈수록 어이가 없다"면서 "박 대통령은 말로만 통일을 외치지 말고 평화통일을 위해 6.15선언과 10.4선언의 뜻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강연은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상임대표 배한동)와 평화뉴스가 광복70돌을 맞아 '분단을 넘어 통일시대를 여는 역사'를 주제로 마련했다. 이날 강연에는 강창덕(88) 4.9인혁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민주화운동 원로들과 학계, 시민사회 등 시민 1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2시간가량 열렸다.
강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일제시대와 광복, 분단의 역사를 되짚으며 '통일시대'를 위한 정부의 노력을 촉구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통일정책을 비판하며 6.15선언과 10.4선언 이행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최근 통일부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정부에 북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얘기를 나눴다"며 "북을 모르는 사람들이 정책을 만드니 발전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 북과 민간교류를 통해 수 십번 북을 오간 사람들을 대북관계에 기용해야 한다. 그들이 북한을 잘 안다는 조언을 했다"며 "왕래를 자주해야 통일이 쉬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정권은 종국에 역사적인 평가를 받게 마련"이라며 "민주주의 발전과 평화통일이 그 평가의 잣대"라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통일과 관련해 좋은 역사적 평가를 받기 힘들 것"이라며 "반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강 교수는 "한반도 평화통일은 '민족통일'과 '국토통일', '국가통일'의 3단계로 진행된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일정책을 예로 들었다.
강 교수는 "김대중 대통령은 6.15남북공동선언을 통해 6.25 전쟁 후 적이 된 한반도 땅 남북 주민을 화해, 협력할 수 있는 동족으로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개성공단 건설, 철도 연결, 금강산 광광 등을 통해 경제와 물류, 민간교류도 활발하게 펼쳤다"면서 "평화통일의 3단계 과정 가운데 1단계인 '민족통일'과 2단계인 '국토통일'을 진행시켰다"고 평가했다.
또 "마지막 3단계인 '국가통일'을 위해 남한 연합제 통일방안과 북한 연방제 통일방안을 6.15선언으로 수립했다"며 "베트남 무력통일, 독일 흡수통일이 아닌 평화.협상통일의 길을 6.15선언의 화해와 협력정신에서 출발시켰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10.4남북정상선언을 통해 취지를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은 말로만 통일을 외치지 말고 평화통일을 위해 6.15선언과 10.4선언의 뜻을 이어받아야 한다"고 했다. 강 교수는 이어 "인류사회의 공동이상은 평화공동체"라며 "한반도가 지정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평화통일을 하려면 EU(유럽연합)처럼 동아시아 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아세안이 잘하고 있지만 북이 있어야 아세안 국가들과 만주, 한반도를 잇는 육로가 생긴다"며 "아세안+한국, 중국, 일본을 확장해 북한까지 포함시켜 아세안+4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지역공동체는 세계 전쟁을 극복하고 평화지대를 정착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내가 너무 낙관적인 예상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평화의 시대가 21세기적 발상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강만길 교수는 1933년 마산에서 태어난 진보적 역사학자로 '분단시대의 역사인식' 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고려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1980년에는 전두환 정권 탄압으로 교수직을 박탈당했다가 1년 뒤 복직했다. 1999년 고려대 퇴임 후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때 역사학자로 유일하게 회담에 참여했다. 이후 상지대 제5대 총장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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