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 씨의 누나 에리카 김 변호사가 폭로하겠다는 'BBK 이면계약서'의 내용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에리카 김 변호사가 20일(한국시간) "검찰에 제출된 이면계약서는 1건이 아닌 총 3장"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송환된 김경준 씨가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 이면계약서를 둘러싼 논쟁의 뇌관이 터질지 주목된다.
"진실 밝히는 작업은 이제 시작"
김 변호사는 이날 보도된 <미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이들 3건의 계약서를 종합해 조사하면 이명박씨가 이번 사건과 무관하지 않음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LKe뱅크, EBK 증권중개 등 3장을 한 장, 한 장씩 보면 이면계약서가 아니다"며 "모두 합해 보면 (이명박 후보와 BBK의) 연관관계는 쉽게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 씨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이 후보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 후보는 전날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김경준 씨가 먼저 사업을 제의했고, 김경준의 부모님도 '아들을 잘 부탁한다'고 부탁해 왔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이는 완전히 왜곡된 것"이라면서 "경준이가 한국에서 증권사인 모건스탠리 투자상담 전문가로 근무하며 잘 나갈 당시 이명박 씨가 먼저 새 사업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어떤 부모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다 큰 아들을 잘 봐달라며 부탁하겠느냐"고도 했다.
이어 그는 "진실을 밝히는 작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검찰의 수사 진행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거나 여론몰이 식으로 간다면 진실에 대한 공개는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이면계약서' 외의 추가 폭로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한나라 "에리카 김, 김경준과 한 배를 탄 공범"
한편 한나라당은 전방위 방어태세에 돌입했다. 당 클린정치위원장인 홍준표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에리카 김도 김경준과 공범"이라면서 에리카 김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대한민국의 국민이 왔다갔다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BBK 사건의 본질은 김경준이 회사공금을 갖고 튄 것"이라면서 "본질이 벗어나는 논쟁을 하다 보니 LKe뱅크가 나오고 EBK, AM-papas, MAF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비꼬아서 BBK냐"고 비아냥거리며 이같이 말했다.
고승덕 변호사도 "에리카 김은 김경준과 한 배를 탄 사람"이라면서 "이 사건에서 '이면계약서'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된 것이며,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전날 고 변호사가 "김경준 씨의 이면계약서는 우리가 가진 진본과 서명, 내용 등이 모두 다르다"고 말해 사실상 '이면계약서'의 실체를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직면한 데 따른 추가 해명이다.
고 변호사는 "김경준 씨의 문건은 AM-papas의 주식매수계약서이며, 김 씨의 주장은 이 계약서 조항에 이면합의가 포함돼 있다는 취지"라면서 "실제 계약서에는 LKe뱅크가 BBK의 지주회사가 된다는 내용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만일 김 씨의 계약서에 LKe뱅크가 BBK의 지주회하가 된다는 내용이 있다면 그것은 당사자의 진의와 달리 조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본계약서? 한겨레가 먼저 공개하면…"
특히 홍 의원은 그 동안 'BBK 의혹'을 중점적으로 다뤄 온 한 언론사를 특정해 언급하면서 "위조공문서를 공개하면 까딱하면 위조공문서 행사죄가 된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홍 의원은 "그렇다면 진본계약서는 왜 공개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이면계약서의 존재)를 맨 먼저 보도한 신문사가 한겨레 아니냐"면서 "한겨레가 우선 공개를 할 것이고, 우리도 진위여부를 밝힐 자료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먼저 하면 한겨레가 역습할 것이기 때문에 먼저 공격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홍 의원은 "오늘 저녁 아마도 <PD수첩>에서 (관련된 내용을) 먼저 방영할 모양인데, 내일 아침 한겨레에서 아마 대대적으로 받을 것"이라고 했다가 해당 언론사 기자로부터 강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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